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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이 Aug 12. 2024

시시한 여행 ep0. 인생여행의 시작

시어머니 시누이와 함께한 이태리 여행기_프롤로그

23년 12월 초, 영하 6~7도의 제법 추운 겨울이었다.
하와이에서 갓 돌아온 내겐 더 그랬다.

그렇게 6개월간의 하와이 어학연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먼저 해야 할 일이 생각났다.

바로 시어머니를 뵙는 것.


귀한 아들 혼자 내버려 두고 며느리는 그 좋다는 하와이를 어학연수를 빙자해 제대로 즐기다 왔으니 대체 나를 어찌 보실꼬 하는 괜스레 찔리는 마음에서다. 6개월 전 물론 내 계획에 대해 남편을 통해(?) 조심스레 모두 아뢰옵고 실상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나 흔쾌히 지지를 해주신 시어머니시지만, 그래도 며느리는 한국에 돌아오니 죄송한 마음에 서둘러 부산을 찾았다.        


사실 일 년에 두 번, 명절 시즌을 맞아 다녀왔던 부산 시댁이라 뭐 그리 오랜만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가끔은 이러저러 사정과 핑계로 명절마저도 못 챙겼기도 했고. 여하튼 하와이행을 앞두고 지난 4월에 왔었으니 연말쯤 오면 평소처럼 인 게 지... 내 손엔 대단한 기념품도 아닌 시어머니의 평소 애정템인 스타벅스 텀블러 하와이 컬렉션 두 개가 다였다. 기간에 비해 너무 가벼운 손이었지만 시어머니는 찐으로 이게 젤 좋다며 반겨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식사를 마치고 차 한잔 하러 들른 사직동의 어느 예쁜 카페.

어머니는 살짝 미소를 띠시며 내게 "얘야, 네가 참 잘하는 그 자유여행 나도 한번 누려보고 싶구나. 내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내 무릎으로 여기저기 다닐 수 있을 때 며느리 덕 좀 한번 볼 수 있겠니?"라고 결혼 10년 만에 처음으로 듣는 어머니 요청인 듯했다.


늘 주변에 부산 시어머니 세상 쿨하다며 친구들한테도 자랑을 늘어놓았던 난, 그도 그럴 것이 결혼 1년쯤 되었을 때 아침 문안 인사차 드린 출근길 전화에서 "너희는 아기 생각 없니?" 라며 조심스럽게 전화로 물어보시는 시어머니께 아주 당돌한 며느리 모드로 "어머니 저는 일과 육아를 모두 잘할 자신이 없어서 둘 중 하나여야 할 것 같은데 지금은 새로 들어간 회사에서 적응하는 것도 참 힘드네요..." 라며 남편과 상의도 없이 즉흥적으로 이렇게 내 솔직한 마음의 소리를 내뱉어버리고 말았다.


당시 매거진에서 방송으로 이직을 하며 세상 다른 환경의 업무와 사람들에 적응하느라 부끄럽지만 무척이나 헤맬 때였다. 게다가 비슷한 시기에 결혼까지 하게 되어 나의 30대 중반은 새롭게 펼쳐진 인생 3막쯤 되는 어딘가에서 하루하루 긴장과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이런 며느리의 이기적인 답변에 시어머니는 잠시 고민하시다 "그래 알았다. 돈도 벌 수 있을 때 버는 거다. 둘이 열심히 벌고 남편과 상의해서 너희끼리 마음 맞춰 잘 지내는 게 더 중요하지!"라는 짤막하지만 쉽게 시어머니 위치에서 하시기 힘든 답을 쿨하게 내어 주셨다. 그 뒤로도 진짜 단 한 번도 손주에 대한 언급을 안 하신 시어머니. 그래서 감사하기도 하고 사실 죄송한 마음도 크다.


이런 내게 처음으로 꺼내신 이 부탁은 아마도 직장 생활한다고 틈 없이 바쁘게만 보였던 며느리가 이제 좀 자유로워지니 큰맘 먹고 용기내신 것 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우리의 시시한 여행은 시작되었다.


참고로 난 손 위 시누이가 둘인데 두 분 모두 미혼으로 결혼에 큰 관심 없이 앞으로도 그렇게 계속 비혼으로 지낼 분위기 같다. 큰 시누이는 엄마와 함께 살며 도란도란 둘만의 시간을 잘 보내는 편이었다. 두 분은 현재 중국어 배움에 엄청난 열정을 쏟고 있고, 일본어에 능통한 큰언니 덕분에 코로나 이후 부쩍 어머니와 단 둘이 일본 여행도 잘 다니고 중국어 스터디모임에서 주최하는 중국 패키지여행도 종종 함께 다녀오신다고 했다. 매사 무엇을 배우는 것에 관심사가 큰 분들이다 보니 취향도 비슷한 듯하다.


