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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를그리다 Dec 07. 2024

브런치 작가에서 출판사까지

내 인생이 소설이라면...

 나는 성격이 급하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이 참 많고, 그 하고 싶은 것들을 시작하는 데에 있어 두려움이 없는 편이다. 그런 점들이 생에 있어 단점도 되었고, 때론 장점이 되어주기도 했다.

단점이라면 그런 급한 성미 때문에 실수가 잦았다는 것이고, 그 탓에 실패도 많이 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그런 부분으로 인해 '칼을 뽑아 들었으면 무라도 썰어야지'란 속담처럼 무엇이라도 해내고 만다는 것이 장점이 되기도 했다.

아마 내 어린 시절이 영향을 줬으리라 생각된다.

10살 때부터 아버지 혼자 삼남매를 키워야 했기에 막내인 나는 자연스레 누군가를 의지할 수 없어 스스로 커야 했다. 겨우 중학생이던 언니는 사춘기 티 낼 새도 없이 3살, 5살 터울의 동생을 챙겨야했기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내게 늘 설거지나 청소를 시키기도 했는데, 노느라 깜박하는 날이면 맞기도 많이 맞았다.

그땐 언니가 설거지를 시키면 한 평 남짓한 부뚜막에서 목욕탕에서나 볼법한 타원형 플라스틱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나는 콩쥐고, 언니는 팥쥐라는 상상을 하면서 눈물의 설거지를 하기도 했더랬다.

하지만 지금은 언니를 이해한다.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집안일이 보통이 아니란 걸 알았으니까. 그 힘든 일을 겨우 15살 여중생이 해 나가기엔 너무 벅찼을 테니까...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의 언니를 가만히 안아주고 싶다. 고생했다고...물론 10살의 나도 말이다.


 아무튼 그때의 그런 상상력이 나를 작가의 꿈으로 가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종종 힘들면 책 속의 인물이 되어 현실에 도피했고, 자물쇠 달린 비밀일기장에 시를 차곡차곡 쌓아두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 흙수저의 삶이 커서라고 편할 리는 만무하다. 독립적으로 자란 나는 아버지께 손 벌리기 미안해 홀로 일과 공부를 병행해야 했지만, 학위를 세개나 땄다. 비록 내가 가고 싶었던 문예창작과엔 가지 못했지만, 한국어교육을 전공하여 교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내가 가진 타이틀은 남들 보기에 좀 괜찮아 보이는 직업, 하지만 그 알맹이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저 시간강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애초에 출발점이 다른 나는 남들과 같이 해서는 절대 남보다 앞서갈 수 없었다. 내가 번 돈으로는 학비 내기도 벅찼고, 나 혼자 그달 그달 먹고 사는 게 다였다.


 결혼도 순탄치 않았다. 해외에서 한국소재 한방병원에서 일하는 중의사를(중국에서 한의학을 전공한 의사)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시부모님의 반대가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가진 게 없는 나와는 결혼시킬 수 없다고 했다. 남편은 우리끼리 하자고 했다. 나는 상관없었다. 어차피 내 사전에 '부모님의 도움'이란 단어는 원래부터 없는 단어였으니까.

 그렇게 각자가 모은 돈 1,000만 원씩 모두 2,000만 원으로 결혼하고 자식 낳고 살다 보니 아이를 부족함 없이 키울 수는 있었지만, 돈을 모으기는 쉽지 않았다. 애초에 우린 남들과 출발점이 달랐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빚으로 시작하여 전세를 전전하기 일쑤였지만 내 성격의 장점은 여기에서도 빛을 발했다. 나는 그런 상황이 두렵지 않았고, 뭐든 해볼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나는 육아를 하면서 공부방도 해보고,

게스트 하우스도 운영해 보고, 오후엔 시간강사, 오전엔 택배 알바도 하면서 억척같이 일하고 아이를 키웠다.

하지만 문득 공허함이 몰려왔다.

 '나는 누구를 위해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어느 순간 나는 없고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워킹맘이란 이름만 남아 있는 거 같았다. 그때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되었다.

이건 계시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내 꿈을 이루라는 계시!

그리고 나는 바로 브런치작가 도전했고, 한 번 만에 합격하여 글을 썼다. 글 쓰는데 거침은 없었다. 글을 쓰는 게 어렵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다른 작가들의 글솜씨는 어떨까? 궁금함에 읽다 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다들 글을 너무 잘 썼다. 다시 한번 자괴감이 들었다.

 '아..나는 글을 쓰는 게 어렵지 않은 사람이지만 잘 쓰는 사람은 아니구나.'

현실을 깨닫고 나니 막막했다. 책을 내고 싶었는데, 내 글은 내가 쓰고 싶은 글일지언정, 남이 읽고 싶은 글을 아니구나, 내 글은 못 쓴 글은 아니지만 뒷이야기가 궁금할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다시 실패감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브런치북 연재를 급히 마무리 하게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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