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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돛이 없는 돛단배 Jun 08. 2024

아파트

이곳 아파트로 이사 온 지 어느덧 2년이 조금 넘었다. 

큰 단지는 아니지만, 새로 지어져서 깨끗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처음 이사 왔을 때의 설렘은 이제 희미해졌다. 

2년 동안 단지 사람들과 자주 마주쳤지만,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이는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인사를 주고받는 이웃이 없다. 

매일 출퇴근 때 마주치는 경비실 아저씨만이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해줄 뿐이다.


며칠 전, 단지 사람들이 단지 앞 학교에서 작은 운동회를 열었다. 

나는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서 돌아오던 길에, 

아빠들은 족구를 하고 아이들과 엄마들이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을 보았다. 

난 학교 안으로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아 학교 벽 뒤에 서서 지켜보았다. 

웃음소리와 환호성 소리로 가득한 학교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아 구경하고 싶었지만, 

아이들도 많고 아는 이웃이 한 명도 없어서 어색할 것 같았다.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들어가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누군가가 “들어와서 함께 구경해요!”라고 손짓을 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그런 손짓은 없었고, 나는 혼자 아쉬워하며 커피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단지 내에는 커뮤니티 시설, 운동 시설, 놀이 시설 등 다양한 시설들이 있지만, 

나는 한 번도 그곳들을 가본 적이 없다. 

그냥 혼자 가보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 말할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조차 큰 도전이다. 

용기내어 앞까지 갔다가 다른 사람들이 있는 걸 보고 돌아왔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용기를 내어 문턱을 넘기에는 너무 큰 부담감이 느껴졌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점점 단지의 한정된 공간만 다니게 되었다. 

우리 동은 단지의 맨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그 앞에는 은은한 가로등과 벤치 두 개가 놓여 있다. 

이 구석에 위치한 공간이 단지의 다양한 시설들 중 

내가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이곳이 그나마 아이들과 사람들의 눈에 덜 띄는 곳이라 좋아한다. 

주말이나 재택근무하는 날, 늦은 밤이 되면 나는 그 벤치로 향한다. 

바람이 살랑거리는 밤공기를 마시며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듣는 것이 

내가 아파트에서 누리는 유일한 휴식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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