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사라진 폼페이(이탈리아어: Pompeii)는 고대 로마의 도시였다. 위치는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주 나폴리 인근으로, 현재 행정 구역으로는 나폴리 광역시 폼페이 코무네에 속한다.
사라질 당시 폼페이는 농업과 상업의 중심지이자 로마 귀족들의 휴양지로 매우 번성했던 도시였다.
서기 79년 8월 24일 운명의 날, 평소 광물질을 뿜어내 주변 토양을 비옥하게 해 주었던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
순식간에 엄청난 양의 화산폭발 잔해물이 산등선을 타고 시속 160km로 인근의 도시 폼페이를 덮쳤다.
8월 25일 아침, 화산폭발은 멈췄으나 단 18시간 만에 폼페이는 사라진 도시가 되어 영원히 시간이 멈췄다.
땅속에 잠들어있던 이 도시가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화산폭발 이후 1,700여 년이 지난 후였다.
1592년 폼페이 위를 가로지르는 운하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수로를 파던 공사를 하던 중 우연히 유물이 발견되었다.
즉시 밑을 파자 건물, 문화재 등의 유적이 발굴되면서 사라진 도시 폼페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본격적인 복원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도굴꾼만 득시글거렸다.
이후 1748년, 이탈리아를 지배하고 있던 프랑스의 부르봉 왕조가 독점 사업으로 폼페이에 대한 발굴을 시작했다.
이들의 발굴은 약탈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아름다운 출토품만이 중요하게 취급될 뿐 나머지 유물들은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사장되고 말았다. 또 모자이크나 벽화 같은 폼페이 양식을 보여주는 미술품들도 충분한 조사 없이 모조리 프랑스 왕궁으로 가져가 버렸다.
폼페이에서 발굴된 유물
1861년 이탈리아가 통일되면서 폼페이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국왕 빅토르 에마뉴엘 2세는 고고학자 주세페 피오렐리를 발굴 대장으로 임명하고, 조직적인 발굴을 지시했다.
이렇게 해서 폼페이는 유적에 대한 구획 정리와 함께 본격적인 수리와 보존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지하 4미터 아래 묻혔던 폼페이는 놀랍게도 화산재 덕분에 당시 도시의 원형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폼페이의 봉인이 풀리자 옛 로마 제국의 도시 문명이 고스란히 되살아난 것이다.
폼페이는 일정한 간격으로 건축물이 설계된 계획도시였으며 도로는 모두 포장되어 있었다. 광장 주변에는 신전과 행정 기관, 환전소, 시장이 있었고 공공수도와 공중목욕탕도 설계되어 있었다.
너무도 완벽하게 보존된 도시를 보면서 어떻게 사체의 흔적이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는지 피오렐리는 의문을 가졌다.
한 도시가 화산재에 덮여 사라졌는데 몇 구의 화석을 제외하고는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가 발굴한 집에서는 식사 중에 봉변을 당했는지 음식을 담았던 그릇이 식탁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런데 용암과 화산재가 식어서 굳어진 발굴 현장 흙더미 사이에 이상한 형태의 빈 공간이 많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피오렐리는 그곳에 석고를 부어보았다. 이윽고 석고가 굳자 놀라운 형태가 드러났다.
그것은 사람들이 뒤엉켜 죽은 사체들의 모형이었다. 폼페이 사람들은 오랜 시간이 흐르자 부패하여 사라졌고 그로 인해 공간이 생겼던 것이다.
로마인들의 화석
이 석고 캐스트들은 폼페이 최후의 순간 숨진 사람들의 몸짓과 표정까지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었다.
뜨거운 화산재의 열기를 견디지 못해 입과 코를 막은 채 앉은 자세로 죽은 사람, 뱃속 아기를 보호하려고 엎드린 모습의 임산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몸부림치는 모습 그대로 죽음을 맞은 연인은 서로 손을 맞잡고 있었다. 지금까지 찾아낸 주검은 2,000구에 달한다.
고대에는 의식주를 모두 자급자족 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폼페이 사람들은 시장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다. 그동안 폼페이에서 발굴된 상점이 만 400여 개에 이른다. 화덕이 여러 개 설치된 음식점도 있었다.
