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요한걸 Nov 16. 2024

성장과 변화는 고통 속에서 온다.

후회없는 선택을 할 뿐

암을 치유하면서 내 마음과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들이 헤엄쳐 다녔다.

수술을 어디서 할지
어떤 방법으로 할지
그 이후 나는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지…

수많은 생각들이 떠오르지만, 이 생각들이 오히려 나를 더 괴롭게 만들었다.
결국,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려 했다.

먼저 병원 선택을 신중하게 했다.
유명한 병원을 찾아가고, 이름난 교수님을 소개받아 수술 날짜까지 잡았다.

하지만, 모 대학병원 교수님과 상담을 하던 순간,
나 자신이 마치 사람이 아닌 병원에 돈을 가져다주는 상품처럼 느껴졌다.
불친절한 태도와, 손끝이 떨리는 교수님의 모습이 나의 불안감을 더했다.
결국, 그 수술을 취소했다.


누군가를 치료하려면, 우선 나 자신이 건강해야 하는것이 아닌가...

물론..많은 환자들을 상대하다보면 교수님 스스로의 건강을 돌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도 들면서...


하지만 피로에 젖어 있는 교수님의 모습에서 

내 암 수술을 맡길 수 없었다.


유명한 병원일수록, 많은 환자를 상대하고 

병원도 하나의 사업체이다보니

환자는 그저 하나의 상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그 현실을 마주하니 마음이 참 묘했다.


사실 요즘 

갑상선암은 암으로 취급되지 않지만, 내 상태는 심각했다.
임파선에 전이가 10곳 이상 되었고, 암 덩어리가 생각보다 커서 갑상선 전체를 절제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 이후에는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도 필요할 수 있고,
평생 호르몬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 순간, 머릿속에 수많은 의문이 떠올랐다.
내가 정말 이 치료 과정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과연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수술 결과가 나오더라도,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후회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갑상선 절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우연히, 갑상선 절제를 최소화하려는 교수님을 알게 되었고,
교수님과 상담을 했다.


그 교수님은 암이 있더라도 최대한 절제하지 않고,
갑상선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치료를 하신다고 했다.
내 상태를 보시고는 "암 덩어리가 꽤 크네요. 절제를 해야겠지만,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절제하고, 암이 있는 부위만 잘라냅시다"라고 하셨다.

그 순간, 작은 희망의 불빛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했던 것은, 그 교수님의 상담 방식이었다.


다른 병원에서는 질병과 수술만을 바라보며,
어떻게 수술할지, 어떻게 치료할지 그것만 중요하게 여겼다면,
이 교수님은 나의 직업과 성향을 고려하며,
세심하고 깊이 있는 진료를 해주셨다.
그런 마음씀씀이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환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지 완벽한 수술과 치료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겪는 정신적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다.
두려움과 불안, 걱정에 짓눌린 마음을 조금이라도 내려놓게 해주는 것.
그 교수님이 보여준 배려와 따뜻한 마음이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물론 부분 절제 수술을 선택했을 때, 재발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세포가 주기적으로 변화하며, 치유될 수 있다고 믿었다.

혹여나 지금 맞다고 생각하는 수술 방식이,
미래에는 무식한 방법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 믿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내가 보는 것이 진리라고 믿는다.

하지만 무엇이 옳은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우리는 그저 현재 자신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길을 믿고 따를 뿐이다.

물론 내가 선택한 방식이 틀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의 기준은 단 하나, 후회 없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암 수술을 받은 후, 몸이 너무 피로했던 탓인지,
퇴원 후에는 응급 수술로 담낭까지 제거하게 되었다.
얼마나 내 몸을 혹사시켰던 걸까…

지금 와서 돌아보니, 과거의 나는 부끄러움 투성이었다.
너무 어리석고, 마냥 투정부리고, 부정적인 생각에 가득 차 있었다.

어쩌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위해 끊임없이 달려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레이스 속에서, 긍정적인 열정보다는
부정적인 고집과 아집이 나를 더 지배했었다.

그 살기, 그 무의식적인 투쟁이 내 몸을 치고,
결국 나는 그 살기를 버티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여러 번 몸에 칼집을 내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고 싶다면,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이 답이라는 것을.


매 순간이 쌓여 하루가 되고, 하루가 쌓여 인생이 된다.
그러니 오늘 하루는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나'로 나아가기 위한 작은 디딤돌이다.

현재 내가 겪고 있는 경험들은 나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우주의 모든 것은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나 그 변화 속에는 늘 슬픔과 고통이 함께한다.
이 사실은 부정할 수 없기에 더 아프게 다가온다.

부족함을 수용하는 용기,
그리고 그 부족함을 진심으로 마주하며 받아들이는 자세는
완전한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선을 수련하는 자'는 단순히 '척'하는 자와 다르다.


'척'이란 노력 없이 선한 모습을 흉내 내려는 가식이며, 무지에서 비롯된 허상일 뿐이다.


진정한 성장과 변화는 충격과 고통 속에서 이루어진다.
고통 없이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며, 깊이 깨닫는 것도 불가능하다.
때로는 가장 아픈 상처가 가장 소중한 가르침이 되기도 한다.
나는 모두가 그 슬픔과 고통을 피하지 말고, 

각자마다 그 안에서 진정으로 변화하는 나를 만나며 평온하길 바란다.

이전 10화 색안경 벗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