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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어느 주부의 일기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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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도담도담 Oct 23. 2024

평범하지만 특별한 나만의 취미

학원비도 재료비도 필요 없다.

오랜 시간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또 무엇인지 그리고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왔다. 그런데 어쩌다 시작한 글쓰기가 요즘 나의 즐거움이고, 내 정신건강을 위한 처방전이 되었다.

결혼 전에도 딱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특별한 취미 활동 같은 건 없었다. 나라는 사람은 술을 좋아하지 않아 술자리를 즐기지도 않았고, 아이쇼핑은 해도 소비로 스트레스를 푸는 유형도 아니다. 그렇다고 놀이동산에 가서 다이나믹한 놀이기구를 타며 스릴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다.

나는 오히려 이런 내가 좋지만 가끔 타인의 시선에서 보면 다소 심심해 보일 수도 있는 그런 사람이다.

과거의 나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올 때면 잠을 자거나 절에 가서 부처님 전에 108배를 하며 생각을 날리는 것이 다였다. 108배를 하다 보면 다리가 아파서 아무 생각이 없어지기 때문에 너무 마음이 지칠 때 절을 찾곤 했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글을 쓰며 마음을 달래 본다. 기분이 나빠도 기분이 좋아도 글을 써 내려가며 마음을 눈으로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 보니 지난날 좋았던 기억들도 떠오르고 아팠던 기억들 조차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과정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생각의 폭이 좀 더 넓어지는 것 같다. 그동안은 생각의 폭은 좁고 깊기만 하여 어떤 문제에 대해 직면하면 그것이 꼬리의 꼬리를 물어 스트레스로 작용했으나 지금은 다른 각도로 생각해보기도 하여 부정적인 긴장감은 줄어든 샘이다.

그러다 보니 생활 속에 일어나는 사소한 것들도 글로 표현하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러한 습관이 이제는 나에게 취미를 만들어 주고 나로 하여금 작은 성취감을 맛보게 한다.

사람에게는 직업 외에 자신의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그것은 일종의 취미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취미가 없이도 자신만의 시간을 여유롭게 즐기면서 에너지를 쏟는 사람들도 많지만 취미가 있다면 스트레스를 풀면서 자신을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브런치 스토리에 글 올리기 시작한 지 이제 두 달이 다되어간다. 블로그를 하다 브런치 스토리에 푹 빠진 케이스다. 브런치 스토리에 처음 글을 올릴 무렵에만 해도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글을 쓰고부터는 스트레스로부터 조금 여유로워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 상태만 다를 뿐 나의 환경적인 상황과 걱정스러운 상황의 변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며 스트레스는 많이 감소되었고 덕분에 정신건강이 좋아져 내 삶을 대하는 자세나 생각에 변화가 일어났다.

정신건강이 좋아짐을 느끼자 글을 계속 쓰고 싶고, 잘 쓰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그러다 보니 책도 다시 읽게 되고, 필사를 하며 좋은 글을 마음에 담기도 한다.

글을 쓰고 다듬으며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과 내 글을 다시 읽을 때마다 느끼는 새로움이 있다. 그리고 내가 쓴 글을 통해서도 스스로 위로받고, 다시 각성하기도 한다.

일기 같은 나의 글을 "어는 주부의 일기 "라는 타이틀로 연재하기 시작한 지 벌써 한 달이 조금 넘은 듯하다.

이제 걸음마하는 내게 "연재"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이 오히려 '글을 쓰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으나 막상 해보니 의무감도 생기고 글을 쓰고자 하는 의욕도 더 생긴다. 아무래도 글을 써야 되니 사물이나 상황 사람을 볼 때 좀 더 관심 있게 보기도 한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글을 써두지 않으면 순간 떠오르는 표현들이 수증기처럼 증발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나의 기억력에 속상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글로 기록해 두는 것도 많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

글을 쓰는 분들이 짧든 길든 어떤 내용이라도 글을 쓰라고 강조하는 이유를 이제는 이해가 된다. 그래서 비록 부족한 글이라도 꾸준하게 쓰고자 매일 다짐한다.

이제 나란 여자 취미가 있는 여자다. 그래서 가끔 집에서 신랑에게 우스갯소리로 "작가"라 부르라고 하면 신랑은 내 장단에 맞춰 한 술 더 떠 "인플루언서"라고 불러준다. 이런 장난거리가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취미가 있든 없든 사는데 큰 지장은 없지만 없다가 생기니 취미로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자존감까지 상승되니 내게는 영양가 있는 취미다. 돈이 들지 않는 취미라 좋고, 세상이 편리해진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폰과 충전기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취미라 더 좋다.

그리고 누군가 내 글에 공감이라는 것을 해주니 이 또한 참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새삼 공감이 주는 위로의 힘을 느낀다. 나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따뜻한 공감과 위안을 줄 수 있는 사람이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따뜻하게 살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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