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Session–Outside-In Paradigm
이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앞서 Pre-Session글에 포함하진 않았지만 나는 그때 이들에게 ‘사명’에 대해 약간의 강의를 했다. 강의 내용을 어렵게 느꼈는지 디자인 실장이 조금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들의 사명을 들고 왔다. 2주 만에 말이다. 감동이었다. 준비해 온 세션 내용을 모두 접어두고 이들이 준비한 사명을 기초로 세션을 진행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순간이었다. 아래는 그들이 처음 만든 R사의 사명이다.
감동은 감동이고…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난감했다. 가장 먼저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명’은 만든다기보다 발견한다고 말한다. 내면 어딘가에서 꿈틀대는 그 무엇. 우리는 이 녀석을 찾기 위해 내면을 탐색하고 탐구하고 또 탐험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아!!!’하고 어떤 단어나 문장, 이미지가 튀어나온다. 드디어 내면의 욕망이 고개를 내미는 순간이다. 이 녀석을 좋은 밭에 심고 물도 주고 가꾸다 보면 나만의, 나만을 위한 문장을 말할 수 있게 된다. 이게 내 삶의 존재이유라고.
중요한 차이는 우리가 ‘개인’의 사명이 아닌 ‘기업’의 사명을 만들고 있다는 데 있다. 다른 이견이 있을 순 있으나, 비즈니스 관점에서 기업의 사명은 접근법이 달라야 한다고 본다. 기업은 개인과 달리 철저하게 ‘고객’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고객은 우리를 어떻게 보나? 고객이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와 ‘욕구’, ‘욕망’은 무엇인가? 이런 이해 없이 비즈니스의 사명을 정할 순 없다. 특히 R사처럼 사업이 명확하고, 하나의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회사일수록 더욱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먼저 작성한 사명에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다른 어떤 경험도 끌고 오지 말고, 위의 문장만 갖고 대답해 달라고 요청했다. 1.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2. 우리의 고객은 무엇을 원하나? 3. 우리의 고객은 우리 제품을 통해 어떤 욕구와 욕망을 충족시키고 있나? 4. 우리 고객의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까? 등등 조금 오래되어서 지금 다 기억나진 않지만 이런 질문들이었던 것 같다.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이들이 적은 '사명'은 대표와 디자인실장의 목표이고 할일이고 바램이었다. 여기엔 '고객'이 담겨있지 않았다. 이 문장들을 통해 이 회사가 어떤 관점으로 일하고 있는지, 또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비즈니스를 키우고 싶다면 '열심히'를 넘어 '현명하게'와 '효율적으로'를 탑재해야 한다. 우리 생각에 말이다. 내가 존경하는 스티븐코비 박사는 '큰 성공을 위해서는 패러다임을 바꾸'라고 말했다. 맞다.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먼저이다. 내가 열심히 한거 말고, 고객이 좋아하고 원할만한거. 그걸 찾아보는게 시작이 아닐까?
다음 세션을 위해 나는 이들에게 몇 가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적어오도록 요구했다. 어째서 24세인가? R사가 지금의 의류 프로모션업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그때도 24세를 대상으로 하는가? 그들은 어떤 불편함과 고민이 있는가? 그들은 어떤 바램이 있는가? 그들의 하루는 어떤 모습인가? 그들이 R사의 제품을 만나면 어떤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을 통해 고객을 더 깊이 상상하게 하고 싶었다. 또 본인들이 지금껏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고객’에 대한 암묵적 생각을 ‘글’로 끄집어내고 싶었다. 무의식적 생각을 글로 표면화시키는 것. 여기서부터 우리 ‘사명’에 대한 여정은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