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다고 덥석 샀다가 가지 요리에 도전한 이야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를 잘 안 먹는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어려서부터 가지를 잘 먹었던 나로서는 이해가 어려운 것이었다. 왜 이 맛있는 걸 안 먹지? 항상 의문이었다.
어떤 사람이 답했다. 우리나라가 가지 요리를 맛없게 한다고. 중국처럼 튀겨서 먹거나 유럽처럼 구워 먹거나 라따뚜이를 해 먹거나 이러면 맛있는데 무치거나 볶기만 하니 맛이 없다나. 물론 해외에서 먹는 방식의 가지 요리가 맛있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난 어려서부터 가지나물을 너무 맛있게 먹었는 걸.
다행히 최근 가지가 다시 각광받는 느낌이다. 건강식 내지 채식 열풍도 한 몫하는 것 같고, 저렴하다는 것도 큰 이점이다. 우리 동네 마트의 경우 얼마 전 1500원에 5개를 묶어 팔았다. 애호박 하나도 이것보다 비싼데 가지가 이 가격이라니 참을 수 없었다. 충동구매를 하고 말았다. 금액적으로는 소소하지만 가지 다섯 개를 상하지 않게 잘 보관하고 먹어야 한다는 관점으로 보면 충동구매가 맞기는 하다. 뭘 해먹을지 생각 않고 산 것이니까.
통풍이 잘 되는 곳에 가지를 놓기는 했다. 이 다섯 개를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가지나물을 맛있게 먹기는 하지만 이걸 만들 자신은 없다. 엄마가 만들어준 가지나물만 먹었던 탓이다. 내가 했다가 엄마가 한 것보다 맛없으면 못 먹을 거 같다는 불안감이 든다.
검색창에 '가지 요리'를 쳐본다. 일명 황금레시피라 주장하는 별의별 요리들이 다 등장한다. 하지만 저런 류의 레시피를 따라 했다가 피본 적도 많기에 우선 고민한다. 뭘 할까, 어떻게 할까, 계속 고민하고 고민하다 결국 유튜브로 이동한다. 남이 매뉴얼로 만든 걸 잘 따라 할 자신은 있지만 원체 요리는 자신이 없기에 요리에 한정해서는 영상인 게 더 좋다.
찾아보니 '저속 노화'로 유명한 정희원 님의 채널에서 소개한 가지 요리가 눈에 띈다. 여러 개의 레시피가 있지만 '가지덮밥'과 '가지찌개'에 묘하게 끌린다. 시식에 참여하고자 영상에 출연한 사람들은 그 둘보다는 다른 요리를 더 칭찬했지만 어쨌든 내 맘이 가는 것을 따라 하기로 한다.
가지덮밥은 가지를 삶고 반으로 잘라 팬에 구운 다음 양념을 넣고 졸인 후 밥 위에 올리는 간단한 레시피라서 성공적으로 따라 했다. 영상에서 소개된 대로 장어구이 비주얼이 나오는 달콤 짭짤한 덮밥이었다. 유일한 단점은 가지와 밥 위주로 구성되다 보니 너무 금방 포만감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시도할 때는 양파와 계란을 추가했다. 양파를 적당량 볶아 밥 위에 올리고 가지를 양념에 졸일 때는 막판에 계란물을 부어 익힌 뒤 밥에 올려 일본식 가츠동 느낌을 냈다. 양파가 아삭한 식감을 주고 계란이 추가되어 포만감이 좋아졌다.
가지찌개의 경우 첫 시도에는 약간 실패했다.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해야 하나? 레시피대로 양념을 만들고 각종 야채를 깍둑 썰어 볶았고 양념을 넣어 끓였지만 맛을 보니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분명 영상대로 따라한 것 같은데 뭐가 문제였는지 알 수 없었다. 두 번째 시도할 때 다시 영상을 주의 깊게 관찰했고 이전에 내가 한 실수를 눈치챘다. 뚜껑을 열어놓고 끓인 것이 문제였던 것 같았고, 뚜껑을 닫고 팔팔 끓이니 깊은 맛이 살아나 훨씬 맛있었다.
두 레시피를 두 번 해보고 나니 자연스럽게 가지 다섯 개를 다 먹게 됐다. 요즘 날이 더워 가지찌개는 이제 좀 시원해지면 다시 도전하고, 가지덮밥은 계속 생각날 때 먹을 거 같다. 그런데 여름이 가기 전에 가지 다섯 개를 또 사게 되면 그때는 가지찌개 말고 뭘 해봐야 할까? 그냥 가을까지 충동구매를 참아야 하나? 마트에서 여전히 가지 다섯 개를 1500원에 파는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또 이렇게 고민하고 있다.
이 글은 <잔기술>이라는 에세이 쓰기 소모임에 제출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