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필요해, 아니 필수야

혼자만의 여행이 아니니까

by 김연큰

"이제 유럽 내에서 이동 수단을 좀 알아봐야겠다. 으~ 재밌는데 스트레스 쌓여! 계속 이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그렇게 급하게 안 해도 돼. 적당히 끝내고 좀 쉬어."

"이동 수단까지만 알아보면 한동안 여행 생각 안 할 거야!"


물론 J가 그러지 못할 걸 P는 안다. 이동 수단을 알아보고 나면 또 다른 걸 알아본다고 난리일 것이다. P는 우선 지켜보고 있었다. 알아서 나에게 미션을 주겠거니~ 하면서. 예상대로 잠시 후 J는 과제를 하나 던진다.


"생각해 보니 호텔부터 해야 이동을 예약해 볼 수 있겠더라고. 근데 내가 좀 보니까 일정이 촉박해서 그런지 방이 없거나 너무 비싼 거 같아."


P는 갸우뚱했다. 정말 그런지 알아보고자 본인이 담당하기로 한 오스트리아 빈의 숙소를 찾아보았다. 예전에 혼자 여행 갈 때 묵었던 숙소가 가성비가 좋아 그곳에 묵을 생각이었다. 찾아보니 빈 방이 있었다.


왜 J가 방이 없다고 했는지 이유를 물어보니 P가 선호하는 숙박 형식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 P는 잠은 편하게 자야 한다는 주의다. 고질병인 허리 디스크 탓도 있지만 휴식을 충분히 취해야 여행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혼자 여행을 가더라도 반드시 독립된 화장실이 있는 싱글룸을 알아본다. J는 이 특성을 대충 알고 있는 상황에서 4성급 이상의 조건으로 찾고 있었다.


"어이쿠, 4성은 너무 오버야. 빈의 그 숙소도 3성이야. 난 그냥 모르는 사람과 한 방을 쓰고 싶지 않은 거야. 방이 좁아도 되고 단지 침대와 화장실만 있으면 돼. 혹시나 밤중에 화장실 갈 일 있을 때 침실 밖을 나가고 싶지 않으니까."


조건을 낮춰보니 방은 다 있었다. 물론 일부 여행지는 비싼 곳을 예약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대체로 무난한 가격에 잡을 수 있었다. 이제 길바닥에서 잘 일은 없으니 만족이다.


다음은 J가 생각하는 가장 큰 미션, 숙소 간 이동에 필요한 교통수단을 예약할 때다. 본인이 원하서 하는 것인 만큼 J는 스스로 해결하고자 했다. 다행히 ChatGPT가 어떤 교통편을 예약해야 하는지 다 알아봐 줬으므로 그에 맞춰 예약하면 됐다. 몇 군데 회원가입을 하는 수고로움은 있었지만 기차 및 버스 예약은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었다.


그 와중 크로아티아 이동 수단 예약을 앞두고 J는 고민에 빠졌다. 크로아티아 내에서의 이동이 해안 도로를 타는 것이라는 ChatGPT의 설명에 렌트를 해볼까 생각이 들었다. J 또한 예전에 뉴질랜드를 여행한 적 있는데 대중교통 이동 중 그냥 지나치기 아까울 정도로 멋진 풍경이 보일 때 마음대로 멈춰서 볼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물론 직접 운전하면 피로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중간에 예쁜 풍경이 보이면 멈춰서 쉬다 갈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매력이다.


P는 장롱면허이기 때문에 운전은 J만 할 것이다. 그래도 P에게 의사를 묻는 게 순서라고 생각했다. P는 렌트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어렵게 말을 꺼낸 것이 무색하게 P는 너무도 흔쾌히 동의했다. J가 렌트를 원하는 이유를 충분히 납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렌트를 알아보니 J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하... 렌트는 아무래도 무리일 거 같아."

"왜? 경로가 너무 길어?"

"우선 예상보다 요금이 너무 비싸고. 그리고 그보다 더 번거로운 문제가 있는데..."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에서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를 가는데 중간에 국경을 넘어야 한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Google 지도에서 두브로브니크를 검색하면 나오는 설명

최종 목적지인 두브로브니크를 가려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네움'이라는 마을을 거쳐야 했다. 위 지도에서 네움의 10시 방향에 있는 Klek이라는 곳은 크로아티아인데, 네움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이고, 다시 그곳을 지나면 크로아티아다. 즉, 크로아티아 -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 크로아티아를 지나는 여정이 되는 것이다.


P는 지도를 보고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생겼다. 자세히 보니 Klek에서 섬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있고, 거기서 두브로브니크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P는 그가 애용하는 Gemini를 통해 슬쩍 물어봤다. 녀석은 자세히 답변을 해줬는데 결론만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결론:
스플리트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 렌터카로 이동하는 것은 가능하며, 펠예샤츠 다리를 이용하면 국경을 넘지 않고 이동할 수 있습니다. 펠예샤츠 다리는 빠르고 편리하지만, 네움 통과 경로는 더 경치가 좋습니다. 여행 계획에 맞춰 경로를 선택하세요.


J가 렌트를 고려했던 건 풍경을 맘껏 보려고였는데, 이 답변대로라면 굳이 비싼 요금을 지불하며 렌트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J 성격에 위 내용을 분명 저 내용을 알아봤을 거라 생각했다.


"그럼 버스로 갑시다요. 렌트할 돈으로 맛있는 거나 먹자."


P의 답변을 듣자마자 J는 렌트를 쿨하게 포기하고 버스 예약을 후딱 끝냈다.


둘은 이처럼 무언가 결정할 일이 생기면 반드시 서로와 상의했다. 그리고 둘 다 고민을 오래 하지 않았다. 고민할 시간이 별로 없기도 했거니와, 어차피 정답이 없는 문제이니 서로의 만족감을 합쳤을 때 더 커 보이는 쪽을 선택했다. 물론 그 선택의 결과가 예상과 다를 수도 있지만, 어차피 앞 일은 알 수 없으니 그저 함께한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여행 일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일정이 임박할 때 둘은 깨달았다. 2주라는 나름 긴 기간 동안 집을 비우다 보니 여행 전 챙기고 처리할 게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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