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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의 스쳐 우는 소리가 순간 행인의 옷자락 소리인 줄 알고 한 발 옆으로 비켜섰다. 아마 그 한 발자국 사이의 여백으로는 산의 주인이 스쳐 지나갔을 테다. 나란하던 찰나의 동행만으로 그와 동무가 되었기를.
2.
100명, 1000명, 10000명.. 숫자가 떨어뜨린 죽음의 권위를 잊겠거든, 무덤을 마주해 보아라. 열 곳 남짓의 흙더미들이 한 생을 얼마나 무겁도록 떨게 할 수 있는지. 당신은 삶이 묻은 이름으로 추모할 변명거리를 얻고자 이름 없는 무덤에게서 이름을 묻고. 고작 누구였는지도 모를 고릿적 흙 한 줌을 견딜 수 없는 유약한 당신이 수만의 피를 위해 싸우겠노라 읊조릴 때 어찌나 우스웠던지. 의미 못다 알면 묻지도, 묻지도 마소서.
3.
매일 봐도 매일 같이 보고 싶은 것이 사랑이라면,
매일 보는 내일을 기다리는 것이 사랑이라면,
그 와중에 내일의 당신을 기대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나는 하늘을 사랑하고 있군요.
아무래도, 죽는 그날의 하늘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