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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달살기(3)-현대미술관과
통쾌한 뉴욕의 밤

할랄 가이즈를 먹다가!

by 호히부부

(2014/6월)


[호]

지난 주 금요일에는 마음먹고 뉴욕 현대미술관에 갔다.

1997년과 2002년에 아이들과 함께 뉴욕에 들렀을 때,

미국자연사 박물관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을 가본 적이 있지만

뉴욕 현대미술관은 처음이기도 하고,

매주 금요일 오후 4시부터는 무료입장이어서 일부러 그 시간에 맞춰 다녀왔다.ㅎㅎ

(1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일본 의류기업인 유니클로의 후원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무료입장을 하고 있다).


사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돈 아까워서라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테지만,

25달러(2025년 현재 성인 30달러)나 하는 비싼(?) 입장료를 절약하려는

자린고비 여행자 입장에서뿐 아니라,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짜 관람을 오는지 하는 궁금함도 있었다.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가 후원하는 금요일 무료입장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그런데 사실 기업의 후원으로 공공시설을 관람객에게 무료입장시키는 것보다는,

1997년에 가본 멕시코 국립 인류학 박물관은 가난한 사람들의 관람을 위해

매주 일요일은 무료개방하고 있었는데,

이처럼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허나 뉴욕 현대미술관 역시 1929년 기업가였던 록펠러 2세의 후원으로 생긴 것이니,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무의미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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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MoMA)에 대한 설명은 워낙 유명해서 따로 필요가 없을 것이다.

MoMA에는 200,000점 이상의 그림, 조각, 사진, 스케치, 건축물 모델과 스케치, 디자인 작품이 있고,

14,000편이 넘는 영화, 미술관 내 도서관에는 140,000권의 도서가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미술관에는 한국어 가이드 안내서가 비치돼 있는 것은 물론,

한국어로 오디오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모바일 기기도 무료대여하고 있었다.

곧장 6층으로 올라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관람을 시작했다.

인상파 화가의 작품을 시작으로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 앞에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깊은 감명을 받지는 못했으나

미술 교과서나 언론을 통해 보았던 낯익은 작품들이 보이면 저절로 발길이 멈춰지고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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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의 (좌) 올리브 나무들(1889년), (우) 별이 빛나는 밤에(1889년)


파블로 피카소, 거울 앞의 소녀(193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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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피카소의 (좌), 두 누드(1906년) (우) , 여인 두상(1932년)


앙리 마티스, 댄스(1) (19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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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마크 샤갈,나와 마을(1911년), (우)로이 리히텐슈타인,물에 빠진 소녀(1963년)


앤디 워홀, 캠벨 수프 캔(196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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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의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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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밖과 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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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계단은 그 자체로 작품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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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조각작품 앞에서 쉬고 있는 관람객들


금요일 오후 4시부터 문을 닫을 때까지 부지런히 관람을 한다면

대부분의 주요 작품을 주마간산 식으로 둘러보고 나올 수는 있겠다.

하지만 무료 관람시간대에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조용히 감상하기엔 무리일 듯 하다.

특히 미술관 내에서 후래쉬를 터뜨리지 않으면 이처럼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도 되기 때문에

유명한 작품 앞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찍거나, 그림과 함께 자신의 사진도 촬영하느라 북적대서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려면, 다른 시간대에 오는 것이 낫겠다.


미술관을 나오니 어느덧 배가 출출해져,

근처 6번가 53St 코너에 있는 유명한 할랄푸드를 먹으러 갔다.

'할랄 가이즈'란 이름을 내건 길거리 음식인데, 줄을 길게 서있다.


뉴욕의 대표 거리 음식 할랄가이즈 앞에 늘어선 사람들


밥 위에 고기, 야채, 또르띠야, 그위에 소스... 까지 한끼 식사로 충분한 할랄 가이즈


한접시에 6달러인데 두명이 먹어도 될 정도로 양이 많다.

닭고기와 양고기, 밥과 야채를 섞은 것이다.

(2025년 지금은 가격이 거의 두배이고, 양고기가 소고기로 바뀜)

길거리 음식이라 모두들,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먹는다.

우리도 길가 화단에 걸터 앉아 먹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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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천둥이 치더니 소나기가 사정없이 쏟아진다.

지나가는 뉴요커들이 허둥지둥 비를 피하고,

뉴욕의 명물 인력거꾼들도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느라 바쁘다.

