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으로 깨달은 세상의 변화
나는 위내시경을 할 때 비수면으로 한다. 이런 말을 하면 열에 아홉은 무언가 반응이 나온다. 그냥 '아, 당신은 그렇군요' 하고 넘어가는 법이 거의 없다. 놀라움, 경악, 몸서리침, 경외 등등 여러 눈빛을 느껴봤는데 결국 '어떻게 그럴 수 있냐'라는 반응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내가 비수면을 하게 된 건 프로포폴 때문이다. 수면을 유도하는 이 약물이 주는 느낌이 좋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때론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하지만 나는 내시경 검사가 끝난 직후부터 길게는 수 시간 이어지는 특유의 몽롱한 느낌이 너무 싫었다. 무언가 듣고 보았는데 긴가 민가 한 느낌. 잠에 취한 건지 깬 건지 구분되지 않는 느낌. 뭔가 어질어질한 느낌. 요약하자면 나 자신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인 것이다.
그런 이유로 시작한 비수면 위내시경은 생각보다 할 만했다. 몇 분 동안 침을 질질 흘리고 구역질이 나고 숨을 제대로 쉬기 괴롭지만 정신이 몽롱한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냈다. 해를 거듭할수록 비수면 검사에 익숙해졌고 나름의 요령도 생겼다. 위장도 깨끗하여 검사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건강 검진은 기어코 나에게 수면 내시경을 해야만 한다는 비보를 전해주었다. 위에 작은 용종이 발견되었는데 검사 중 떼어봐야 할 수도 있으니 다음 해의 검진은 수면으로 하라는 것이었다. 아, 이럴 수가! 그 몽롱한 느낌에서 겨우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해야 한다고?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방식의 검사를 받으려면 건강 또한 중요하구나라는 깨달음을 느끼고 만 순간이었다.
결국 올해는 수면 내시경으로 검진을 했다. 기왕 수면으로 하는 거, 대장도 하자고 생각하며 흔히 하는 말로 '한 큐'에 처리해 버렸다. 몇 년 만에 하는 건지 기억도 나지 않는 수면 내시경. 그런데 이번에는 검사 끝난 후 특유의 몽롱한 느낌을 느끼지 못했다. 바로 정신이 말끔해졌다.
몇 년 동안 비수면으로 하는 도중 프로포폴이 덜 불쾌하게 변한 걸까? 사정상 검진 센터를 바꾸었는데 혹시 기존에 했던 곳이 약물을 과하게 쓴 것 아닐까? 아니면 내가 변한 걸까? 정답은 알 수 없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무엇이든 변한다는 것이다. 검진 방식은 점점 더 좋아질 것이고, 약물도 점점 발전할 것이고, 나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 점점 어떤 방향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번의 경험이 또 나에게 귀한 가르침을 주었다.
이 글은 <잔기술>이라는 에세이 쓰기 소모임에 제출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