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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의 울림은 요란하다

#교단일기_1

by 민샤

나는 깡통이다.

아이들 앞에서 실컷 쨍그랑 거린다.

뭐라도 채워져 있으면 요란함이 덜하겠건만,

나는 속이 완전 빈 깡통이다.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 안을 무엇으로 채울지

내 두께를 어떻게 탄탄하게 할지

포장은 어떤 문양과 색으로 할지


가끔 고민이 귀찮아 천성을 탓한다.

에라이 그냥 철로 태어났으면.

철로 만든 종(鐘)은 그 울림이 얼마나 대단하던가.


묵직하니 한자리에서 궂은 날씨를 모두 버티고

투웅 치더라도 그 울림은 잔잔하지만 멀리 가고.


탓한다고 뭐가 바뀌나.


나를 무엇으로 채울지

튼튼한 마음을 갖는 방법은 무엇인지

아이들과 어떤 가치와 배움을 공유할지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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