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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 Jun 20. 2024

사랑받고 싶은 괭이밥

난 농부들이 싫어하는 괭이밥이야! 밭과 논 그리고 과수원 어디든 가리지 않고 뿌리내리고 자라서 농부들이 애써 키운 농산물 자리를 빼앗지. 그들이 잡초라고 괄시하며 뽑아내지만, 다시 자라나는 악동이다. 그런데 난 아무 생각 없이 저절로 자라는 것은 아니야. 내 주변엔 사람보다 나를 괴롭히는 경쟁자들이 많아. 난 땅속 씨앗에서 쑥쑥 자라는 능력자가 아니야. 쇠뜨기, 씀바귀, 쑥, 달개비, 바랭이는 나와 항상 자리를 다투는데, 올라갈 자리가 없으면 조용히 숨죽이고 기다리며 튀어나갈 기회를 엿봐. 언제 끝날지 모르는 눈치게임을 하다가 그들이 뽑혀나가거나 햇볕이 들어오는 것 같으면 서둘러 싹을 틔여야 해야 돼. 남보다 늦게 올라가면 볕을 받지 못해서 시들어 버리지. 내가 꼬투리에 씨앗을 많이 만들어 놓고 총알처럼 여기저기 흩뿌린 것은 농부 마음과 같아. 미리 자랄 곳을 넓히고 그 씨앗이 잘 자라기를 소망하지. 그래서 농부가 뿌린 씨를 제치고 웃자란 나를 미워하는 것을 이해해.

내가 농부 마음을 알아주듯 나를 더 알아주면 좋겠어. 난 고양이가 속이 거북하면 나를 뜯어먹는다고 해서 고양이풀, 괭이밥이란 이름이 붙었어. 고양이는 신맛 나는 나를 먹으면 얹힌 것을 토하게 되나 봐. 그런데 사람들은 새콤하다고 나를 샐러드로 종종 먹는데 괜찮을까? 나를 싫어하는 농부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것을 보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자라는 곳에도 나를 좋아하는 응애와 남방부전나비가 있고 그들을 싫어하는 벌레도 있어. 어느 농부는 과실나무를 괴롭히는 벌레를 잡으려고 독한 약을 뿌리는 대신 벌레의 천적과 함께 살고 있는 나를 심었지. 덕분에 내 곁에서 더부살이하며 나를 귀찮게 하는 응애와 나비의 애벌레를 소중하게 봐줘. 그들은 나를 사람들이 필요한 존재로 만들어주고 내 꽃이 씨앗이 되도록 도와주거든.

내게 잡초라는 굴레를 뒤집어 씌워 놓고 뽑으려 달려들 땐 황당하기도 하고 사람들 사이에 보기 싫다고 피하고 따돌림당하는 외톨이가 된 기분이 들었지. 그런데 생각해 봐! 작고 약해도 나와 비슷하게 잡풀로 불리는 여러 식물들은 다른 생명에겐 터전이 돼. 그리고 사람들에게도 약이 되기도 하고 화장품이 되기도 하고 음식이 되기도 하지. 우리 일부가 필요한 이에겐 꼭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네 처지가 남들과 친하지 않고 다르다고 해서 너를 미워하고 외톨이로 만들면 슬프겠지? 너희가 필요하다고 가축의 사료로 쓰이기 위해 이 땅에 들여온 붉은 토끼풀 같은 여러 식물들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버려져서 잡초가 되기도 했어. 그들을 지켜보고 관심을 갖고 보는 것은 나를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너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이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사료로만  쓰이던 귀리나 알팔파 같은 식물들도 관심을 갖고 보니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잖아? 남을 소중하게 대하면 알지 못하던 좋은 것도 찾게 된다고. 그건 너 자신에게도 똑같은 말이야.

나와 닮은 사랑초가 있는데, 그 이름처럼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있어. 사랑초는 나로 비롯된 식물인데, 화분에 날아든 나를 반기기는커녕 뽑아버리면 차별받는 것 같아 상처받아. 어디서든 살아낼 듯 강해 보여도 햇볕이 조금만 약해져도 잎을 접어버리고 새침해지는 것이 나야. 어떡하면 나도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했어. 요즘 도시가 너무 뜨거워지고 있는데, 너희들 곁이라서 꿋꿋하게 버텨냈어. 잡초라는 말은 어쩌면 나에겐 으뜸가는 찬사가 아닌가 싶어. 난 하트 모양의 푸른 잎을 붉게 바꾸고 도시를 감싼 뜨거운 열기를 견뎌냈지. 아스팔트로 덮인 거리 틈에서 노란 꽃잎을 펼치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지. 나도 웃고 있으니 그대들도 나처럼 웃을 수 있을 거라고.  괭이밥을 떠올리며 너와 나의 찾지 못한 가능성을 생각해 줘. 내 꽃말 빛나는 마음 예쁘지?

괭이밥 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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