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ge of Chaos
What is Strategy? – Edge of Chaos (전략이란 무엇인가? – 혼돈의 경계에서)
‘着眼大局(착안대국), 着手小局(착수소국).’ 대국적으로 생각하고 멀리 방향을 보면서, 착수할 때는 한수 한수에 집중해 부분적인 성공들을 모아 승리한다는 바둑 용어입니다. 바둑판은 가로∙세로 각 19줄이지만, 무한의 수가 있기 때문에 바둑인들은 이 말을 늘 마음에 새긴다고 들었습니다.
Strategy(전략, 戰略)를 한자로 풀이하면 ‘싸움을 생략하다.’ 즉, 전쟁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뜻하죠.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전략을 ‘어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라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이번 에세이는 전략이 기업경영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며, 전략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 그리고 감사활동에서 전략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Choice & Concentration
전략을 이야기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이 선택과 집중입니다. 기업의 경영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최대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에 집중한다는 것이죠. 이 말은 100% 타당하지만, 요즘 경영여건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새로운 패러다임이 출현하고, 아무 관련 없는 업체가 경쟁업체로 불쑥 등장합니다. 이와 같은 경영환경의 가변성(VUCA : 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 속에서, 기업전략의 선택과 집중은 오히려 경영의 독이 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기업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사업의 본질과 핵심에 집중해야 합니다. Fast Fashion의 시대에 Slow Fashion을 지향하는 기업, 획일적인 커피 프랜차이즈와 달리 Blue Bottle은 자신만의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웠죠. 이들의 이유 있는 느림과 불편함은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고, 패션/커피시장을 큰 관점에서 바라보고 작은 지점에 특화해 성공했죠. 미래 신시장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으니, 기업이 스스로 학습해 발견해야만 합니다. 저인망식으로 Seed를 뿌리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선택하고 집중한 곳이 미래 유망시장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낭패이기 때문이죠.
VUCA 시대에 기업의 선택과 집중이 많은 Challenge를 받고 있습니다. 기존의 사업만을 고집하는 Dogma에 갇혀서는 곤란한 상황입니다. 감사도 기존 RBA(Risk Based Audit)에 따른 효과성/효율성 중심의 진행방식에서, 선택과 집중이 초래하는 제반 Challenge에 새로운 Approach를 모색해야 합니다.
Vision / Strategy
비전은 A기업의 것, 전략은 B기업의 것을 차용해 우리 회사의 것으로 만든다면, 임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요? 경영학은 비전, 전략, 실천계획까지 기업운영 Hierarchy의 Align을 강조합니다. 회사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감사의 미션과 실천계획도 잘 Align 돼야 함은 물론입니다.
비전이 기업경영의 Goal이라면, 전략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기업의 비전-전략-실천계획은 개별도 중요하지만, 톱니바퀴처럼 전체가 원활하게 작동돼야 합니다. 성공한 기업과 실패한 기업이 비슷한 길을 걷지만, 성패를 가르는 것은 해당기업이 시장환경에 적합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전략적 융통성을 가진 기업만이, 시장에서 최종 승자가 됩니다. 결국, 기업은 자신에게 맞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기업의 전략에는 통찰력이 중요합니다. 실천계획에는 분석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업은 잘 구분해 역량을 축적해야 합니다.
Signal
이웃집 강아지가 짖지 않는다 → 인근에 주택공사가 없다 → 주택산업 침체 → 글로벌 경제위기가 예상된다. 기업 경영활동에서 임직원들은 수많은 신호들을 접하게 됩니다. 기업은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발신되는 크고 작은 시그널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기업은 경영환경에 대해 면밀한 관찰, 기민한 태도, 상식에 기초한 판단, 더 빨리 신호를 감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기업의 이런 활동들은 미래 사업기회의 포착, 기업의 Reputation 및 고객중시 경영과 직결되기 때문이죠.
외부 시그널에 대한 신속한 대응은 해당 기업이 빨리 변화하고 혁신하겠다는 메시지여서, 고객과 시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환경 변화에 둔감하거나 외면하는 기업은, 시장의 부정적인 평가에 직면해 결국은 퇴출됩니다. 기업들은 ESG 평가점수 때문이 아니라, 각종 시그널을 빨리 캐치하고 ESG경영을 전방위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경영환경 시그널에 기업의 능동적인 자세는, 다른 기업과 차별되는 포인트입니다.
하인리히 법칙(1 : 29 : 300)에 의하면 한 건의 큰 사고(Major Incident)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Minor Incident)가 발생하고, 300번의 잠재적 징후들(Near Misses)이 나타납니다. 감사업무는 회사 리스크(부정 포함)의 사전예방과 관리에 역점을 둡니다. 따라서, 컴플라이언스 측면에서 대내외 시그널에 남다른 촉을 유지해야 합니다.
