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우선이다.
나는 수험생활을 4수를 했다. 한 번도 힘든 수험생활을 나는 네 번이나 지칠 줄을 모르는 개처럼 앞을 보며 달렸었다. 4수를 할 때쯤엔, 재수, 삼수 때의 열정은 이미 다 타버렸다. 공부하던 관성만이 남아 스스로 괴로워했다. 쨍 쬐는 태양 빛 아래 목마른 개처럼 지쳐서 한 발짝도 나아가기 힘들어했다. 그 시절의 나는 사무치는 외로움에 위로받고 싶었다. 그때의 나는 그 외로운 감정을 감추며 공부했었다.
그런 나를 움직인 말은 외할머니의 말이었다. “너무 공부, 공부하지 말어라, 공부보단 건강이 우선이어야, 시험 잘 봐도 몸 다치면 아무 쓸모가 없응께 시험 못 봐도 이미 좋은 대학교 들어갔으니 거기서 공부 잘하면 되니께 무리하지 말그라”. 이 말은 나의 뇌리에 남아 내게 세 가지 도움을 주었다. 4수를 하던 시절에 힘들 때마다 떠올리며 힘든 마음을 버티고 무사히 수험을 치를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살자는 지금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내가 힘들 때 옆에서 응원해 주는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긴 수험과 더위에 지칠 7월 때쯤, 이젠 정말 마지막이라 결심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로 기숙학원에서 삭발하고 공부할 때 때었다. 학원에선 격주로 10분 통화 시간이 주어진다. 외할머니께 안부 인사 전화를 드렸다. “네 할머니 잘 지내고 계세요?” 그러자 요즘 내 걱정에 잠을 못 자고 있다. 잠자리는 편하니, 밥은 잘 나오니, 공부는 잘돼가냐 등의 나를 걱정해 주시는 말씀이 연신 쏟아졌다. 그러면서 부담 갖지 말라고 해주시는 “너무 공부, 공부하지 말어, 공부보단 건강이 우선이어야, 시험 잘 봐도 몸 다치면 아무 쓸모가 없응께 시험 못 봐도 이미 좋은 대학교 들어갔으니 거기서 공부 잘하면 되니께 무리하지 말그라”라는 말이 큰 위로가 되었다. 그래, 나는 이미 충분히 좋은 대학교에 들어갔으니 그냥 공부를 즐기면 되는 거야. 너무 불안해하지 않고 공부하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할머니의 한마디는 나의 용기가 되었다. 힘들 때마다 스스로 되뇌었다 그래 나는 해야 하는 공부가 아니라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이니까. 힘들어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다. 공부할 수 있고 나를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 결심했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몸이 지쳐도 마음속은 활활 타오르며 이전에 있던 쓸쓸하고 외롭고 뒤처진 것 같아 너무나 우울하던 마음도 태우고 집중하며 공부할 수 있었다.
나는 이 고마운 마음을 남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다. 기숙학원에는 동갑인 친구가 있었다. 동갑이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와서 이번이 처음 수능이었던 친구였다. 이 친구가 다가오는 수능에 불안감, 오르지 않는 성적의 슬픔을 말했다. 나는 친구의 부담감을 줄여주기 위해 외할머니께 들은 말처럼 하지만 친구에게 맞게. 너무 부담감 가질 필요 없다. 수능을 망쳐도 논술이 있고 논술 말고도 편입, 반수 등 길은 많으니 너무 부담감에 건강을 해치지 말아라. 이번 입시에 모든 것을 내건다는 마음보다는 이번 입시를 건강하게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가족들을 만나면 된다. 내가 받은 말을 돌려주었다.
결국 나는 사수에서 입시에 실패하였다. 경희대에 복학하였다. 그래도 마음이 상하지 않는다. 비록, 입시의 목표는 이루지 못했더라도 사수 수험의 목표는 이뤘지 않은가.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수험생활 마치기 말이다. 마지막 수험에서 나는 최선을 다했고 미련을 털어냈다. 장소 에세이에서 서술한 건강이 우선이라는 깨달음도 이 할머니의 말씀에서 비롯된 마음가짐일 것이다. 할머니의 그 말씀은 지금까지도 남아 내게 힘이 돼주고 있다. 지금 대학에서 하는 공부도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들이니 내가 좋아하는 만큼 건강하게 공부할 수 있다.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가족의 소중함을 알았다. 말로는 몸조심, 건강 우선이라 하셨어도, 내가 꿈을 밝히고 노력하면서 나한테 거는 기대도 크셨을 텐데, 또한 자식 하고 싶은 거 하게 해준다고 무리해서까지 학원을 보내주셨는데 그럼에도 내 건강을 먼저 걱정하시는 것에서, 가족은 나를 언제나 진심으로 생각해 준다는 것을 알았다. 학원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전화하고 털어놓을 곳은 가족이었고 내가 진심으로 힘들 때도 항상 겉에서 지지해 주었다. 내가 가족을 꾸리게 된다면 내가 받은 사랑을 자식들에게 주는 가족을 만들고 싶다.
할머니의 따뜻한 한마디는 나에게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하는 큰 힘이 되었다. 이 한마디를 통해 나는 고난을 극복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사랑을 나누는 법과 성공과 실패를 떠나 가족관계의 가치와 건강의 중요성을 배웠다. 가족의 사랑과 지지는 수험생활과 같은 고난을 헤쳐 나가는 데 있어 힘이 됐다. 이런 고난을 겪을 때, 중요한 것은 성취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임을. 나는 이 교훈을 기숙학원에서 친구에게 나눈 것처럼 다른 사람과 나누며,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