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도 절제가 필요해

저당 열풍 속 매운 건 왜 개선이 안될까?

by 김연큰

지난 주말, 마트의 식품 코너를 돌던 중 어떤 홍보용 깃발에 적힌 문구에 눈이 갔다.


아주 매운맛 떡볶이 소스 with 저당


요즘 음료나 과자,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로슈가 열풍이다. 설탕이 풍족한 시대에 과한 당을 먹어서 혹은 유전이나 환경적 이유로 당 관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꼭 당 관리가 필요하지 않더라도 예방적 차원에서, 몸에 좋지 않다니까- 등의 이유로 저당이나 대체당을 찾는다. 보다 더 강도 높게 관리하는 사람은 당이 아예 없는 걸 찾기도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당 못지않게 몸에 좋지 않은 게 '아주 매운맛'이다. 매운맛 자체가 자극이다 보니 아주 매운 걸 먹을 경우 위장이나 대장 등에 통증을 느끼기도 하고, 이것이 장기화되거나 하면 위염, 장염 등 각종 염증 질환으로 번지기도 한다. 원래 소화기 계통이 약한 사람은 아예 매운 것을 못 먹는 경우도 있다. 스트레스성 위염이 올 때도 내과나 약국에서 흔히 듣는 말이 '카페인 금지, 매운 음식 금지'다. 하지만 당에 비해서 매운맛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는 것 같다.


이 와중에 최근 매운맛의 기준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예전에는 신라면 정도가 매운맛의 척도였다면 이제는 불닭볶음면 정도 되어야 매운맛으로 인정받는 듯하다. 그렇다 보니 음식점에서 주문을 할 때 '약간 매운맛'이 '신라면 정도'라고 비유되기도 한다. 아직 매운 것을 접하기 힘든 아이들에게도 힘든 매운맛의 세계지만,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성인들- 흔히 '맵찔이'라 불리는 이들은 더욱 죽을 맛이다. 우리나라에 '적당히 매운맛'이 사라져 가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한다. 왜 매운맛의 정도는 점점 올라가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마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있을 것이고 그 모든 걸 알 수는 없다. 다만 주변 친구들을 볼 때 한 가지 추측하는 것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운맛에 익숙해지면서 '맵다'는 감각에 둔감해지고 있는 것이 원인 중 하나 아닐까? 내 경우는 매운 걸 잘 먹는 편이지만 매운맛에 대한 역치가 낮아 살짝 매운 정도여도 매운맛을 잘 느낀다. 그래서 맵찔이 친구들은 나를 기미상궁처럼 활용하는 면이 있다. 내가 우선 먹어보고 '이거 신라면보다 매워'라고 하면 피하는 식이다. 그런데 매운맛에 중독된 친구들일수록 이런 감각에 무딘 것 같다. 신라면 정도면 매운 감각을 느끼지 못하고, 불닭볶음면 정도는 되어야 조금 맵다고 느끼는 식이다.


내 추측이 맞다면 '매운 정도'는 인플레이션 상태나 다름없는 셈이고, 그렇다면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 같은 상황 아닐까. 극도의 매운맛에 길들여진 이들의 소화기관이 언젠가 쇠약해진다면 소화기내과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아닐까 우려된다. 무엇보다 그런 상황이 된다면 매운 음식을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을 것이다. 경험상 내 의지가 아닌 다른 요인으로 내가 즐기던 걸 못하게 되는 건 매우 괴로운 일이다.


그래서 내 경우는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덜 맵게 먹는 건 어떨까 주변에 권해볼 참이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매운 음식을 즐기기 위해서 말이다. 그 '주변'에는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포함이다. (찡긋)


* 참고: 매운맛 즐기다 위장병? ‘맵부심’이 부른 건강 경고

http://m.ikunk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42078


이 글은 <잔기술>이라는 에세이 쓰기 소모임에 제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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