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나는 없을 수도 있기에
6월 중순의 어느 날. 평소처럼 운동을 하고 있었고, 마지막 정리 운동 때 갑자기 허리에서 무언가 '툭'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났다. 나는 허리에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고, 바로 아기 자세를 취했다. 이후 잠시 누워서 휴식을 했지만 오른쪽 허리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병원을 향했다. 병원 원장님은 5년 만에 온 나에게 그간 허리에 문제가 없었는지 물었고, 현재 증상은 근육통일 가능성이 높지만 혹시 모르니 확인해 보자며 엑스레이 촬영을 진행했다. 결과는 다행히 근육통이 맞았고 3일 치 진통제를 처방받았다. 하루 이틀은 냉찜질을 하라는 지침도 들었다.
내가 예민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과거의 어느 날, 극심한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간 적 있다. 급성으로 허리 디스크(정확히는 추간판 탈출증)가 생겼고, 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을 누른 탓에 하반신 마비 상태가 됐었다. 주치의는 2주 후면 나아질 거라 했다. 정말로 1주 후 디스크가 가라앉으며 다시 걸을 수 있게 됐고, 응급실에 실려간지 정확히 2주 후 퇴원하게 됐다. 하지만 그 이후 언제 어떻게 또 그런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생겨 조금만 허리가 아파도 바로 병원을 찾았다.
허리 디스크는 내 인생 가치관도 바꾸었다. 이전의 나는 미래를 준비한다며 먹고 싶은 것도 참고, 하고 싶은 것도 참고, 사고 싶은 것도 참으며 일만 했다. 하지만 걸을 수 없고, 일어설 수 없고, 스스로 양말을 신지 못하는 일주일을 겪어보니 현재를 희생하여 미래만 대비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불확실한 미래보다 지금 내가 있는 현재에 충실하겠다 생각했다. 또한 현재에 충실하면 미래는 자연히 따라오지 않겠는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퇴원 이후 만기된 적금으로 해보고 싶었던 걸 이것저것 다 해보았다. 그 덕에 나는 내 취향을 확실히 알 수 있게 되었고 어디에 돈을 써야 할지, 어디에 돈을 쓰지 말아야 할지 알게 됐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오래 묵히지 않는다. 지금 당장 할 수 없다면 최대한 빨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 노력한다.
사실 앞에서 생략한 내용이 있다. 원장님이 엑스레이 결과를 보면서 말씀하시길 과거 디스크 문제가 있었던 부위가 더 좁아졌다고 했다. 예전보다 상태가 나빠졌다는 뜻이다. 과거 입원했던 병원에서도 나이 먹을수록 더 나빠질 거라 했다. 중력의 영향을 받기에 피할 수 없는 결과라고 했다. 우리 몸에서 가장 무거운 곳은 머리이고, 그 무게가 계속 아래쪽으로 압박을 주기 때문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고, 그래서 근력 운동을 열심히 했다. 원장님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이번 통증은 디스크의 문제는 아니고 근육통이지만, 결국 언젠가는 척추에 협착이 올 것이니 코어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속도를 늦추라 했다.
물리치료실에서 엎드린 상태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우선 정리운동을 할 때 마지막이라고 복부에 긴장을 풀고 한 것이 허리 통증을 불러오지 않았나 반성했다. 통증이 가라앉으면 코어 근력 운동 시간을 좀 더 늘려야겠다 생각했다. 이어 작년에 가장 잘한 일은 읽고 싶던 책을 미루지 않고 읽은 것이며, 올해 가장 잘한 일은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라 생각했다. 길게 있어봐야 60살까지인 회사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지 않은 것도 잘한 것이라 생각했다. 다시금 다짐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현재에 충실하자고.
그 다짐을 실천하고자 지금 나는 글을 쓴다.
이 글은 <잔기술>이라는 에세이 쓰기 소모임에 제출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