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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만사 - 레이 크룩

경영자 12

by 구포국수

레이 크룩 (1902 ~ 1984)

영업 맨은 더듬이를 가진 사마귀와 같다. 먹잇감이 나타나면, 반드시 제압한다. 레이 크룩은 멋진 사냥감을 발견했다. 맥도널드 프랜차이즈권에 만족하지 않았고, 브랜드와 사업권을 통째로 사버렸다. 올인했고, 대박을 거뒀다.




레이 크룩은 밀크 셰이크 기계를 파는 영업직이었는데, 한 가게로부터 기계 주문이 많아 LA에 있는 이 가게를 방문했다. 그는 이 가게가 지방에서 조그맣게 운영될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햄버거 가게임을 알아차렸다.


그는 1955년 맥도널드 형제를 설득해 프랜차이즈 사업 독점권을 따냈고, 1962년에는 27만불을 주고 사업권 전체를 넘겨받았다. 맥도널드 제국의 사업적 토대를 100% 마련했다. 맥도널드 형제가 표준화를 통해 패스트푸드 햄버거 사업모델을 만들었다면, 레이 크룩은 브랜딩과 마케팅을 통해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점 사업을 만들었다.


콜럼버스가 미국을 발견했고, 토마스 제퍼슨이 미국 건국의 기초를 만들었다면, 레이 크룩은 미국을 맥도날제이션 했다고 한 언론에서 그의 업적을 평가했다. 맥도널드의 M자 아치는, 1920년 초기의 맥도널드 아치 두 개를 붙여서 연결한 것이다. 이것이 맥도널드의 이니셜 M자처럼 보이기도 했기 때문에, 공식 로고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맥도널드는 119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190만명의 종업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 한국은 물론, 외국에서도 가끔 이용했다.


1995년 내가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1년 동안 할 때의 일이다. 일본어 연수원에서 3개월 숙식하며 공부할 때, 이 과정을 거쳤던 선배들의 말이 떠올랐다. 일본어가 어느 정도 귀에 들리는지 테스트해 보고 싶다면, 시내에 있는 맥도널드 가게에서 햄버거를 주문해 보라고 했다.


주말에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막상 맥도널드 점원에게 주문하면서 떨렸다. 점원들은 일본말로 ‘하야쿠찌(はやくち)’라고 해서, 속사포처럼 고객에게 묻고 주문을 받았다. 점원의 빠른 질문이었지만, 한국에서 주문했던 경험도 있어서 제대로 먹고 나왔다.


2010년 미국 주재원 시절에 급히 업무를 처리하느라, 구내식당이 마감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인근에 식당도 없기 때문에 나는 차를 끌고 좀 떨어져 있는 맥도널드에 갔다. 햄버거와 콜라를 사서,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미국에서 귀국하니, 내가 살던 집 근처에 맥도널드 드라이빙 스루 점포가 생겼다. 드라이빙 스루로 포장하거나, 주말에는 가족과 매장에서 식사도 했다. 당시 매장 종업원들의 능수능란한 일처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나이 많으신 할머니께서 맥도널드 모자를 이쁘게 쓰시고, 바닥 청소에 여념이 없으셨다. 키오스크 주문에 맞추어 주방에서는, 조리 전문가들이 로봇처럼 움직였다. 음식을 나누어 주는 직원들도 한 몸같이 움직였다.


미국에는 우리나라처럼 고속도로 휴게소가 잘 발달되어 있지 않다. 기름을 넣거나, 급한 용무를 위해서 고속도로를 잠시 나가야 할 경우가 있다. 고속도로 램프를 나가서 만나는 첫 번째 가게는, 골든 아치의 맥도널드일 경우가 많다. 레이 크룩이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이 부동산 사업이라고 정의했다.


미국 전역에 요지의 땅을 사서 프랜차이즈 시켰던, 그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정크 푸드로 비판을 받으며 패스트푸드의 위기도 있었다. 그들은 친환경 재료, 맥카페, 해피밀, 사은품 등으로 사업을 풍성하게 했다. 지금은 버거킹뿐만 아니라 수제 버거와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나는 맥도널드와 그들의 상술에 익숙하다.


애그 맥머핀과 치킨 맥너겟을 휴일 아침에 찾는 우리 집 아이들의 식생활은, 하루이틀 만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코카콜라와 함께 미국식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첨병 역할을 했던 맥도널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직원들이 능수능란한 동작으로 맥도널드 인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빨리 질문하던 전통적인 주문방식이 이제 키오스크에 밀려, 좀 아쉽기는 하다. 맥도널드의 주방 콘셉트는 좁은 공간의 잠수함 주방 시스템을 참고한 것이라고 한다. 레이 크룩이 맥도널드의 성공을 이미 70년 전에 알아볼 정도로, 대단한 영업의 촉을 가졌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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