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
연휴라 함은 넷플릭스 시리즈 하나 정주행해줘야 하는 법.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아! 물론 웹툰도 진즉에 봤음) [중증외상센터]를 아이들과 함께 시청했다. 극 중 주인공 '백강혁'은 외상 외과 교수로 중증외상센터의 신의 손으로 불린다. 못 살리는 사람이 없다는 뜻.
산에서 실족한 환자를 데리러 헬기를 타고 가는데 난기류로 기장이 돌아가려고 하자 직접 헬기를 운전하고 다 와서는 로프를 타고 내려가 환자를 보고 헬기에서 뇌에 구멍을 뚫는 그는 이런 말을 달고 산다.
'저렇게까지 해야 돼?'라는 생각과 함께 몇 년 전 봤던 영화가 생각났다.
[터널]이라는 영화였는데 한 사람이 터널 붕괴 사고로 터널 속에 갇힌다. 도면 상 그 사람이 있는 쪽에 통로를 뚫어내려 가는 방식으로 구조를 하는데 수십일이 지나서야 그 도면이 잘 못 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속에 갇힌 사람은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이미 다 떨어진 상황. 다시 재 구조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다치게 된다. 살아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한 사람 때문에 구조인원들을 위험에 빠뜨리면 안 된다와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큰 거 아니냐는 여론이 생기기 시작한다.
솔직히!! 나도 그 여론 속의 한 사람이었다. '한 사람' 때문에.... 너무 많은 희생과 손해가 치러지고 있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사람 살리는데만 혈안인 백강혁이 있는 중증외상센터는 고질적인 적자로 병원 관계자들의 눈엣가시였고 어떻게든 백강혁을 쫓아내려고 호시탐탐 방해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방해꾼의 한 사람인 외과 과장의 딸이 교통사고로 중증외상센터로 실려오게 된다. 그의 딸은 심장 파열로 생명이 위태로은 상태였는데 백강혁이 응급 수술로 무사히 살려낸다. 외과 과장은 무릎을 꿇고 감사 인사를 한다. 그에게 백강혁이 한 말은...
머리를 한 대 주 차인 것 같았다. 내가 얼마나 편협한 인간이었는지 깨달았다. 터널 속에 갇힌 사람이 나의 가족이었다면.. 아니 나였다면.. 경제적으로 손해인 것 같으니 구조를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산에서 떨어진 사람이 나의 가족이었다면... 아니 나였다면.. 헬기까지 띄울 필요는 없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나의 가족이 내가 중증 외상으로 죽어가고 있는데도 중증외상센터는 적자가 심하니 없어져야 된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난 언제부터 사람 목숨보다 경제적 득실을 먼저 생각하는 인간이 되었나 생각하니 내가 참 싫어졌다. 또 나와 가족의 일로 생각해야 깨닫게 되는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게 참 부끄럽다.
내가 겪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아무래도 좋다는 위험한 생각을 경계해야 할 것 같다. 아니, 내가 겪을 일이 아니어도 사람 목숨이 돈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될 것 같다. 백강혁처럼 오로지 '사람을 살리는 게 먼저'인 사람들로 가득 찬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Q.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위험도 감수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백강혁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