함께 살지 않는 둘째 시누이와도 어머닌 자주 시간을 보내시는데, 내 관점에서 보는 이 관계는 '딸바보' 시어머니보다는 오십이 다 된 '엄마바보' 두 딸들 쪽에 가까운 것 같다. 시어머니 일상 스케줄의 지분은 두 딸들로 늘 차 있으신 것 같았다. "오늘 둘째 휴무라 함께 영화 보고 밥 먹기로 했어!", "이번주 수요일 저녁엔 중국어 스터디에 큰애랑 같이 가야 해요." 뭐 개인적인 생활도 바쁘시지만 늘 두 딸의 자리가 엄마를 채우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나 역시 시어머니의 인간적 매력에 대해 늘 궁금하기도 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우리의 '시시한 여행'은 시어머니, 큰 시누, 남편 그리고 나까지 이렇게 넷이서 떠나기로 일단 결의를 다지고 카페를 나섰다. 아... 뭐부터 해야 하지...







Epilog.

이왕 하기로 한 거 어머니께 끝내주는 인생여행을 선물해드리고 싶은데... 그러려면 어머니가 원하시는 것부터 알아야겠군! 그럼 어머니를 인터뷰해 볼까! 음... 어디 보자! (아래는 실제로 어머니께 설문한 내용입니다.)



OOO님 인생여행을 위한 Q&A

♡ 이번 여행이 당신께 라이프 베스트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여행계획을 꾸리기 전에 필요한 정보를 여쭙니다. 아래 내용 살펴보시고 같은 마음으로 편안하게 답변해 주시면 여행계획 시에 참고하도록 할게요! 고맙습니다 ♡
1.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 여행지, 동행인, 언제 다녀왔는지
     - 어떤 점이 특별히 좋았는지 등

2. 평소 선호하는 여행스타일은?
    - 예시. 휴양지에서 호캉스
    - 예시. 문화역사적 장소를 탐방하며 새로운 경험 많이 하기

3. 현재 희망하는 여행의 목적과 여행지는?
    - 1순위
    - 2순위

4. 여행에서 꼭 해보고 싶은 특별한 것이 있다면?

5. 반대로 가급적 여행 중에 안 하고 싶은 것은?

6. 여행 중 현지음식에 대한 선호도는? 혹시 가리는 음식이 있으신가요?
    - 하루에 한 번 이상 한식이 꼭 필요하다
    - 전혀 개의치 않고 현지식사를 즐기는 편이다

7. 평소 복용하시는 약이 있는지요? 여행 중 건강상 체크해야 할 주의사항은?

8. 평소 운동량 고려, 하루에 걷는 시간은 얼마나 가능하신가요?
    - 예시 : 두 시간 정도는 충분히 걸어서 다니지만 이후엔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 예시 : 1시간도 무리, 가급적 걷는 일정은 피하는 것이 좋다

9. 최근에 주로 이용한 비행시간은 얼마나 되었으며 피로도는 얼마나 느끼셨는지요?
    - 최근 여행 :
    - 피로도 척도 : 최고 피곤한 게 10점이라고 하면 얼마나 되셨나요?

10. 미주나 유럽의 경우 13시간 정도를 한 번에 이동해야 할 수 있는데 이 점 무리 없을지요?

11. 당신은 얼리버드 스타일? 아님 올빼미족 스타일?
      - 예시 : 여행지에선 자고로 아침 일찍 조식부터 챙겨 먹고 빨리 나가는 편이다
      - 예시 : 여행인데 충분히 자고 편하게 일어나서 느긋하게 여행시작하는 편이 좋다

12. 숙소를 고를 때 신경 쓰는 점이 있다면?
      - 1인 1 침대 필수 또는 조식제공 필수 등

13. 이번 여행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예산은? (편안하게 답변해 주시면 됩니다)

@ 물론 마지막 문항은 어머니가 아닌 큰 시누에게 드리는 질문이었다. 어머니 경비를 큰 시누와 남편이 공동부담키로 합의한 터라 넌지시 사전점검을 통해 확인할 겸 반영한 내용이니 오해 없으시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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