폼페이 현장
벽돌로 만든 대형 맷돌과 커다란 화덕이 있는 빵집도 있었다.
건물 출입문 옆에 오가는 사람들이 소변을 볼 수 있도록 커다란 항아리가 놓인 곳은 세탁소였다. 고대에는 세탁할 때 소변을 세제로 사용했기 때문에 세탁소 건물 앞에 소변 항아리를 놓아둔 것이다.
서기 79년 8월 24일 폼페이 사람들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활기찬 하루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후 1시경 베수비오 화산 쪽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오며 시커먼 연기가 올라왔고 잠시 후 화산재는 평화로운 마을을 향했다.
사람들에겐 시간이 없었다. 각기 살길을 찾아 헤맸으나 안전한 곳은 없었다. 그 아수라장인 상황은 영화와 소설로 재현되었다.
소설 <폼페이>
소설 <폼페이>는 케임브리지 출신 역사학자이자 소설가인 로버트 해리스(Robert Harris)의 작품이다.
로버트 해리스의 작품은 히스토리 팩션(Fact+Fiction)이다. 히스토리 팩션이란 실존했던 사건이나 인물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가상의 이야기를 덧붙이는 형식을 말한다. 그래서 해리스의 작품 주인공은 실제 역사 인물과 작가가 창작한 인물이 소설에서 함께 공존한다.
팩션을 집필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고증이 필요하다. 거기에 상상력과 탄탄한 소설적 구성이 더해져 소설이 완성된다.
<폼페이>는 베수비오 화산폭발로 멸망한 향락의 도시 폼페이를 작품 소재로 하고 있다.
<폼페이>를 다룬 소설은 1934년 에드워드 불워 리턴의 <폼페이 최후의 날>이 널리 알려져 있으며 같은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폼페이 책과 영화 포스터
그러나 내가 <폼페이 최후의 날>을 선택하지 않고 로버트 해리스의 <폼페이>를 텍스트로 정한 이유는 이 소설이 로마와 폼페이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철저한 고증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폼페이>는 폼페이의 멸망은 물론 로마의 찬란했던 문화, 폭발 이전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탐욕과 심리적 충돌이 재미를 더하고 있다.
로버트 해리스는 <폼페이> 집필을 위해 5년 동안 자료 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는 <폼페이> 집필 이후 로마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키케로 시리즈라 불리는 <로마사 3부작>을 완성했다.
폼페이의 등장인물은 가상의 인물과 실존 인물이 있다. 주인공이자 수도교를 관리하는 수도 기사 ‘아틸리우스’는 가상의 인물이고, 실존 인물로는 로마의 대 역사가이자 해군 제독인 ‘플리니우스’, 폼페이 최고의 부자이자 화려한 생활을 즐기는 귀족 ‘암플리아투스’ 등이 있다.
<폼페이> 줄거리
로버트 해리스의 <폼페이>는 폼페이 최후의 역사적, 자연적 사건 속에 묻혀 사라진 사람들의 마지막을 상상하여 기록하고 있다.
폼페이 책
팩션 분야의 소설답게 <폼페이>에는 많은 실존 인물이 등장한다.
미세눔의 해군제독이자 저술가인 플리니우스, 그의 조카인 소(小) 플리니우스, 플리니우스의 동료인 폼포니아누스, 페디우스 카스쿠스와 그의 아내 렉티나 등이다.
소(小) 플리니우스는 분화 현장을 지켜보고 당시 상황을 역사학자 타키투스에게 두 통의 편지로 보내기도 했다.
화산 분화 2일 전인 서기 79년 8월 22일, 수도 기사 아틸리우스가 폼페이를 포함한 여러 마을에 물을 공급하는 거대한 로마 수로인 아쿠아 아우구스타(Aqua Augusta)에 새로 임명된 수석 엔지니어로 나폴리만에 도착한다. 그는 투철한 직업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전임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라졌고, 물의 흐름이 갑자기 멈췄다. 젊고 경험은 부족하지만 이와 같은 증상이 지역에 대한 불길한 징조라고 생각한 아틸리우스는 로마 도시의 필수 자원인 물 공급을 복원하기로 결심한다.
