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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F사람 Jun 20. 2024

출근하고 싶어지는 나쁜 방법 (?)

강아지에게 배운 진심 어린 관심

친구가 여행을 간다며 태어난 지 3개월 밖에 안된 꼬마 강아지를 맡겼다. 평소 강아지를 키우지 않아서 그런지 큰 관심은 없었다. 1주일 동안 먹이만 챙겨주면 된다고해서 맡아줬다. 거실에 작은 울타리를 만들고 거기에 두었다. 그 녀석은 울타리 안에서 자꾸 나를 반짝거리는 눈으로 쳐다봤다. 내가 물 마시러 나오면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따라왔다. 어 뭐지. 이거 생각보다 너무 귀엽잖아?


밖에 나갔다 집에 오면 나를 기다렸다는 듯 울타리 안에서 온 힘껏 점프를 했다. 넘어 올 키도 안되는데 계속 시도를 했다. 안아달라고 하는 게 분명했다. 난 이미 녀석에게 무장해제 됬다. 너무 이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만지지 못하고 바라만보고 있었다. 친구가 떠날 때 아기 때부터 만지면 나중에 분리불안이 오니 만지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강아지에게 무관심했던 나에게 맡겼구나. 이렇게 이쁜 녀석을 못 만지게 하다니 진짜 독한 놈이다.


꼬순이는 내가 멀리 있어도 아름다운 두 눈을 반짝이며 지치지도 않고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꼬순아 밥 줄까?' 하는 목소리를 듣거나 한 번씩 옆으로 다가갈 때면 작은 꼬리를 흔들며 쏜살같이 따라왔다. 녀석이 껑충껑충 뛰고 환희로 가득 찬 모습을 보니 나 또한 너무 행복했다. 어느 순간 꼬순이는 나에게 그저 빛이었고 즐거움이었다.


친구가 여행에서 돌아오고 꼬순이도 함께 돌아갔다. 함께한 시간은 잠깐 이었지만 계속 생각이 나고 보고 싶었다.

‘꼬순아 너는 인간관계에 대한 책을 읽지 않았지? 그럴 필요가 없었어. 넌 축복받은 본능과 재능이 있어. 너처럼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단 몇 일안에 모든 사람이 넘어올 거야. 그리고 어느 순간 반대로 다른 사람이 너에게 관심을 받으려고 노력할 거야.‘


나는 꼬순이를 통해 배웠다. 다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진다면, 그 사람도 며칠안에 당신의 관심을 얻기위해 노력할 거라는 것을.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영호는 의사, 간호사, 이송기사 등 다른 직종 관련 없이 모든 사람에게 인기가 많고 승진도 유독 빠르다. 영호에게는 미안하지만 그가 잘생기거나 이뻐서 그런 건 아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사소하지만 행복한 관심을 준다. 출근을 하면 ‘안녕’이라는 인사보다는 ‘어제 너 인스타 보니까 여자친구랑 놀러 갔다 왔더라? 어디 갔다 온 거야?’라며 사소하지만 기분좋은 물음을 던진다. 덕분에 출근하자마자 기분이 안좋아도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다른 선배에게도 ‘오늘 머리가 달라 보이는데 미용실 다녀오셨어요?’라던지 ‘교수님 이번에 책 쓰셨던데 사서 꼭 한 번 읽어볼게요. 책 사서 가져올 테니 다음에 꼭 사인해 주세요!’라며 어려울 수 있는 교수님에게도 쉽게 다가간다. 상대방이 현재 가장 관심 있어하는 걸 잘 파악하고 진심을 담아서 이야기하는 영호가 대단하다.


영호가 평소에도 밝은 성격이라 다른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는 것 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밝은 성격으로만 가지는 관심은 오히려 오지랖이 된다. 오지랖이 아닌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드는 건 바로 ‘진심’이다. 사소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관심이 있어야 한다. 바로 그 점이 영호가 병원에서 인기많고, 선배나 교수님들에게도 좋은 점수를 받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성격이 내성적이라서 못해. 굳이 저렇게 까지 해야 해? 나는 그런 거 안 하더라도 혼자서 잘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겪어 본 직장이나 사회는 혼자서 살아가기는 참 어려운 공간이었다. 모든 분야를 다 안다고 해도 혼자서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했다. 병원만 하더라도 의사, 간호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응급구조사, 약사, 이송기사, 간호조무사, 원무과 심지어 병원을 관리하는 총무과, 인사과 등 수많은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려니 직장 생활이 힘든건 당연하다.


잘 지내기 위해서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내가 좋아하는 한 두 명에게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도 직장 생활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출근하기 싫을 때 써먹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출근 직전 오늘 같이 일하는 사람 중 1-2명을 먼저 속으로 생각해라. 그리고 ‘진심으로 저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입이 귀에 걸리는 미소 가득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해주자.


신기하게도 그들을 마주칠 때마다 내 입꼬리도 올라간다.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서로에게 좋은 말이 나가게 된다. 그러면 그들도 행복한 마음으로 당신에게 보답할 것이다.


타인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은 바로 이거다. 절대 어렵지 않다. 내성적인 사람이라도 이렇게 한 두 번 하다 보면 좋은 직장생활, 좋은 사회생활을 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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