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후유증, 오히려 좋아?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시절, 2년 가까이 잘 피해 간다 했는데 어느 날 양성이 나오고 말았다. 다행히도 나는 딱 반나절 아프고 나았다. 당시 회사 정책상 코로나19 양성 판정이 되면 무조건 일주일간 재택근무를 해야 했는데 별로 아프지 않고 집에 있으니 완전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코로나19의 후유증 중 하나가 후각 상실인데 내가 그 후유증에 당첨되어 버린 것이다! 주변에선 모두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라고 권했지만 나는 시간이 지나면 낫겠거니 생각하며 병원을 찾지 않았다.
사실 병원을 가지 않은 하나의 이유가 더 있었다. 나는 이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고, 오히려 후각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를 즐겼다. 나는 꽃향기, 과일 향기 등 남들이 좋다 하는 향에는 둔감하여 잘 느끼지 못하고, 담배 냄새, 땀 냄새 등 대중적으로 불쾌하다는 말을 듣는 향에 민감한 특성이 있다. 냄새를 맡지 못하니 담배 터를 지나가도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고, 지하철이나 버스 등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을 가도 땀 냄새가 느껴지지 않아 스트레스가 줄었다. 코로나19가 안겨준 후유증은 나에게 선물이나 다름없었다. 담배 냄새와 땀 냄새는 나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 중 하나였는데 그것을 제거해 주었으니 이보다 좋은 후유증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좋지 않은 점도 있었다. 원래 꽃향기를 잘 못 느끼기는 했지만 그나마의 미약한 후각마저 없어지다 보니 배우자가 가끔 선물로 준 꽃다발의 향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이 가장 슬펐다. 원래 음식 조리를 잘 안 하긴 하지만 어쩌다 요리를 할 때가 있기는 한데 상태를 알기 어려워 냄새를 맡아달라고 배우자에게 부탁해야 했다. 아, 이렇게 쓰고 보니 후각 상실은 나 자신에게만 좋았던 것 같다. 같이 사는 동반자에게는 좋을 게 없었네.
시간이 지나 내 후각은 서서히 돌아왔다. 완전히 돌아오기까지 6개월 조금 넘게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날 길거리를 걷다 담배 냄새를 느끼게 되었을 때, '아, 돌아와 버렸군.'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은 다행이라 했지만 나로서는 스트레스 요인이 되살아났으니 딱히 좋을 것은 없었다. 흔히 하는 말로 '정상성을 회복'한 것 외에는 의미가 없었다. 꽃향기는 여전히 잘 느끼지 못하고, 담배 냄새와 땀 냄새에는 여전히 민감하다. 가끔 후각 상실 상태였던 때가 그리운 이유다.
이 글은 <잔기술>이라는 에세이 쓰기 소모임에 제출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