아틸리우스는 상황이 단순한 기계 고장이 아닌 훨씬 더 복잡하다는 사실을 재빨리 알아냈다. 그는 조사를 하면서 유황 냄새와 물의 온도 상승과 같은 특이한 지질학적 현상을 관찰하는데, 이는 재앙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점점 커지는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역 엘리트로부터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라는 압박을 받는다.
폼페이에서 아틸리우스는 부패, 탐욕, 착취를 바탕으로 권력과 영향력을 쌓아온 부유한 자유인 암플리아투스(Ampliatus)를 만난다.
노예에서 도시의 지배자로 변신한 암플리아투스에게는 아버지를 증오하는 정의로운 딸 코렐리아가 있다. 암플리아투스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하여 이익을 얻고 임박한 재난에 신경 쓰지 않고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아틸리우스는 이곳에서 총명하고 용감한 딸 코렐리아를 만난다. 그녀는 아버지의 억압적인 통제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중이었다. 아틸리우스는 코렐리아와 함께 진실을 밝히고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협력한다.
폼페이 현장
아틸리우스의 조사는 그를 베수비오산으로 이끌었고 그곳에서 그는 수질 오염과 흐름 중단의 원인, 즉 임박한 화산폭발을 알리는 지진 활동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의 경고는 공공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보다 자신의 지위와 부를 유지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지방 당국에 의해 무시된다.
폭발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더욱 심각해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된다. 베수비오 화산이 마침내 폭발하자 소설은 재난의 공포와 혼란을 생생하게 서술한다.
땅의 진동이 시작되고 돌덩어리들이 그야말로 비 오듯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사람들은 베개나 방석으로 머리를 가린 채 안전한 곳으로 가기 위해 몸부림쳤다.
영국 화가 그레이엄 코튼이 그린 폼페이 최후의 날(자료-네이버)
그러나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죽음을 안겨준 것은 돌멩이와 용암이 아닌 화산재였다. 화산재가 낮게 깔리면서 사람들은 질식하고, 이어 화산재가 섞인 비가 내리면서 시멘트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폼페이와 나폴리 만 동부 해안의 도시가 순식간에 잿더미에 갇히게 된 것이다. 화산재, 경석, 치명적인 화쇄류로 생존자는 거의 남지 않았다.
화산재 영향권 지도
황폐화 속에서도 아틸리우스는 특별한 용기와 헌신을 보여주며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코렐리아와 다른 사람들을 구하는 동시에 미래를 위해 아쿠아 아우구스타를 보호하려고 시도한다.
소설은 아틸리우스의 운명이 해결되지 않은 채 모호하게 끝난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독창성의 회복력과 자연의 압도적인 힘과 종종 근시안적인 인류의 오만 사이의 뚜렷한 대조를 암시하고 있다.
로버트 해리스(Robert Harris)는 역사적 정확성과 서스펜스 및 드라마를 결합한 복잡한 이야기를 엮어 독자들에게 고대 폼페이의 삶과 죽음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소설은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을 파괴한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을 생생하고 참혹하게 묘사하며 정점에 이른다. 혼란 속에서 아틸리우스는 자신의 운명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생명을 구하고 아쿠아 아우구스타를 보존하기 위해 싸운다.
<폼페이>는 세심한 역사적 디테일과 서스펜스를 결합하여 고대 로마 도시의 사회, 문화, 재앙적 파괴를 생생하게 재현한 소설이다.
이 책은 베수비오 화산폭발을 소재로 삼는 동시에 로마의 찬란한 문화와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작가 소개
로버트 해리스(Robert Harris)는 꼼꼼하게 연구한 역사 및 정치 스릴러 작품으로 유명한 영국의 저명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다.
로버트 해리스
1957년 3월 7일 영국 노팅엄에서 태어난 해리스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처음에 저널리즘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더 선데이 타임스’(The Sunday Times) 및 ‘옵서버’(The Observer)의 정치부 편집장으로 일했다.