Detective / Consultant
감사업무는 부정 적발과 컴플라이언스 준수를 점검하는 ‘준거감사’, 경영자원의 효율성과 경영목표의 달성 수준을 점검하는 ‘성과감사’로 대별됩니다. 준거감사는 사후적인 접근법이고, 성과감사는 사전적인 방식이죠. 준거감사는 감사인이 Detective의 역할, 성과감사는 Consultant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기업이 비전-전략-실천계획의 Hierarchy를 잘 구비돼야 하듯이, 감사도 PJT에 따라 동일한 컴포넌트들이 잘 세팅되어야 합니다. 감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업가치(경쟁력)의 제고인데, 감사업무의 Vision에 해당합니다. 감사 PJT를 발굴해 진행할 때, 비전에 맞는 감사전략과 실천계획을 잘 수립해야 합니다. 성과감사 분야는 감사인들이 회사 및 감사 전략에 대한 마인드셋을 제대로 갖추고, 임해야 합니다.
Chicken Game
사업계획에서 매출은 예상 판매단가*판매량으로 추산되는데, 판매단가는 통상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죠. 단가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수급에 기초하는 데, 범용 메모리 반도체는 공급초과 시점에 60~70% 단가하락도 덤덤히 반영해야 합니다. 높은 스펙이 아닌 범용제품은 가격 치킨게임으로 내몰리며, 결국 원가경쟁력이 뛰어난 소수 기업만이 살아남습니다.
제임스 딘의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두 사람이 자동차로 절벽을 향해 돌진하다가, 핸들을 먼저 돌리는 쪽이 패합니다. 치킨게임 방식의 자동차 경주는 개인의 목숨이 걸렸지만, 과거 반도체 기업들의 판매단가 치킨게임에서는 반도체 기업의 떼죽음을 초래했죠. 1990년 세계 10대 반도체 회사 중 20년이 지나, 2020년 기준으로 생존한 기업은 2개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파산, 피합병 등으로 사라졌죠. 가격 치킨게임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원가경쟁력 이외에 사업 전략, 경쟁력, 경영혁신 등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이것들은 피 말리는 치킨게임에서도 기업을 살리는 생명줄입니다.
Strategy Tax
전략세는 자사의 시장지배적 전략에 어떤 내부적 도전을 불허함에 따라, 그 회사가 감당해야 하는 미래기회의 상실을 의미합니다. 어떤 조직이든, 최고의 인재는 새로운 도전을 희망합니다. 이러한 인재들의 도전을 기업이 봉쇄하는 나쁜 전략(비혁신적)을 구사하면, 인재이탈이라는 전략세를 감당해야 합니다.
카메라 필름의 대명사 KODAK은 후지필름 대비 품질도 뛰어났고, 마케팅도 우수해 우월적 지위를 유지했죠. 이 회사가 디지털카메라기술을 세계최초로 확보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기술을 코닥이 스스로 사장시켰다는 것입니다. 이후 카메라시장이 필름에서 디지털로 진전되면서, 코닥은 부메랑을 맞고 파산했습니다. 반면, 후지필름은 필름기술과 연계된 의료/전자/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기업의 영속성을 확보했죠. 판을 바꿀 신기술을 가지고도, 미래를 포기했던 코닥의 사례에서 승자의 저주를 봅니다.
기업전략이 왜곡된 방식으로 선택과 집중되면, Strategy Tax 이슈가 발생해 큰 재앙을 초래합니다. 감사부서에서 경영진단시 회사 전략들의 상충관계, 현재와 미래 경영전략과 역량이 잘 Align 되었는지 살펴야 합니다.
Strategic Partnership
기업 M&A 사례를 들여다보면 인수자가 FI(Financial Investor), SI(Strategic Investor)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FI는 주로 금융기관, SI는 피인수기업을 직접 운영할 사업자이죠. M&A이후 인수사업이 정상화될 경우, SI는 FI 주식의 우선매수를 전제로 합니다. SI 입장에서는 인수초기 리스크 분산, 자금부담 경감 등 참여자 간 Win-Win 형태의 기업인수 방식이죠.
물리적으로는 통합하지 않고 기업 간 전략적 제휴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 기업이 모든 역량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전략적 제휴를 통해 사업을 추진합니다. Collaboration 방식도 많이 활용됩니다. 신발업체 Crocs가 명품 브랜드들과 콜라보를 통해 Crocs 자체 브랜드의 신선도를 높이거나, 특정 타깃 고객의 흡수를 위해 사용하는 방식이죠. 전략적 제휴/Collaboration은 기업이 사업/역량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방식이며, 새로운 형태의 기업혁신 엔진입니다. 감사부서는 회사차원의 중요한 전략적 제휴에 대해서는, Cost & Benefit 분석을 근거로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튜디오 지브리 / GE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그는 이웃집 토로로 등 다수의 명작을 발표했으며, 예술작품으로 평가받았죠. 1985년에 설립된 스튜디오 지브리가 2014년에 제작부문을 해산했습니다. 바로 One Man 비즈니스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장인정신으로 뭉친 곳이지만 후계자 승계 실패, 작품 플랫폼관리 실패, 고비용구조의 극복 실패 등 많은 문제점도 있었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한 사람의 카리스마에만 의존하는 것은, 이제는 시대적 Code가 아닌 듯합니다.
