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붕어만세 Jun 28. 2024

수어지교 | 水魚之交

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물(水)과 물고기(魚)처럼 떨어질 수 없는 사이. 관포지교나 죽마고우 역시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이를 말합니다만, 수어지교는 의미가 살짝 다릅니다. 물고기는 물이 없으면 큰일 나지만, 물이야 뭐.. 물고기가 있어도 물이고, 없어도 물이잖아요. 그래서 신뢰가 깊은 주군과 신하 사이에 많이 쓰입니다.


삼고초려 끝에 제갈량을 얻은 유비는 제갈량과 한 상에서 밥을 먹고, 같은 방에서 잠을 청할 정도로 제갈량을 아꼈습니다. 유비 입장에서야 와룡이라 불리던 책사를 얻었으니 뛸 듯이 기뻤겠죠. 하지만 오래전부터 동고동락해 온 관우와 장비의 눈에는 좀 과해 보였을 겁니다. 어느 날, 관우와 장비가 서운함을 담아 유비에게 한마디 하자, 유비는 정색을 하며 '자신과 공명은 마치 물고기와 물과 같은 사이'라고 못 박고, 관우와 장비에게도 제갈량을 함부로 대하지 말 것을 당부했는데, 여기에서 수어지교가 나왔습니다.

근데 자네껀 왜 금색인가?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조조에게 크게 패한 유비는 형주의 유표 밑으로 들어와 있었습니다. 명색은 한나라의 좌장군이지만, 실상은 남의 땅에 얹혀 있는 초라한 객장입니다. 그마저도 크게 쓰려고 받아 준 게 아니라 안으로는 채 씨 가문을 견제하는 역할, 밖으로는 조조를 견제하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유표가 바라는 유비의 역할이 그저 괜한 사고 안 치고 적당히 무게 잡아 주는 정도이다 보니, 유비는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며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갑갑해하며 조바심을 내고 있을 즈음, 유비는 제갈량과 만났습니다.


유비는 제갈량의 초가집까지 세 번을 찾아 간 끝에 제갈량을 모셔 옵니다. 나이대로 따지면 아들 뻘이고, 직위로 따져 보자면 좌장군이자 제후가 이름없는 서생을 찾아 간 모습입니다. 그만큼 인재난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는 반증이겠죠. 제갈량을 만나 본 유비는 곧바로 제갈량의 능력을 알아봤고, 뛰어난 인재를 얻었다며 크게 기뻐했습니다. 서서 말고는 큰 그림을 그릴 전략가나, 외교와 내치를 담당할 행정가가 없었던 유비에게 제갈량은 대번에 그 공백을 메워줄 인재였습니다.


유비는 제갈량과 온종일 붙어 다니며, 깍듯하게 선생으로 모셨습니다. 또한 '내가 제갈량은 얻음은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다'라고 공언하며, 제갈량에게 권위를 실어 주었습니다. 깊은 물에 든 물고기는 제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만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는 얼마 못 가 죽는다는 점에서 유비가 제갈량을 얼마나 아끼고 존중했는지 잘 알 수 있는 비유입니다. 제갈량은 외교와 내정 전반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며 유비가 떨쳐 일어나는 데 큰 힘을 보탭니다.







나는 가물치를 입히고, 지는 황금잉어를 빼 입었더라.







두둥. 수어지교 확장판

비유 자체는 물과 물고기처럼 뗄 수 없는 사이라는 의미 정도였을 겁니다. 근데 또 맥주 한잔 하다 보니 누가 물고기고, 누가 물인지 편을 갈라 따져 보게 되네요. 게다가 유비나 제갈량 모두 상대방을 높여서, 자기가 물고기라고 주장하는 독특한 경우라..


유비 물꼬기 가설

유비는 제갈량을 아껴, 한 상에서 밥 먹고 같은 침상에서 잤습니다. 제갈량은 유비가 너무 부려 먹는 것 같아 쫌 싫었습니다. 과중한 업무에 사생활도 보장이 안되다니. 아무래도 근로기준법 따위는 밥 말아먹은 블랙 군주에게 영입된 느낌입니다.




제갈량 물꼬기 가설

유비는 제갈량을 아껴, 한 상에서 밥 먹고 같은 침상에서 잤습니다. 제갈량은...잠깐. 이거는... 뭔가...대하 드라마가 아니라 아침 드라마 느낌이 나는데..?



그래서 저는 "유비가 물꼬기다"에 한 표를 걸었습니다.



탕수육은 찍먹.

민초는 이단.

궁뎅이는 하나.

and

물꼬기는 유비.




FIN.















이전 17화 단도부회 | 單刀赴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