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따른 학습 방법의 효율성
뇌의 발달 과정과 기억의 형성 과정을 근거로 생각해 보면, 우리는 나이에 따라 크게 3번의 다른 최고 효율의 학습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0세~3세: 아직 뇌의 발달이 다 이루어지지 않은 나이로, 중심 기억(core memory)이 형성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경험한 것은 뇌의 발달 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정말 과학적인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여든"은 실제 60세가 아닌 그 당시 기준 으로 "죽을 때가 거의 다 된 시간" 이라고 이해해야 함을 생각하면, 뇌 구조의 형성에서 비롯 된 인간의 행동 메커니즘(버릇)이 얼마나 이후의 인생에 중요한 지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수 많은 답을 내놓으셨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이 시기에는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여 얇더라도 이후 학습에 도움이 될 기억 분절(뇌세포 연결체)을 만들어 놓는 것을 의의로 삼고 싶습니다. 또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시기에 경험한 부모의 행동, 어린이집에서 배운 사회화 과정, 여러 "숫자"나 "문자", "과학" 관련 경험 등이 "감정"과 결합되어 중심 기억을 만드는 시기입니다.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글이 아니라 많은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아이의 성격이 모두 같지 않고, 부모들도 경험이 일천하다는 측면에서 이 시기의 교육이 쉽지는 않기에 대체 어떻게 "긍정적"인 교육을 해야할 지 궁금한 사람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 형성되는 뇌 신경망은 얇지만 수정(정확히는 덮어쓰기)이 비교적 쉽기에 부모들은 몇 번 실수를 할 지언정 늦다고 생각하지 말고, 더 많은 긍정적인 경험으로 실수를 덮어 버리는 것으로 이 3세 까지의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4세 이후로는 정확히 말해서 4살이나 60살이나 다를 게 없습니다. 다만, 어떤 경험을 "반복해서" 했느냐, 어떤 교육을 "반복해서" 받아 왔느냐, 그리고 그 "반복된" 경험이나 학습을 또 다른 "강력한" 경험으로 대체하여 자신의 사고과정의 성숙화를 이루었느냐 - 소위 "깨달음"이라고 불리는 과정 - 로 "철없는 시기"와 "철 들고 나서"의 시기로 나누고 싶습니다. 정확히 나눌 수는 없고, 경험이 부족하지만 성공이나 실패의 경험이 적은 시기가 대략 대학을 졸업하기 전이라고 생각했을 때, 대학 졸업 전이나 본인이 "순진했다" 라고 생각하는 그 시기가 이 단계에 해당할 겁니다.
그게 뇌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전의 다양한 경험으로 인한 "깨달음"이 새로운 것의 학습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더 많은 경험은 더 두꺼운 뇌세포 다발을 만들게 됩니다. 더 강력한 경험은 단 한번의 경험으로도 "두꺼운" 뇌세포 다발을 만들게 되죠. 여기서 "두껍다"는 것은 실제 뇌세포가 두꺼워짐을 말하는 게 아니라 "비슷한 입력"에 대응하여 "비슷한 출력"에 도달하는 뇌 연결 node의 절대적인 숫자가 많아짐을 뜻합니다.(실제로 두꺼워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기존의 연결들을 바꾸는 데 더 많은 경험과 노력이 필요함을 뜻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미성숙단계" 에서는 "응용"은 되지 않거나 해결 방법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새로운 뇌세포 연결을 만드는 데 더 적은 노력이 듭니다. "뇌세포 연결"은 뇌구조 발달과는 다릅니다. 0에서 3세까지는 실제 뇌세포의 숫자도 늘어나고, 심지어 필요 없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 뇌세포가 사멸하는 마법같은 일이 벌어지지만, 이후의 "뇌세포 연결"은 아주 느린 뇌세포 촉수들의 이동으로 이루어 집니다. 과립세포와 같이 일부 세포의 생성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0~3세까지 형성되는 것과 비슷한 거대 뇌 연결구조가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비유하자면 A도시로 연결되어 있던 철길을 중간에 손잡이를 잡아당겨서 B도시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물론 뇌세포에서는 A도시와 B도시 동시에 연결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충 그렇게 조그마한 변화로 다른 결과를 이끌어난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 "미성숙" 단계의 학습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쉽고, 잘못된 혹은 "미성숙된" 지식을 맹신하는 실수도 쉽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자신의 지식이 틀렸다고 증명되면 그것을 수정하는 것도 쉽지요.
자신이 충분히 성숙했다고 생각하시나요? 누구는 그렇다, 누구는 아니다라고 답하실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성숙"이란 개념을 조금 다르게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 저는 "성숙"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네요.
이미 충분히 성장하여 더 이상의 성장이나 변신이 힘든 시기
자신이 스스로 "변화가 힘들다"라고 느끼신다면, 아마도 이 단계일 겁니다.
90% 성숙인지 99% 성숙인지 따질 필요는 없겠지요. 이건 그야말로 개인적으로 어떻게 느끼는 지에 따라 다를 테니끼요. 그리고 이 단계에서의 "학습"방법이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이기도 합니다.
