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허벅지에 살이 찐 것(髀肉)을 보고 한탄(嘆) 하다. 기반이었던 서주를 잃은 유비는 이리저리 떠돌다 유표의 객장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유표의 잔치에 초대받은 유비는 허벅지에 살이 포동포동 하게 오른 것을 보고 한탄합니다.
말을 타고 전장을 누빌 때는 허벅지에 살이 붙을 일이 없었는데, 몇 년째 유표 밑에서 시간만 보내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에 울컥했던 것이죠. 이루어 놓은 것은 없고, 나이만 들어가는 자신을 보며 자조적으로 하는 탄식을 비육지탄이라 합니다. (뜨끔)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유비는 조조에게 크게 패해 서주를 잃었습니다. 비록 명망 있는 영웅이라고는 하지만 또다시 근거지를 날려 먹고 나니 새삼 춥고 배고픕니다. 갈 곳 없는 유비는 잠시 원소에게 얹혀 지냈으나, 그것도 딱히 마땅치는 않습니다. 고민 끝에 원소를 떠난 유비는 형주의 유표를 찾아 왔고, 유표는 유비를 크게 반기며 가까이 두었습니다. 하지만 사람 좋다는 유표에게도 나름의 셈이 있습니다. 행정 관료에 가까운 유표는 군사를 부리지 못해서 형주의 군권은 채씨 가문이 쥐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채씨 가문이 조조와 매우 가깝다보니 이들을 견제할 비책이 있어야 했습니다. 유비가 딱이죠.
형주는 인구가 많고 물산이 풍부한 노른자 땅입니다. 형주를 근거지로 하고 있다면 천하도 한 번 노려 볼 만 하죠. 당시 조조는 유비를 날리고, 이제는 원소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원소의 군대가 조조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에, 천하의 조조라도 한 발 삐끗하면 그대로 패망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이 다시 오기 힘든 기회라는 것을 깨달은 유비는 조조의 뒤를 치자고 권하지만 유표는 그저 먼 산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애당초 유표가 유비에게 바라는 역할은 조조가 형주를 넘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 천하를 잡는 것이 아니기도 하구요..
유비가 아무리 군사를 내고 싶다 한들, 형주는 엄연한 유표의 땅. 유비는 그저 몸을 의탁하고 있는 객장일 뿐입니다. 어느 날, 유표가 연 잔치에 초대받은 유비는 아무것도 안 하는 유표에 대한 서운함에,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에 대한 답답함을 더해, 허벅지에 살만 찌고 있다며 한탄합니다. 하지만 유표는 유비의 속 뜻을 못 알아 들었는지, 아니면 못 알아들은 척 하는 건지 끝내 군사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훗날, 조조가 원소를 크게 깨트리고 하북을 완전히 삼키자, 비로써 큰 기회를 날렸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시점에서는 유표 역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