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고 싶었는데, 내 글은 내가 쓰고 싶은 글일지언정, 남이 읽고 싶은 글 아니구나, 내 글은 못 쓴 글은 아니지만 뒷이야기가 궁금할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다시 실패감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브런치 북 연재를 급히 마무리하게 되었는데...
처음에 20화로 생각하고 시작했던 '엄마 어렸을 적엔' 브런치 북을 그렇게 15화로 마무리 짓고 브런치스토리를 손 놨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썼다는 목표는 이루었지만, 남이 읽고 싶은 글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고 나는 책을 낼 만한 작가의 수준을 갖추지 못했다는 생각에,브런치 작가가 된 것에 만족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즈음 나는 스레드라는 새로운 SNS를 발견했다. 인스타에서 만든 텍스트형 앱으로 500자 이내의 짧은 글로 주로 소통하는 앱이다. 처음엔 그냥 구경만 했다. 보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보였고, 남의 사생활을들여다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다 내가 관심있는 책, 글 등의피드를 위주로찾아서 댓글을 달기 시작했고, 곧 알고리즘의 힘에 놀라게 되었다.
스레드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 피드엔 작가들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채워진 것이다.그들과 팔로우를 맺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는 즐거움에 빠져들었다.유명작가와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최고의 성덕아닌가?
'이렇게 신박하고 좋은 공간이 있다니!'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어느새 스레드에 깊이 스며들었고, 그렇게 브런치스토리는 나에게서 점점 더 멀어져갔다.
'그래, 애초에 내가 작가는 무슨...그냥 취미생활이나 해야지.'
그렇게 한 달 정도 스레드에 빠져있을 때 우연히 전자책으로 돈 버는 법을 알려준다는 사람의 글을 보게 되었다. 실제 책을 출간한 작가기도 했고, 이름만 검색하면 나오는 유명한 사업가였다.
그런 그가 쓴 전자책을 무료로 나눠준다기에신청했고, 바로 읽어버렸다.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뜬구름 잡는 이야기였다. 속 빈 강정마냥 그럴싸한 제목에 내용은 빈약했고, 돈 버는 비법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낚였구나! 결국 제대로 된 비법을 알고 싶으면 돈내고 강의 들어라.이건가?'라는 생각에 씁쓸한 입맛을 다지며 전자책 창을 닫으려는 순간, 운명처럼 딱 들어오는 문구가 있었다.
- 지금 당장 전자책 8페이지만 써 보세요.
다행히 친절하게 전자책을 쓰기 위한 방법, 표지 만드는 곳 등에 대한 안내가 있었고,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적힌 대로 따라해서 8페이지의 전자책을 써 보았다. 나는 쓰는 게 어렵지는 않은 사람이니까 말이다.
대신 이번에는 내가 쓰고 싶은 것이 아닌, 남이 읽고 싶은 것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그동안 돈을 벌었던 다양한 온라인 수익화 방법을 썼다. 그리고 전자책을 나눠준 작가에게 후기를 보냈다.
- 주신 책 잘 읽었습니다. 전자책 내는 법을 몰랐는데 친절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책에 적힌대로 8페이지의 전자책을 써 보았습니다. 정보를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록 제목처럼 무료 전자책으로 돈버는 비법을 얻진 못했어도, 전자책 쓰는 법을 배우지 않았는가?
이만하면 수지맞은 장사였기에 감사메일을 보낸것이다.
메일을 보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 제가 전자책을 나눠준 사람이 수백명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책에 적힌대로 실행한 사람은 처음입니다. 전자책을 완성하여 출간할 수 있도록 제가 돕겠습니다.
'와우!! 그냥 무료로 받은 전자책에 적힌 대로 실행했을 뿐인데 전자책 출간을 돕겠다고?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아?'
그렇게 나의 첫 전자책 출간을 향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작은 결심과 실천이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줄 줄 누가 알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