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염과 장염으로 고통 받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2025년 5월 중순, 나에게 매우 큰 스트레스를 준 일이 있었다. 먹고살자니 회사를 다니고,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 대가로 월급을 받지만 가끔 그 일이 매우 버거울 때가 있다. 이런 힘든 일을 하는데 월급이 이렇다고? 투덜투덜거려도 할 수 없다. 회사에 입사하면서 근로계약서에 나 스스로 사인을 했고, 그 계약서 내용에 어긋나지 않는 한 내가 업무를 거절할 명분은 없다. 그리고 당연히 회사는 계약서 상으로 시킬 수 있는 일을 시킨다.
어쨌거나 시간은 흐르고 일은 마무리된다. 과연 이 일이 끝날까 싶은 날이 왔던, 애타게 기다렸던 그 월요일, 나는 폭식을 했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식욕으로 폭발한 모양이다. 평소답지 않게 나는 면 음식을 과하게 먹었다. 우선 짜파게티를 하나 끓여서 편의점 표 순대랑 같이 먹었다. 평소 같으면 그 정도 먹었으면 '아아 한 끼 잘 먹었습니다.' 하고 끝나야 하는데 전혀 배가 부르지 않았다. 오히려 내 안의 어떤 존재가 계속 '면을 더 먹어! 저건 볶음면이잖아! 국물이 필요하다고! 국물이 있는 걸로 먹어!'라고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한 시간 정도 참다가 결국 내 안의 명령에 굴복하고 말았다. 라면이 모인 서랍장을 뒤적여 멸치칼국수 라면을 끓였다. 사실 먹어본 적 없는 라면이지만 어쨌든 '멸치'가 붙은 라면이니 그래도 얘가 덜 자극적이고 좀 낫지 않을까 싶었다. 막상 먹으니 그렇게 맛있진 않았다. 내 취향은 아닌 것으로.
다음날, 탈이 나고 말았다. 처음 시작은 변비였다. 아랫배가 묵직한데 뭔가 시원하지 않았다. 출근해서 카페라테를 마셨다. 보통 공복에 따뜻한 카페라테를 마시면 변비가 해결됐기 때문이다. 작전은 성공했다.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지나치게 화장실을 자주 드나들었고, 속 쓰림이 시작됐다. 아무래도 전날 과식한 것이 위염과 장염을 한 번에 불러온 것 같았다. 분명 먹을 땐 좋았는데, 포만감도 그렇게 느끼지 못했는데, 자기 전에도 거북하다는 느낌 따위 없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상황에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안다는 것이다. 퇴근 후 집에 있는 위장약을 챙겨 먹고 저녁 식사는 죽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었나 보다. 하루 종일 통증에 시달린 탓에 기력이 없었는지 일찍 잠이 들었는데 깊게 잘 수 없었다. 한두 시간 정도 잘 자다가 갑자기 쿡! 찌르는 통증이 오면서 '으으으...' 하고 신음하는 상황이 아침 알람이 울릴 때까지 돌림노래처럼 반복됐다.
수요일에는 아예 집에서 약을 이것저것 챙겨서 식간에 야무지게 약을 챙겨 먹었다. 아침 식사는 아예 걸렀고, 점심에는 구내식당에서 한식을 받아서 밥과 익힌 야채와 국 위주로만 조금 먹었고, 저녁에는 죽을 먹었다. 그 덕인지 일단 찌르는 통증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명치 쪽 속 쓰림은 남아있었다. 목요일에도 비슷하게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속 쓰림이 점차 북상하여 윗배에 경미한 속 쓰림과 함께 가스가 차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금요일에는 약국을 찾아 위장 가스를 제거하는 약을 사서 먹었다. 그나마 밥은 정상적으로 먹을 수 있게 된 게 위안거리라 하겠다.
이런 일을 겪을 때면 매번 다짐한다. 다음번에는 스트레스받는다고 폭식하지 않으리... 과식하지 않으리... 하지만 왜 이렇게 막상 상황이 되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화요일 밤, 찌르는 통증에 잠이 깰 때면 '다시는 과식 안 한다 진짜'라고 다짐했지만 나는 나를 믿을 수 없다.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되면 또 과식하고 똑같은 후회를 할지도 모른다.
이 글은 <잔기술>이라는 에세이 쓰기 소모임에 제출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