에디슨이 창업했고, 잭 웰치가 20년간 이끌었던 미국의 자존심 GE(General Electronic)의 존재감이 퇴색되고 있습니다. 웰치 이후 경영성과는 저조했고 2021년 들어서 금융사업을 포기했으며, 헬스케어/신재생에너지의 단계적 사업분할도 발표했죠. 기업은 CEO 한 사람의 역할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임직원 모두가 기업 Value를 제고해야만 지속가능기업이 될 수 있음을 스튜디오 지브리, GE 두 사례를 통해서 알게 됩니다.
Strategic Inflection Point
인텔의 전 CEO 앤디 그로브는, 전략적 변곡점을 경쟁의 규칙이 바뀌는 지점이라고 했습니다. 전략적 변곡점에서 CEO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먼저, 빠른 시간 내에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합니다. 선택은 대부분 과거에 얽매여, 의사 결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위기는 과거의 불연속성(전략적 변곡점)에 있고, 변화의 시작단계에서는 미래를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변화의 앞부분에서 바로 미래를 봐야 합니다. 위대한 기업은 무작정 과거 방식을 소환하기보다, 혼돈의 모서리(Edge of Chaos)에서 창조적 역량을 발휘합니다.
전략적 변곡점에서 상상력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자신의 이름을 처음으로 알렸던 영화는 Jaws입니다. 당시 그는 제작비 문제로, 박진감 넘치는 영상을 찍을 수 없다는 위기감에 빠졌습니다. 그때 그는 스릴러 영화의 거장 히치콕 감독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했죠. 마침내 저 예산으로 Jaws를 창조적으로 만들고, 흥행에서도 대박을 쳤죠. 그는 히치콕의 아이디어를 스마트하게 훔쳤고, 그의 어깨 위에 올라타서 영화제작에 성공했으며 자신의 이름도 널리 알렸습니다.
Strategic Agility
최근 경영환경은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되고,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통찰력을 가지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전략적 민첩성이 요구됩니다. 과거에 성공했던 기업일수록 성공의 덫(Success Trap)에 걸릴 경우가 많죠. 과거 성공방식에서 벗어나 혁신하는 노력에 인색하고, 현실에 안주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성공 경험과 지나친 자기 확신에 따른, 조직의 관료화/경직화를 막아내야 합니다. 이것들은 기업 Agility의 최대 적이기 때문입니다. 전략 없는 민첩성도 조건반사에 불과해, 역시 무의미합니다.
미래 기회의 문은 도착지에 신경을 쓰는 기업, 전략적 민첩성으로 무장된 기업에게 열립니다. 미래의 안전지대(Safety Zone)는 현재 가장 불편한 영역에 있죠. 이런 영역에 한 발 앞서 기업을 Shift 하기 위해, 전략을 수립하고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전략적 민첩성의 보상은 큽니다. 감사부서가 성과감사를 할 경우, 회사의 전략적 민첩성에 대한 진단 및 개선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기업의 전략은 전술(실천계획)이라는 다수의 위성을 가진 행성(Planet)과 같고, 항성(Fixed Star)이라고 할 수 있는 Vision의 하위개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One more thing! – Paradox경영
패러독스 경영은 상충되는 경영요소들을 조화롭게 공존시키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분법적 선택상황에서 어느 쪽도 포기하지 않고, 동시에 추구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죠. 삼성은 1996년 신경영을 실천하며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삼성은 기존 경영방식의 장점은 살리고,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방식도 과감히 채택했습니다. 대규모 기업이지만 Speedy 하게, 非관련 다각화 사업들은 분야별 전문적인 경쟁력을 높이고, 일본식 경영에 미국식 장점(경영 원칙/스타일)을 접목했죠.
일류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모순적인 요소들을 조화롭게 엮어내야 합니다. 타원은 원과 달리 두 개의 중심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타원은 패러독스 경영, 양손잡이 경영(Ambidextrous Management)을 잘 표현한 도형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원은 모나지 않고 어느 하나에 치중하지 않으며, 상반되는 이슈를 아우르며 최고의 성과를 지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략은 어렵고, 컨설턴트들이 고민할 주제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영업부문의 경영진단을 하고 나서, 영업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해준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한 달에 1,000통의 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고 가정(제한된 경영자원 측면) 해 봅시다. 어떤 직원은 한 거래선에 몰아서, 어떤 직원은 한 거래선에 1통씩 전화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이 두 사람 방식의 중간 어딘 가에서 영업활동을 하겠죠. 그것이 바로 영업직원으로서 개인의 전략이고, 그것이 모인다면 바로 영업부문의 전략인 것입니다.
우리는 부지불식 중에 이미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으며, 경영환경이 변하면 민첩하게 전략을 수정하는 Routine을 내재화해 있습니다. 전략은 컨설팅 회사가 만들어주는 예쁜 그림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입니다. 우리의 전략이 경영환경에 효과적/효율적인지에 따라, 우리 기업의 미래 생존이 결정됩니다.
2022년이 밝았습니다. 금년에도 감사인 모두에게 좋은 일들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