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아르문학창작기금 선정 작품입니다-동시 부문
해마다 여름날이면
빗물 고이고
장구벌레 바글바글 끓어오르는 물웅덩이에 거인이 나타났다.
거인은 사람들이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하게 컸으며,
(진짜 큰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가 물웅덩이를 한 번씩 다녀갈 때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개구쟁이들이 지나갈 때마다 악취를 풍기던 웅덩이에서
노랑 어리연꽃이 피어나고
꽃창포 물수세미 부처꽃 벼 부레옥잠 같은 물풀들이 자라났다.
봄볕이 달아오를 즈음에는
황토물 속에 비단잉어와 각시붕어들이 헤엄을 쳤고
어린 남생이가 바윗돌에 올라앉아 볕을 쬐었다.
찔레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장맛비가 지나갔다.
거인이 나타나는 대신
연잎 위, 볼을 한껏 부풀리던 참개구리가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더니
돌돌돌 물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