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언급했듯 이번 워크숍에서는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했다. 세션에 앞서 참가자들에게 GPT 사용 여부를 물었다. 30명이 조금 넘는 참가자 중 절반이 GPT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중 유료 버전을 사용하는 사람은 2명이었다. 전체 참가자 대비 7%로 꽤 높은 비율이었다. 이번 세션에선 신입사원들과 함께 3일에 걸쳐 생성형 AI를 활용해 신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전략 기획을 하는 과정을 경험했다. 그 과정을 통해 느낀 점을 공유하려 한다.
1. 특별히 알려줄 게 없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3일 동안 생성형 AI 사용법을 알려준 시간은 총 10분도 채 되지 않았다. 대략 3번 이었을 꺼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사전학습시키고 이렇게 질문했어’정도의 사례만 보여줬다. 그럼에도 신입사원들은 알아서 제미나이에 질문하고 답을 얻어 토론을 했다. '우리 조만의 독특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야 해', '이 사업 아이템이 성공할 수 있는 전략 기획을 해야 해'라는 필요가 이들을 이끈 듯 보였다. 처음엔 어색해 하던 친구들이 하루가 지나자 자신들의 필요에 맞게 매우 잘 활용하고 있었다.
2. 거인의 어깨 위에서 놀았다
신입사원들에게 '전략', '기획', '사업 아이템' 같은 단어들은 생소하고 어려웠을 꺼다. 나는 보통 세션 첫 질문으로 ‘조별로 전략에 대해 각기 다른 5가지 정의를 찾도록 요구’한다. 과거에는 5가지 전략을 쓰기 위해 선배에게 묻던, 검색을 하던, 서로 토론을 하던 무슨 방법을 써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많이 거친 방법인데, 신기하게도 신입사원들은 질 높은 결과물들을 만들어내곤 했다. 이번 세션에선 달랐다. ‘전략에 대해 5가지 각기 다른 정의를 찾아 써 달라’는 요구는 동일했지만, 방법에 있어 네 가지 지침을 주었다.
첫째, 각자 생성형 AI에게 물어봐라
둘째, 그렇게 얻은 결과들 중 본인이 보기에 의미있는 내용 1~2개를 선정하고 어째서 그 결과가 마음에 드는지 이유를 생각해 달라
셋째, 조별로 토론하되 각자 마음에 들었던 전략 정의들을 갖고 서로 토론을 해라.
마지막으로 조별로 합의해서 전지에 5가지 전략의 정의를 적어달라. 단 AI가 내놓은 답 그대로를 쓰지 말고 서로 토론한 단어와 느낌을 더해서 정의를 써 달라.
내가 깜짝 놀란 답은 전략에 대한 ‘질문’을 써준 조였다. 이들 조에 경영학이나 상경계열 조원이 있었는지까지는 확인을 못했지만, 그럼에도 이 결과물은 지금까지 수많은 전략기획 워크숍 중 백미였다.
3. 고품질의 토론을 하더라
이틀째 오후, 몇몇 친구들에게 생성형 AI를 활용한 토론의 느낌을 물었다. 이들은 토론이 즐겁고 재밌다고 했다. 처음 내 요구를 들을 땐 막막하지만, AI를 활용하면 막막함이 줄어든다고 했다. AI가 내놓은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을 시작할 수 있어 좋았단다. 이번 세션의 가장 특이한 모습이 생각났다. 이들은 일단 토론이 한 번 발동이 걸리면 멈추질 않았다. 내가 쉬자고 몇 번을 이야기해야 마지못해 일어났다. 그렇게 몰입하더니 결국 3일차 오후엔 다들 많이 지쳐있더라.
여러 세션을 운영해봤지만 나도 AI를 워크숍 중심에 놓는 건 처음이었다. 궁금증이 일어 가능하면 이 친구들 토론을 들어보려고 했다. 정말 수준 높은 토론을 하고 있었다. 어떤 친구는 내가 말하는 단어의 뜻을 AI에게 물어보고 다른 친구는 내 질문의 결과를 AI에게 확인하더라. 더 중요한 건 AI의 결과물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 토론을 진행했다. 이와 같은 품질 높은 토론 덕분인지 결과물도 상당히 수준이 높았다.
노준환의 생각 한스푼
나에게도 이번 3일은 정말 의미가 있었다. 지금까지 ChatGPT교육은 사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 주류이다. 나도 그런 강의를 하곤 한다. 이번엔 달랐다. 각 조별 프로젝트의 중심에 생성형AI를 놓았다. AI를 활용한 이들의 토론 방식은 흥미로웠다. 토론의 깊이와 넓이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는 걸 결과물이 증명했다. 결국, 이러한 접근 방식이 그들의 학습과 사고의 확장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이 방법이 우리가 AI를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