우리도 한 건물 처마밑에 멀뚱거리며 서서 구경을 하는데,

마천루 사이를 사정없이 쏟아퍼붓는 거센 빗줄기와 돌풍, 천둥번개는

맨하탄 거리의 노숙자나 도도한 업타운 걸이나 가릴 것 없이

물에 빠진 새앙쥐처럼 한순간에 후줄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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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또한 비에 젖긴 했지만

통쾌한 뉴욕의 밤이다.






(2014/6월, 뉴욕 한달살기 중에 가족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카페다보니 격의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시절만의 옛스러운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가끔 글 중간에 2025년 현재의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아래에도 2025년의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2025년의 현재 생각"


[호]

도서관이나 영화관은 자주 가는 편인데 같은 관자 돌림인^^

미술관에 가본 적이 언제였던가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외국여행중에나 맘 먹고 찾아간 정도랄까.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경복궁이나 남산타워 등 명소를 찾는 데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부러 찾아가서 구경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그럼에도 뉴욕 맨하튼 중심부에 위치한 뉴욕 현대미술관(Moma: Museum of Modern Art)은

피카소를 비롯한 인상파 작가의 작품부터 고흐, 마티스, 달리, 앤디 워홀 등

초현실주의, 팝아트, 미니멀리즘, 컨셉추얼 아트 등 다양한 예술 사조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연 250만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찾아오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현대미술관이랍니다.


이런 미술관이 국가가 아닌 개인이 기부한 기부금으로 시작했다는 점 또한 부러움을 삽니다.

1929년 대공황 직전에 애비 앨드리치 록펠러(Abby Aldrich Rockefeller)와 릴리 블리스(Lillie P. Bliss),

코넬리우스 설리반(Cornelius J. Sullivan) 등 세 여성에 의해 미술관이 설립되었다는데,

애비의 남편인 록펠러 2세는 처음에는 미술관 설립과 운영을 반대했지만,

결국 지금의 미술관 부지를 매입해 주고 이후 거액을 기부하여

모마의 설립과 운영에 주축이 되었다고 합니다.


영국의 대영박물관이나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등에 전시된 미술품 대부분이 이집트나 그리스등

다른 나라에서 약탈해온 것이 많은 것에 비해 (박물관과 미술관은 다르겠지만)

이곳에 전시된 미술품은 제대로 돈을 주고 구입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에도 기업가들이 세운 미술관들이 여럿 있지만,

앞으로 기대를 해볼 만한 게 이건희 컬렉션이 아닐까 싶습니다.

2021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들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은

공개되자마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총 11,023건, 23,000여 점이라는 엄청난 규모와,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만 60점이 넘는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별도로 이건희 미술관을 2028년 개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조선산수화의 정점이라는 정선의 <인왕제색도>, 현대 한국미술의 거장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화가 이중섭의 <흰 소>, 모네의 대표작 <수련이 있는 연못> 등

그 화려한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라 합니다.

이건희 미술관이 개관한다면 그때는 맘먹고 유료관람을 해봐야겠습니다.^^


[히]

뉴욕 현대미술관을 수박 겉핧기 식으로나마 관람 후,

미술관 근처에 있는 길거리 음식으로 유명한 할랄가이즈를 길거리에 앉아서 맛보는 일은,

(도통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 미술관 구경보다 기억에 남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세상 어디고간에 그 지역 길거리 음식이라는 것은

낯설고 물설은 여행자에게는 너무나 편안하고 고마운 음식이거늘,

무엇보다 밥 한 끼 외식하기가 쉽지 않은 뉴욕이고보면

가성비 갑인 할랄 가이즈는 더 말할 필요가 없겠죠.

눈앞에 펼쳐진 거대하기만한 뉴욕에서 며칠을 보내며 알게모르게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었나봅니다.

뉴욕의 서민 음식, 할랄 가이즈를 한입 물고서 때맞춰 갑자기 쏱아지는 소나기를 보자,

화려한 뉴욕 거리 곳곳을 일순간에 평정해버리는,

위대한 자연의 공평함에 속마저 시원해졌으니.ㅎㅎ


S3500015.JPG 뉴욕 거리에서 우리의 풍물패를 만나다


할랄가이즈는 1990년 3명의 이집트 출신 이민자들에 의해 시작,

지금은 전세계까지 진출한 뉴욕의 스트릿 푸드의 신화라고 하네요.

그런데 최근에는 우리의 소울푸드인 김밥이 해외수출에 한 몫하며

뉴욕을 비롯, 세계인의 소울푸드가 되고 있습니다.

김치, 비빔밥, 김밥 등 한국의 전통음식들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음에

그저 마음 뿌듯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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