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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준환 4시간전

R사의 고객 중심 사명정립 #3

#2ND Session – Where We are

두 번째 세션이다. 지난 세션에서 나는 이분들에게 주요 고객인 24세 여성을 상상해 달라고 요청했다. 오늘 나는 R사는 누구에게 어떤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은가? 라는 질문으로 세션을 시작했다.

-      사무실에서 자기 우월감을 표출하고자 하는 24세 직장 여성

-      안 쪽팔린데 적당히 싼 옷을 찾는 여성

-      자기 세상에 대한 판타지가 있는 여성

-      사회초년생으로서의 불안, 미래에 대한 불안, 이루고 싶은 욕구들을 판타지로 충족하고자 하는 여성

-      생동감이 넘치는 여성

 

이분들이 표현한 문장에서 키워드를 추출해 봤다. ‘우월감 표출’, ‘안 쪽팔린’, ‘자기 세상’, ‘판타지’, ‘사회초년생의 판타지 충족’, ‘생동감’. 위의 두 문장은 그동안 의류 사업을 했던 타깃 고객에 대한 이들의 정의로 보였다. 아래 두 문장은 이들이 그리는 웹툰 사업에 대한 판타지인 듯했다. 독자분들은 기억하실 것이다. 이분들과 Pre-Session 글에서 이분들이 웹툰을 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표현했던 기억을. 또 이 프로젝트를 할 때가 코로나 시즌으로 이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였다. 이분들에게 사명은 ‘미래를 위한 돌파구의 시작’이었던 듯했다.


미래의 사명을 정하기 전에 나는 먼저 이분들에게 ‘지금’, ‘현재’를 돌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질문들을 했다. 두 분이 R사를 창업할 때 성공을 확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R사가 시장에서 살아남고 인정받을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인가? R사가 어려움과 실패를 겪었던 경험들을 떠 올려달라. 실패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 어떻게 그런 역경을 극복했나? 등등 지금까지 두 분이 겪은 사업의 고난과 역경, 극복할 수 있었던 스토리들을 물어봤다.


‘현재’를 알기 위해 과거를 물어보는 가장 큰 이유는 이분들이 ‘현재를 바라보는 관점’을 알기 위해서였다. ‘현재를 바라보는 관점’은 결국 과거 어느 순간부터 쌓아온 본인들의 ‘인식’과 ‘이미지’의 축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질문에 답을 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합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런 자리를 떠나 언제 또 ‘회사’에 대한 건설적인 토론을 하겠나? 생각보다 우리는 ‘너무’ 바빠서 ‘정말 중요한 일’을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역시 사업을 하시던 분들이라 그런가 촉이 빨랐다. 이분들은 내 질문에 답을 하면서 본인들이 갖고 있는 생각들을 정리해 갔다. “그때 어땠지?”, “난 이런 게 우리에게 부족했던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등등 때론 동의하고 때론 서로 반박하면서 의미 있는 토론의 장을 펼쳤다. 옆에서 경청하면서 ‘참 이분들 본인의 일을 정말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분들이 정리한 본인들의 경쟁력 키워드를 살펴보면, 시장과 24세 여성 고객의 트렌드와 흐름을 동대문 도매상보다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다. 도매상들이 찾을 수밖에 없는 먹히는 디자인을 제안할 수 있다. 균일한 품질의 생산관리를 할 수 있다. 합리적인 가격에 수익을 낼 수 있다. 등이었다. 그럼에도 현재의 일을 넘어 웹툰 사업까지 넓히고자 하는 이유는 ‘경기’가 너무 안 좋다는 점과 중국의 저가 공세가 심해 앞으로도 힘들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시점에서 나는 마음이 아프지만 꼭 필요한 질문을 해야만 했다. 웹툰 사업이 ‘돈’이 되기 위해선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가? 그동안 ‘cash cow’역할은 무엇이 하나? 두 분이 웹툰 사업을 매진하는 동안 ‘cash cow’인 의류사업을 대신 운영할 사람이 있나? 아니면 웹툰 사업에 투자할 만한 여유자금이 충분한가? 우리 잘 생각해 보자. 위에 언급한 R사의 경쟁력은 결국 두 분의 ‘시간’과 ‘에너지’에서 나온다. 웹툰도 마찬가지이다.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또 결국 두 분의 ‘시간’과 ‘에너지’이다. 두 분은 두 개의 사업을 한 번에 모두 성공시킬 자신이 있는가?


‘미래’의 도약을 위한 사명을 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R사의 경우엔  ‘현재’를 어떻게 극복하고 다져 나갈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이 먼저였다. 정말 자신 있고, 현재 사업이 암울한 미래만 있다면 과감하게 새로운 도전에 온몸을 불사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정말 그런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이들이 그린 ‘고객 판타지’는 양손에 떡을 쥐고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그렸다. 현실은 냉혹하다. 그래서  비즈니스에서 핵심 Resource를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일은 더 냉철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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