그는 2003년 영국 언론상이 선정한 ‘올해의 칼럼니스트’로 뽑히기도 했다. 로버트 해리스는 왕립문학협회 회원이다.
BBC ‘뉴스나이트’와 ‘파노라마’ 방송 리포터로도 활약했던 로버트 해리스는 1992년 <당신들의 조국>(Fatherland)을 출간하면서 문학에 입문했다.
이후 그는 다섯 편의 소설 <이니그마>, <아크엔젤>, <폼페이>, <임페리움>, <고스트 라이터>를 발표했다.
그의 책들은 백만 부 단위로 팔려나갔으며 30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이후 해리스는 역사와 소설을 함께 쓰는 대가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쓴 작품은 다음과 같다.
<당신들의 조국>(1992)
해리스의 데뷔작으로 1964년 나치가 지배하는 전쟁 이후의 유럽을 배경으로 한다. 독일은 12개의 연합을 거느리고 동유럽은 위대한 독일 제국(Greater German Reich)의 통제로 넘어간다.
영국은 평화를 청했고 러시아의 모스크바는 함락되었다. 히틀러의 75세 생일을 맞이한 해로 이를 기념하는 데 방해되는 그 무엇도 허용되지 않는다.
익사 사건을 조사하던 중 환멸을 느낀 사법경찰 크사비어 마르크는 그를 궁극적으로 유럽에 거주하는 유태인의 비밀 몰살로 안내하는 단서를 찾게 된다.
역사의 대안이자 해리스가 가장 만족스러운 소설이라고 말하는 작품으로 이 책의 냉담함은 히틀러가 승리자인 세상의 설득력 있는 재현으로부터 만들어졌다.
이 책은 과거 나치 정권에서 벗어나려 계속해서 몸부림치는 현대 독일을 상기시켜 준다.
<이니그마>(1995)
이 작품은 블레츨리 파크의 독일 U보트 암호해독에 영감을 받아 쓴 소설이다. 이야기는 지적 자극과 완벽히 비밀리에 함께 일하는 뛰어난 개인들을 다룬다.
해리스는 스테이션 X로 알려진 업적을 ‘전쟁 역사에 있어 가장 성공적이고 인정받은 기밀 노력’이라고 표현했고, 이 발언에 비추어 그의 소설은 암호 해독자들의 업적에 대한 찬사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실제 사건을 다뤘다. 1943년 3월, 가장 큰 수송대가 뉴욕을 떠나려 할 즈음, 일주일 동안 영국은 이니그마를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을 잃었다.
다시 암호를 해독하는 방법을 복구하려는 정신없는 시간과의 싸움은 이야기의 배경이 된다. 톰 제리코는 약하고 순진한 젊은 청년으로, 치열한 근무 환경 속에서 여자 친구의 갑작스러운 행방불명에 대한 미스터리를 밝혀내야 한다.
교보문고에 있는 로버트 해리스 책
아마존에 있는 로버트 해리스 책
<아크엔젤>(1998)
현대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한 해리스의 세 번째 소설 <아크엔젤>은 러시아의 권위주의적 과거의 영혼들과 현재 민주주의의 취약점이 배어있다.
소설은 풀루크 켈소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그는 스탈린의 비밀문서들이 학계의 명성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고 이를 찾아내려는 방탕한 사학자다.
그의 수사는 그를 백해 항구의 아르항겔스크의 외지고 오싹한 숲으로 안내하고, 그는 스탈린의 마지막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해리스는 그의 주인공을 악명 높은 옥스퍼드 현대사의 전 교수 노르만 스톤에 기반을 두었다. 그 실존 인물처럼 켈소는 매력적이고 제멋대로이며, 열정적이고 불손하다. 그러나 다음 문장처럼 해리스의 허구적 창조가 아니다.
‘스탈린은 두려움의 통치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는 스탈린 이전부터 존재했고, 그는 이를 개선시켰고, 또한 또다시 존재할 수 있다. 히틀러가 아닌 그의 망령을 우리는 걱정해야 한다.’
이는 정치 기자 해리슨이 말하는 것이다. 그는 잘 짜인 재미를 제공하고 엄청난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고심에 독자들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