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사의 고객 중심 사명정립 #1
#Pre- Session-인연의 시작과 새로운 도전
사람 인연은 참 단순하게 시작한다. 2018년, 건강이 좋지 않아 다양한 운동을 찾던 중 우연히 중국 무술 도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드물게 당랑권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R사 대표를 만났다. 나이가 같아 서로 편하게 운동하며 지냈다. 3년 넘게 함께 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되었지만,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우리는 친분만 쌓아가는 사이였다.
그러던 2021년 말, R사 대표에게 연락이 왔다.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주요 요지는 다른 경영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통화를 하다 보니 R사 대표가 변화를 꿈꾸며 다양한 자기계발과 회사 운영 관련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 데 한계를 느껴 전화를 했다고 한다. 전화로는 한계가 있어 일단 만나자고 했다.
R사는 니트 전문 공장이었다. 쉽게 봉제공장을 생각하면 된다. R사는 단순한 봉제공장을 넘어 최신 트렌드에 맞춘 제품을 디자인하고 샘플을 개발, 고객사에 제안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었다. 제안형 영업과 생산을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그동안 인연이 있어 R사가 개발한 세련되고 트렌디한 제품들을 몇 번 볼 기회가 있었다. 의류 디자인 분야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세련되고 트렌디한 제품들이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로 인해 회사는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매출 감소와 심화된 경쟁이 대표와 디자이너에게 한계를 느끼게 했다. 그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싶어 했다. 대표는 기존 니트 사업 외에 웹툰 사업을 고민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R사 대표는 20여 년 전 만화 작가로 활동한 경험이 있었다. 그 경험을 살려 웹툰 사업을 시작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이 정도 배경과 맥락이면 충분했다. 나는 대표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주제로 프로젝트를 했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그는 '사명과 비전'을 언급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나는 '현재 니트 사업을 위한 사명인가? 아니면 니트와 웹툰 사업을 포괄한 사명인가?'라고 물었다. 대표는 현재 사업뿐 아니라 웹툰까지 포괄한 사명과 비전을 수립하고 싶어 했다. 오케이. 이 정도면 방향은 명확해졌지만, 더 구체적으로 알아야 했다.
무엇보다 대표와 디자인 실장이 생각하는 '사명과 비전'의 정의가 무엇인지, 또 그들이 나름 생각한 사명과 비전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했다. 이제야 그런 종류의 책을 읽었고 성공하려면 '사명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지만, 아직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겠다는 대답을 얻었다. 우리 첫 세션 주제는 '사명과 비전이란 무엇인가?', '회사가 사명과 비전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로 정했다.
숙제로 자신들이 생각하는 회사의 '사명과 비전'을 정리해 오라고 했다. '사명과 비전'의 명확한 정의는 나와 함께 세션을 하면서 깨닫게 될 것이니, 지금은 '꿈'과 '바람'을 자유롭게 적어오라고 했다. 또 본인들이 읽었던 책에서 말하는 정의대로 ‘사명과 비전’을 적어와도 좋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참여 멤버는 컨설턴트인 나, R사 대표, 그리고 디자인 실장이었다. 우리는 2주에 1회씩 세션을 하기로 했으며, 한 세션당 3시간 정도 진행하기로 했다. 이렇게 우리의 Pre-Session 미팅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