이전 화에서 다루었다시피, 기존의 강력한 "경험" 또는 "기억"은 그와 비슷한 상황을 다르게 인식하는 데에 어려움을 줍니다. 예전 아메리카 대륙에 서양인들이 큰 배를 타고 도착했을 때,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그렇게 큰 배가 존재할 것이라는 것을 아예 상상조차 못해서 그 큰 배에서 사람이 내렸을 때 매우 놀랐다고 합니다. 큰 배를 본 적이 없던 그들의 인생이 그들의 인식 자체를 방해한 겁니다.
우리는 격변의 시대에 살고 있고, 이미 그 시대에 적응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행태를 보아 왔습니다. 어떤 이들은 "전통"이라는 틀에 머무르며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지 않기를 "선택"합니다. 그걸로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틀리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이라면 이 책을 보고 있지도 않겠지요.
만일 나이가 들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힘들다고 생각하셨다면, 이렇게 다르게 표현해 보세요.
이 "분야"에서는 내가 너무 성숙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쉽지 않아.
여기서 "분야"라는 부분에 집중해 주세요. 왜냐하면, 배우는 게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새로운 "분야"를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분야와 관련된 비슷한 분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니까요.
그게 무슨 참신한 개소리냐구요? 새로운 것을 배우지 못해 힘들어 한다는데, 내가 이미 그걸 알고 있다고 인식한다니요? 자... 여기서 조금 다른 에피소드를 알려 드릴게요.
역사상 최고의 천재 중 하나인 아인슈타인의 이야기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아시겠지만, 아인슈타인은 최고의 과학자이자 수학자였습니다. 그가 처음 "닐스 보어"가 제시한 양자역학을 보았을 때, 그는 그것이 완전히 새로운 학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가 이미 잘 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기존 수학의 측면, 그리고 그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물질세계에 대한 인식을 동시에 사용하여 새로운 학문인 "양자역학"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완전히 새로운 학문이고, 기존의 인식인 "연속성"에 대한 완전히 다른 해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물질의 존재는 연속적이지 않으며, 오직 상호작용만이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무슨 개소리냐 싶죠? "양자역학"이 어렵다고 느끼신다면 아인슈타인도 어렵게 느꼈다는 걸 생각해 보세요. 저도 처음에 이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결국에는 "아... 나는 이것에 대해 전혀 모르는구나" 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물리학에 대한 "미성숙"한 경험이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스스로 "절대적인 시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상대적인 시간"이라는 새로운 관념을 만들어 내었던 아인슈타인은 그가 틀렸다는 것이 계속 증명될 때까지도 그걸 인정하기 싫어하며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고집을 부렸습니다.
여러분이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가 아니라고 동의하신다면, 이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마냥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셔도 되지 않을까요? 이건 원래 어려운 겁니다.
그럼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이미 성숙한 상태에서의 학습능력을 올릴 수 있을까요?
위에서 아인슈타인이 하지 못했던 한 가지가 "겸손한"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라",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 생각 못한다", "어린 아이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이런 말씀 들어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 모든 말이 "겸손"과 관련 있다는 생각 해 보신 적이 있나요?
겉으로는 "아유, 제가 뭐 대단하다고요..." 하며 "겸손"하게 행동할 수는 있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사회 생활이 힘들어질 테니까요. 하지만, 정말 마음속에서 "겸손"한지 묻는 겁니다.
"겸손"하다는 것은, 스스로 낮추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스스로에 대해 잘 인식하는 행위 입니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명제"를 항상 돌이켜보는 것입니다.
본인이 잘 하는 일에 종사하면서 겪은 수많은 "성공"의 경험과 자기 자신을 분리하는 일입니다. 내가 잘 하는 분야에서 자신감을 가지는 것과 "겸손"하는 것은 전혀 다른 행위입니다. 비록 내가 지금까지 했던 일을 잘 해 왔다고 해도 모든 분야에서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음속 깊이 받아들여야 비로소 "새로운 학습 노드"를 만드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뇌의 복잡성을 설명하며 언급했지만, 우리의 기억은 단순히 뇌의 일정 부분에 정보를 쌓아 놓는 것이 아닌 정보에 대응하는 수많은 뇌세포의 연결 그룹에 또다른 "연결"을 함으로서 이루어 집니다.
내심 내가 새롭게 공부하는 이 분야와 기존에 하는 분야가 다르다고 생각하셨을 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뇌 깊은 곳에서는 우리의 "인식" 자체가 수 많은 뇌 내 연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노드를 만들어 새로운 것을 익히겠다는 마음은 애초에 버리시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학습이 그렇듯, 우리는 기존에 있는 것을 최대한 사용해야 최대의 효율로서 익힐 수 있습니다. 업무에 관련된 새로운 지식이 기존에 했던 다른 경험으로 인해 젊은 사람들보다 더 빨리 이해하고 배웠던 경험이 많으실 겁니다. 그건 경험이 많은 "성숙한" 사람의 장점입니다.
장점을 버릴 이유도 없고, 장점을 버린다면 효율도 포기해야 합니다. 물론 그러고 싶어도 쉽지 않을 테지만요.
하여간 이런 이유로 인해 새롭게 배우는 지식, 예를 들어 AI에 대해 배우거나 양자역학에 대해 배우거나, 새로운 악기를 배우거나 뜨게질을 배우거나 할 때, 이전에 이미 경험했던 지식을 완전히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의식적으로 "나는 이것에 대해 모른다"고 인식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다음 화에서는 이에 대해 하나 하나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