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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혜 Jul 15. 2024

I♥PT

2세트: 아프니까 운동이다

  수업 다음날까지는 괜찮았다.

‘운동할만하네~’라는 생각까지 했으니.


  문제는 다다음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는데 하체가 묵직하게 땡기기 시작했다.

출근길 지하철을 타러 계단을 내려가는데, 다리가.. 다리가.. 마치 개업식 축하행사에 팔랑이는 풍선인형처럼 후덜후덜 거렸다.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듯 누군가 툭하고 치면 그대로 데굴데굴 구를 것만 같았다.

세수를 할 때도, 쭈그리고 앉을 때도, 잠을 잘 때도 너무 아파서 ‘이거 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며 나는 이미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누워있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수업 날.

“횐님. 몸 좀 어떠세요?”라고 물어오는 트레이너 샘께

“쌤. 저 다리가 너무 아파요! 엉덩이도 땡기고 뒷벅지도 너무 땡겨요. 운동 잘못한 거 아닌가 걱정돼요.” 팔(八) 자 눈썹을 지으며 불쌍한 척 말을 했다.

‘그러게 선생님. 왜 첫날부터 빡세게 시키신 거예요. 엉엉ㅜㅜ. 오늘은 살살해주세요.’ 하는 속뜻으로 말을 한 건데 돌아오는 반응은 예외였다.

“^ㅇ^!!! 오!! 아주 좋아요. 원래 그 부분에 자극이 와야 해요. 아주 잘하셨어요! 하이파이브~”

엥.. 너무나 밝은 얼굴로 기뻐하는 선생님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아... 네......”

뭐 어쩌겠는가. 어쨌든 나는 한의원 침대가 아닌 헬스장 기구에 앉아있는 걸. 이것만으로도 괜찮다는 증명인 거겠지.


  “자! 인바디 잽시다!”

마주 하고 싶지 않던 순간. 

내 몸뚱이가 숫자로 표기된다는 건 참 무시무시한 일 인 듯하다.

골격근량은 찔끔 올라가더니 금방 멈춰버렸고 체지방률은 멈출 줄을 모르고 쭉쭉 올라갔다.

‘아니야.. 안돼.. 그만 올라가.. 그만..’


  결과는 처참했다.

'체성분 균형에 따른 CID 유형’은 알파벳 C, I, D 형으로 나타내는데, 순서대로 체중, 골격근량, 체지방량을 봤을 때 D형이 가장 이상적인 몸이다.

나의 경우 ‘표준체중 비만형(C자)’로 나타났다. 즉, 체중은 표준, 골격근량은 표준이하, 체지방률은 표준 이상이었던 것이다. 

“횐님. 큰일 났다.”

다른 사람들보다 현저히 낮은 내 골격근량을 보고 트레이너쌤은 무언가.. 크게.. 결심한듯한 표정을 지으셨다.

“회원님은 살 빼려는 생각은 하지 마시고, 근육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세요.”

근육을 키우면 체지방은 자연스레 빠진다는 선생님의 말씀.

어쨌든 수치로 표시된 나의 골격근량을 보니 열심히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또 한 번 들었다.


  오늘은 상체 운동.

‘아. 이번엔 상체에 근육통이 오겠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면서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가려고 할 찰나, “횐님! 집중하셔야 해요!” 하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이 기구는 ‘케이블 로우’ 예요. 먼저 시범 보여드릴게요.”

‘케이블 로우’는 등받이 없는 세로로 긴 의자에 앉아 상체를 고정시키고 손잡이를 잡아당기는 운동이다. 라운드 숄더 개선과 거북목 해결에 도움이 되며, 바른 자세를 가질 수 있다.

“자. 이 운동은 ‘등’ 운동이에요. 팔이나 어깨의 힘이 아니고 ‘등’의 힘으로 잡아당긴다고 생각하세요.”

“넵.” 하고 대답했지만, 등의 힘이 뭘까..? 아직 잘 모르겠다.

다음으로는 헬스장에 가면 꼭 볼 수 있는 ‘랫 풀 다운’.

일(ㅡ) 자형으로 된 기다란 바를 잡은 뒤 서서히 앉아서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는 운동이다.

“‘랫 풀 다운’은 제일 인기 많은 운동 기구 중의 하나예요. 등 근육과 광배근 강화에 매우 효과적이에요. 호흡은 잡아당길 때 후~ 내쉬고, 들어 올릴 때 다시 들이마셔요~”

“스읍! 후~ 스읍! 후~”

“아니 아니. 회원님~ 반대로 하고 있어요. 반대로~ 다시 들이마셨다가~ 후~”

“후~ 스읍! 후~ 스읍!”.. 호흡도 너무 어렵다.

“‘덤벨 숄더 프레스’ 하고 오늘 수업 마무리 할게요.”

‘덤벨 숄더 프레스’는 말 그대로 덤벨을 이용한 어깨 운동이다.

양손에 덤벨을 들고 발은 바닥에 힘을 주어 단단하게 고정한다. 덤벨을 어깨 높이까지 들어서 어깨와 팔이 90도가 되도록 유지한다. 호흡을 내쉬면서 덤벨을 위로 밀어 올리고, 덤벨을 내릴 때는 호흡을 들이마신다. 팔꿈치가 바깥쪽으로 벌어지지 않도록, 뒤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은 여기까지. 고생하셨어요!”

맞아요! 저 너무 고생한 것 같아요. 를 속으로 외치며 오늘의 운동을 마무리했다.


  하나둘씩 운동기구를 이용하다 보니 다른 기구들을 보며 ‘저 기구는 뭘까? 다리 운동인가? 가슴 운동인가?’ 등등의 궁금증이 생겼다.

고철덩어리 고문기구로만 보이던 머신들이 ‘아. 저거 이용해 보고 싶은데?’로 관심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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