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 항공권을 찾아서

이대로 마일리지를 날릴 순 없다

by 김연큰

'항공권이 비쌀 거다'라는 P의 예측은 정확했다. 동유럽의 극성수기는 여름이었다. 항공권, 숙박 등 모든 것이 평균보다 비싼 시즌이었다. 게다가 6월 중 가자고 했으니 출발일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P의 예상은 '경험'이라는 데이터의 산물이었다. 예전에 이직할 때 이직처의 사정으로 입사가 지연되면서 두 달의 시간이 붕 뜬 적이 있다. 그때 충동적으로 뉴질랜드를 가기로 했는데, 하필 뉴질랜드의 극성수기인 1월이었던 터라 항공편 구하는 걸로 고생한 기억이 있다. 인천에서 오클랜드까지 운행하는 대한항공 직항 노선은 있지만 이미 그가 탈 자리는 없었다. 어찌어찌 도쿄를 경유하는 왕복표를 구할 수 있었지만 그나마도 일정 임박해서 구했더니 당시로서는 꽤 비싼 가격으로 항공권을 샀다.


하지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가겠냐며 약 3주에 가까운 기간 동안 뉴질랜드를 다녀왔고, 자연을 좋아하는 P 성향에 너무도 잘 맞는 곳이라 다시 가고 싶은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물론 아직 재방문하지 못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중년 이후에 가도 좋을 나라라 시간적 압박은 덜하다는 게 핑계 아닌 핑계. 배려인 '척'하며 사실상 J가 동유럽을 가는 쪽으로 결정하도록 꼬드긴 것도 P가 이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P는 번지점프를 하겠다고 뉴질랜드를 향했다. 뛰기 직전 찍은 사진.


J가 여행을 망설인 이유 중 하나는 금액이었다. P가 말한 것처럼 항공권은 있지만 비쌀 거라면 마일리지 항공권을 어떻게든 구해보자 생각이 들었다. J는 신용카드 사용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를 제법 모아둔 상태였는데 실제로 곧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마일리지도 있었고,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합병된 이상 남아있는 마일리지 또한 언제 소멸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 회원사이므로 스타얼라이언스 항공권 중에 검색을 해보았다.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항공권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 급이었지만 스타얼라이언스로 범위를 넓히니 다행히 마일리지 항공권이 있었다! 비록 출국편만 구할 수 있었지만 그게 어딘가 싶다.


"P, 혹시 터키 항공을 타는 건 어떻게 생각해?"

"이스탄불 경유야? 뭐 어차피 직항은 없을 거라 생각해서 괜찮아."

"오키. 한국으로 올 때는 핀에어 어때?"

"잉? 헬싱키를 지나간다는 거야?"

"엉... 헬싱키에서 3시간 있어야 해."

"와, 이렇게 북유럽을 찍고 온다고? 신난다 ㅋㅋ"


이 대화에서 이상한 점을 혹시 발견했는가? P는 인천에서 어느 나라로 가는지, 어디서 인천행을 타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저 경유지만 궁금해한다. 물론 J가 앞서 언급한 네 나라(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중 하나로 들어가도록 예약할 거라 믿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P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 워낙 강해서 그저 닥치면 고민할 것이다.


당연히 J는 P의 이런 성향을 안다. 그러니 더더욱 책임감이 무거울 수밖에.


"이거 출국 편은 마일리지 항공권이라서 돈은 많이 안 들었어. 대신 취소 불가야."

"아, 그러니까 무조건 가는 거지~"

"돌아오는 건 인당 130만 원 정도야."

"생각보다 엄청 싼데?"

"(이게.... 싸다고? 동공지진)"


P가 '생각보다 싸다'라고 한 것은 결론적으로 맞았다. J는 며칠 후 호기심에 귀국 편 동일 항공편에 대해 가격 검색을 했는데 인당 2백만 원이 넘어간 걸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항공편을 확보했으니 이제 여행 자체는 확정이다. 문제는 J도 P도 목적지에서 뭐가 볼만한 지 지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P는 오스트리아 여행 경험이 있지만 그 외는 거의 모른다. 그나마 관심 있던 '체스키크룸로프'조차 '체스키 뭐시기...'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J는 부다페스트 야경과 프라하 야경과 두브로브니크 전경 볼 생각만 하지 다른 건 아무것도 모른다. 시간이 부족한 이럴 때 필요한 게 역시 AI라고 판단한 J는 ChatGPT의 도움을 받아 동선을 짜기로 했다.


이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다. 마일리지 항공권이 동선을 꽤 꼬아놨다는 것을...

keyword
이전 03화그래서 J가 선택한 국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