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의 단기알바를 끝으로 그간 알바로 피곤함을 호소하며 미루어둔 집안일을 1/10 정도 했다.
1/10만 했는데도 은근히 깨끗해진 느낌!
나만 아는 이 느낌! 어쨌든 상쾌하다.
1/10을 우습게 봐선 안된다. 안방 이불 빨래를 시작으로 분리수거와 베란다 일부 정리, 방 청소, 거실 청소, 소파아래 청소, 빨래 정리, 아이방 서랍장 정리 등 하나하나만 보면 아주 간단한 일들이다. 그러나 1/10만 하는데도 2시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소파 아래는 평소 자주 청소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한 달이 넘도록 방치하여 걸레질을 하니 가관이다.
소파 아래가 이렇게 까지 지저분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온갖 먼지와 나의 머리카락들이 "나 여기 있소!" 하고 "나 잡아봐라!" 한다.
청소를 하다 보니 평소에도 내가 구석구석 청소 하지 않았던 곳들이 많이 보인다. 먼지가 뽀얗게 쌓인 곳은 내게 확인사살이라도 하 듯 증거물로 제시된다.
뽀얗게 쌓인 먼지는 그동안 바닥 중심으로만 청소하여 먼지가 숨바꼭질하듯 여기저기 날아다니며가족들의 콧구멍 속에서 비염을 일으킨 범인으로 판명 난다.
최근 신랑과 아이는 비염으로 자기 전에 코세척을 한다.
바닥 청소만 매일 하던 내가 오늘 군데군데 쌓인 먼지를 발견하고는 가족의 비염 증상에 나도 책임이 있음을 느끼고 미안한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쌓인 먼지와 함께 죄책감도 함께 닦아낸다.
가끔 연예인 중 "청소광"이라 불리는 브라이언이 우리 집을 보면 뭐라고 할까 상상해 본다.
dirty라고 외치며 경악 할 것 같아 상상만으로도 부끄럽다.
그래도 우리 집을 보며 깨끗한 편이라고 자기 집 보며 위로하라는 지인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지저분하여 그 말이 위로가 되지를 않는다.
혼자서 10/10으로 마무리하기에는 청소광 브라이언이 너무 필요한 하루였다. 나머지 9/10도이어서 해야 하지만 내게 주어진 2박 3일의 특별 휴가덕분에 다음 주로 미루어진다.
아직 냉장고 청소와 아이방 재정비, 컴퓨터방 정리와 더불어 그곳에 먼지들도 잡아야 한다.
가끔 그렇게 대청소를 하고 나면 허리의 통증으로 힘들지만 기분만큼은 상쾌하다.청소와 정리가 주는 쾌감과 기쁨은 생각보다 크고, 일에 대한 가치도 높다고 생각한다. 쾌적한 환경에 머물기 위해서는 정리와 청소는 필수기 때문이다.
다만 안 하면 표시가 팍팍 나고, 매일 하면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르는 그런 일이 집안일이고, 살림살이라 가끔 권태로움과 게으름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집안일을 하는 나는 가끔씩 억울할 때도 있다.
물론 누군가에게 알아달라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때로는 집안일과 아이픽업으로 상시 대기조였던 나의 바쁨이 그저 흘러가는 시간 속에 묻혀버리는 것이 허망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부로 지내면서 나의 역할이 결코중요하지 않거나 가벼운 것이 아님을 살면서 깨닫는다.
주부들이여 힘을 내자!
이렇게 살아보니 아빠와 엄마의 두 가지 역할을 다하며 살아온 나의 친정엄마가 그저 존경스럽고 감사하기만 하다.
나는 맞벌이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두 가지 아니 세 가지 일을 해내는지 그저 대단할 뿐이다.바깥일, 집안일과 육아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부부들은 역할 나누기를 정확히 하나보다. 어찌 보면 사무적인 것 같지만 다르게 표현해 본다면 역할을 나누어 함께 이루어 나가는 것일 테다.
사실 오롯이 집안일만 해도 시간은 아주 잘 흘러간다.
집안일을 하고자 마음먹으면 24시간도 부족하다. 결국 모든 것은 내 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내가 종일 밖에서 근무하는 것 마냥 집안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피로한 나의 간을 핑계로 조금 느슨하게 일을 하는 자칭 불량주부다. 사실 집안일은 눈치 주는 사람도 눈치 줄 사람도 없기에 자율적으로 조율가능 한 것이 주부의 특권이기도 하다.
우리 집은 깔끔한 집과 정리정돈이 안된 조금 지저분한 집의 경계선에서 그 사이를 오고 간다.
마음은 매번 쾌적한 우리 집으로 만들고 싶지만 피로함과 게으름이 함께 엄습해 올 때면 집안일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우리 집, 고마운 우리 집, 우리 가족이 쉴 수 있는 지금의 집을 나름대로 잘 가꾸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