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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호 Oct 29. 2024

비누

신작 시 




비누   /  김순호





나를 취하십시오 

당신이 부르면 나는 언제든 달려가

오염된 하루를 깨끗하고  맑게 해  드리겠습니다

지친  당신의 손이 내 몸을 리게 애무해도  

나는 생살을 한 꺼풀씩 벗겨 당신께 바칩니다   

당신도 보지  못하는  은밀한 그곳까지  빠짐없이

쾌적하고  향기롭게


 당신은 나를 닳도록 갈취하다  미련 없이 흘려버리시네요

그러나 나의 숙명은 당신을 위해 죽는 것,  

기꺼이 어둡고  습한 지하로  내려갑니다  

곳엔  나보다 먼저

삭은  탄피처럼  녹슨  죽음들이 소용돌이칩니다


당신은 가끔  사라진 나를  기억해  똑같은 나를 찾도 할 테지요

수많은  불빛 중  하나가 죽으면

다른 것으로 그 자리를 메우만이듯이  


그러나  그건  내가 아닙니다


삶이  떠난  나는  강변에  도착해  

슬며시  빛을 버리는  한 등불의 몰락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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