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예술가 03
강수진 (1967 ~ )
발레를 위해, 삼겹살을 한 번도 먹지 못한 사람이다. 평생을 먹는 것과 사투를 했던 그녀의 결연함에 박수를 보낸다. 그녀의 뭉그러진 발 사진은 암투병 중인 환자와 같다. 왜 발레를 하는가? 그녀만이 그 질문에 답을 할 자격이 있다.
강수진은 우리나라 발레계의 레전드다. 오래전 토슈즈와 함께 그녀의 뭉그러진 발 사진이 공개돼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그녀는 선화 예중에 한국 무용으로 입학했다가, 발레로 전향했다. 선화 예고 1학년 때에는, 모나코 왕립 발레학교장의 초청으로 3년간 발레 유학을 떠났다.
1986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동양인 최초로 입단했다. 이후의 기록들도 모두 최초였다. 1997년 수석 무용수, 2007년 궁정 무용가상 수상, 2016년 종신단원 선정 등이 대표적이다. 그녀는 지독한 연습 벌레였다. 독일 발레단 시절 매일 8~9시간을 연습했다고 한다. 부상도 많이 당했다. 정강이 뼈를 다쳤을 때는 발레 인생이 끝날 줄 알았는데, 회복해 복귀했다. 그 뒤로부터 ‘강철 나비’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녀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녀는 무릎 아랫부분이 발레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부상을 달고 살면서 발을 못살게 만들었던 이유도,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내 딸은 초등학교부터 발레를 시작했다. 몸매를 예쁘게 해 주기 위해 시작했는데, 발레를 전공하게 되었다. 살과의 전쟁을 하면서, 굶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OO중학교 발레과에 진학했지만 먹는 것과 신체적인 한계를 끝내 이기지 못해, 고등학교부터 방향을 전환했다.
나는 발레 하면, 먹는 것과의 전쟁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강수진의 깡마른 모습을 보면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그녀는 삼겹살을 지금까지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그녀는 국립 발레단장에 선임되었고, 4번 연속 연임되어 2026년까지 단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발레의 대중화, 발레 유망주들을 현장에서 육성하고 있다. 그녀의 인생에서 발레를 빼고는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 내가 대학생일 때, 신문에서 그녀의 기사를 우연히 본 적이 있다. 당시는 발레가 아주 낯선 세계였는데, 내 딸이 한때 발레를 하면서 이제 그렇게 먼 세계가 아니다.
강수진은 우리나라 발레의 인간문화재다. 지금도 현역처럼 무대에 선다고 한다. 그녀는 단원을 뽑을 때 신체 조건보다, 발레에 대한 열정을 중시한다고 한다. 과거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