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담도담 Oct 29. 2024

짧은 만남과 긴 여운

그녀들과 함께 한 1박 2일은 추억을 남기고...

대학 4년 동안 언제나 함께 한 친구들과 몇 개월 전부터 예정된 부산모임!


우리 4명이 한자리에 모인 건 2019년 이후 처음이다.


각자의 가정과 삶을 살아가느라 다 함께 모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게다가 4명 중 2명은 부산을 떠나 용인과 화성에 거주하여 다 함께 모이기 위해서는 나름의 계획이 필요하다.


우리 중 추진력과 검색능력이 가장 뛰어난 친구의 노력으로 드디어 우리는 한자리에 모였다.


마치 타이머신을 타고 20대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모두가 모인 이날만큼은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각자의 이름으로 자기 자신을 살아가는 나이 많은 소녀들이었다.




토요일 오후 5시 무렵 만난 우리는 맛있는 아나고회로 든든히 배를 채운 후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요트를 타며 나름 낭만적인 시간을 보낸다.

요트에서의 바다 바람은 상쾌한 공기와 함께 우리의 만남을 응원하듯 감싸 안아주었다. 


안대교의 반짝이는 불빛은 우리를 소녀감성에 젖게 하고, 우리의 요트 앞뒤에 있는 다른 요트들은 마치 오징어잡이 배를 연상시켜 우리를 까르르 웃게 만든다.


그렇다. 우리는 한때 소녀였고, 젊고 풋풋한 여대생이었으며,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이기도 했었다.


각자의 가정을 만들고 아내, 그리고 엄마라는 소중하고 가치있는 타이틀을 얻은 대신 우리가 원하는 것들은 하나씩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여전히 소녀 감성이 존재했고, 이러한 소녀감성은 4총사가 모이자 슬금슬금 얼굴을 내민다.


흔들리는 요트가 무섭기도 했으나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며 중년이된 지금을 추억으로 만들어갔다.

나는 그녀들과의 시간을 사진 뿐만이 아닌 글로 기록하여 좀 더 선명한 추억으로 남긴다.




다른 요트에서 터뜨리는 불꽃은 작지만 예뻤고,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 드론쇼는 하늘을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리며 멋짐을 뿜어낸다. 덕분에 우리의 눈과 기분은 호강한다.


하늘 위에서 보이는 드론쇼처럼 우리도 인생이라는 도화지 위에 매일 같이 하루하루를 그리고 색칠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날은 무지개 색깔로 우리의 하루를 화려하고 따뜻하게 색칠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가 매일 알록달록 무지개 색으로 빛나면 좋겠지만 때로는 회색빛도 있기에  무지개  빛깔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깨닫는다.


이번 만남처럼 이렇게 몇 년 만에 만나는 것은 너무나 아쉬운 일이지만 잦은 만남이 아니었기에 우리는 일상 속을 벗어난 이 순간을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다.


 행복하고, 더 즐겁기를 희망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당연한 욕망일 수도 있지만 나는 우리의 만남이 지금처럼 만나면 좋고 헤어질 때는 아쉬움이 남는 채워지지 않는 여백이 있었으면 한다.


언제나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우리가 되고 싶고, 다음에 또 만나고 싶은 그리움이 있었으면 한다.




요트를 타고 가는 50분 동안 지난 시간과 지금의 내 삶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의 생각들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특히 "너의 열정을 응원할게"라는 글을 보며 내가 열정을 느낀 순간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부산에 살면서 '나는 왜 단 한 번도 요트를 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며 늘 바쁘고 팍팍한 삶을 살아온 엄마 생각에 잠시 눈가가 촉촉해짐을 느꼈다.


나는 내년 봄 혹은 가을 즈음에 가족과 함께 엄마를 모시고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에 요트를 타자고 말하였다.


엄마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모임에서 요트 타며 와인까지 마셨다"였다.  대답은 혼자서 시린 마음을 느꼈던 나를 위로해주었고, 함께 대답을 들은 친구들의  큰 웃음소리는 또 한 번 나를 위로해 주었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플리마켓 장터를 구경하며, 각자 즐거운 쇼핑을 하였고, 우리는 우정팔찌도 하나씩 착용한다. 나는 딸아이와는 커플팔찌 친구들과는 우정팔찌가 되는 별자리 팔찌를 바라보며 언제나 우리의 마음이 변함없이 소녀이기를 바란다.


그녀들도 나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삼매경에 빠져 그동안 나누지 못한 긴긴 이야기들을 이어나간다.

예상했지만 1박 2일로는 부족한 우리들의 이야기는 결국 무거운 눈꺼풀을 참아가며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우리는 마치 그동안 계속 만나왔던 것처럼 익숙한 느낌으로 이야기를 편안하게 나누다 내일의 일정을 위해 잠을 청했고 뒷날 아침 광안대교를 보며 피곤하지만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한다.


아침식사로 해운대 달맞이길에 있는 대구탕 맛집에서 따끈한 대구탕을 먹으며 위장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친구 명은 "우리가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지만 무엇인가 함께 한다는 것은 좀 더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좋아!" 라고 말하며 우리의 알찼던 일정에 만족감을 보인다.


그녀들과 이야기하며 문득 우리가 지나온 힘든 시간들은 결코 힘든 것으로 끝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마음만은 소녀지만 힘든 시간을 걸어오며 우리의 생각은 성장했고 각자 자신의 삶을 통해 여러 가지  깨달음도 얻었다.




우리는 헤어짐이 아쉬웠고 또 다른 장소를 재빠르게 물색하여 이동한다.


커피 한잔과 잠자고 있는 귀여운 곰돌이 치즈케이크를 먹으며 남은 시간동안 아쉬움을 달래며 최선을 다해 우리는 수다를 떨다 오늘을 기념하기 위해 동네작은 책방으로 가서 각자에게 필요한 책을 셀프 선물한다.


언제나 못다한 이야기들은 내안에서 그리고 그녀들의 안에서 우리의 다음 만남을 기다릴것이다.


그 기다림 속에서 우리 모두 각자의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라며 1박 2일 동안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다.



이전 14화 본전치기인 보통의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