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이 뜰 때 시작하고 보름달이 지고서 끝나다

동유럽, 또 갈 생각 있냐고 물으신다면

by 김연큰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날 초승달을 보며 감격한 게 엊그제 같은데 13박 15일의 일정이 벌써 끝났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보름달이 뜬 밤을 보내고 아침이 되니 공항으로 가야만 했다. 핀란드 헬싱키를 경유해서 대한민국 인천으로 가는 경로였다.

아름다운 아드리아 바다 안녕~ 언젠가 또 볼 수 있기를

헬싱키를 갈 때까지만 해도 아직 여행 중인 느낌이었지만, 인천행을 탑승한 이후 이제 정말 여행이 끝났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두 사람은 여행에 대한 회고를 하기 시작했다. 어떤 점이 좋았는지,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그래서 다시 올 생각이 있는지 - 이 세 가지가 주요 이야깃거리였다.


J는 가장 인상 깊은 순간으로 빈에 도착하여 그라벤 거리를 처음 봤을 때를 말했다. 도처에서 클래식 버스킹을 하는 문화 충격은 못 잊을 것 같다고 했다. P는 프라하 구시가지의 엄청난 인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여태 여행 다니며 그 정도의 인파는 본 적이 없었기에. 또한 할슈타트에서 수영을 한 경험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경험이라 인상적이고 가장 좋았던 순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J도 할슈타트의 수영 경험은 정말 좋았다는 점에 동의했다. 할 수만 있다면 카약을 타고 호수 한복판에 가서 물에 뛰어들고 싶다고. P는 그게 되겠냐며 핀잔을 주었지만.


이번에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J는 체코의 음식은 너무도 본인 취향에 딱 맞았으며 그래서 체코 음식과 맥주를 먹으러 한 번 더 오고 싶다고 했다. P는 체코의 맥주는 인정하지만 음식은 본인에게 너무 짰다고 했다. 사실 P에게 동유럽 전반적으로 아주 만족스럽거나 인상적인 음식은 없으며 오히려 스플리트 버스 터미널에서 먹었던 태국 음식이 가장 인상적이고 맛있었다고 했다. 현지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로(실제로 태국인들이 일하는 식당이었다).

스플리트 버스 터미널에서 먹은 팟타이(우측)는 최고였다.

음식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기내식 이야기가 나왔다. 두 사람은 출국할 때 경유지였던 이스탄불까지는 아시아나 항공을 타고 갔었는데 그때 말로만 듣던 아시아나 항공의 쌈밥을 처음 먹어봤다. 먹어본 기내식 중 가장 특이하면서 신선했고 맛도 상위권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쌈 채소 종류도 생각보다 다양했고. 하지만 아시아나 항공이 대한항공과 합병되었으니 이 쌈밥을 먹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둘은 아쉬워했다.


그러고 보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건 각 여행지에 대한 인상과 경험일 수 있다. 다시 올 수 있을지 아닐지도 알 수 없을뿐더러, 다시 방문한다 해도 처음 느꼈을 때의 그 느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빈에서 클래식 버스킹에 놀랐던 J와 달리 무덤덤했던 P의 모습을 보면 딱 그러하다. 경험도 마찬가지다. 다시 올 때는 둘이 높이 평가했던 할슈타트 수영이 불가할 수도 있다. 크로아티아의 깨끗함에 놀랐지만 다시 올 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프라하에서 푸니쿨라가 운행하지 않아 페트린을 못 간 것처럼 어떤 돌발사항이 생길지 알 수 없다.


그래도 다시 갈 수 있다면 가겠는가? 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런 주제로 빠졌을 때 J는 체코는 꼭 다시 가고 싶다고 했다. 체코 맥주에 단단히 반한 영향이기도 하고, 타르타르를 다시 먹고 싶다고 했다. P도 타르타르는 그러고 보니 맛있었다고 인정했다. 타르타르의 진한 마늘향 덕에 한식을 굳이 먹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P가 다시 가고 싶은 곳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였다. 부다페스트의 세체니 온천에서의 경험이 너무 좋았기에 3대 온천을 다 가보고 싶다고 했다. 또 두브로브니크에서 본 아드리아 해가 너무 아름다워 두브로브니크 근방 섬투어를 하고 싶다고 했다. J도 동의했다.


얘기하다 보니 둘이 함께 간다면 가장 재방문이 유력한 후보지는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였다. 둘 다 여태 가본 어떤 바다 중 가장 아름다운 바다라는 것에 동의했다. 다녀본 곳 중 가장 다양한 생명체가 있어 스노클링 하기 좋은 곳은 몰디브였지만 바다 자체가 아름답고 수영하기 좋은 곳은 두브로브니크였다. P는 '섬 투어를 고려할 때 두브로브니크만 일주일 이상' 있어보고 싶다고 했고 J도 마지막 Bellevue Beach에서의 수영이 너무 좋았기에, 그리고 근방 섬을 가보지 못한 게 아쉬워 동의했다.

어느새 인천공항에 다가가고 있었다.

이렇게 둘의 여행은 끝이 났다. 하지만 끝나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둘은 이후에도 그들이 간 네 나라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볼 곳이 없는지 알아보기도 했다.


그러다 유시민 작가의 <유럽 도시 기행 2>라는 책을 접했다.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 여행기였다. 책 서문을 읽어보니 유시민 작가는 전작 <유럽 도시 기행 1>의 경우 이미 다녀온 사람들의 평이 좋았다고 했다.


본 내용을 접해보니 그 평이 이해가 됐다. 아마 여행을 가지 않았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별 느낌이 없었을 것 같다. 그저 각 나라의 역사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여 읽었을 듯하다. 그렇지만 이미 다녀온 후 이 책을 읽으니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에 있을 때의 추억이 고스란히 살아났다. 이런 점은 작가와 내가 동일하게 느꼈구나 하는 동질감도 느꼈고, 이런 점은 생각이 다르구나 하는 부분도 있었다. 가장 큰 소득은 방문 당시 '이건 왜 이럴까' 품었던 의문들이 많이 풀렸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독일에서 오래 살고 역사에 많은 관심이 있는 작가다 보니 마치 다녀온 후 진행하는 가이드 투어 느낌이었달까.


이렇듯 여행은 다녀온 이후에도 할 수 있다. 끝나지 않은 두 사람의 동유럽 여행, 어쩌면 이제 본격적인 시작일지도 모른다.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이야기는 이번 편이 마지막입니다. 앞으로 네 편을 더 기획하고 있는데요, 여행 중 J와 P가 토론했던 네 가지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문제'라는 제목으로 발행할 예정입니다. AI에 어느 정도 의존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체스키크룸로프 성에 있던 곰은 과연 괜찮은 것인지, 우리나라는 장애인이 자유롭게 여행 다닐 수 있는 나라인지, 기후 변화가 여행에 끼치는 영향 등에 대해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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