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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도담 Nov 03. 2024

공격적 생리현상으로 얻은 깨달음

초단위의 소중함과 빠른 판단에 의한 위기 모면

공개적인 공간에서 이런 글은 다소 부끄럽지만 가끔 나는 인체의 신비로움을 느낀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나의 몸속에 존재하는 장기들의 활동력이 달라지는 듯하다.


나는 가끔 변비로 고생할 때가 있다. 그런데 매운 음식을 먹거나 과일과 같은 식이섬유를 많이 먹을 때면 뒷날 꼭 화장실을 다. 그리고 변비로 곤욕스러움을 치른 나는 갑자기 활발해진 장운동에 고마움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외출을 할 때 갑작스레 신호가 오면 그때부터 초긴장 상태로 돌입한다. 식은땀이 나고, 내 몸속에 존재하는 대장은 빨리 화장실을 찾으라고 아우성친다.

문제는 신호가 오면 빠른 시간 안에 화장실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젯밤 홈포차를 오픈하고, 신랑이 만들어준 맛있는 닭발과 닭똥집 튀김 그리고 한 모금 마신 레몬맥주 때문이었을까?

가족과 요양원에 계신 시할머니를 찾아뵙고, 필요한 물품을 사러 간 다이소에서 예상치 못한 자연현상과 맞닥뜨리게 된다. 급히 화장실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아 무척 당혹스러웠다.


화장실을 찾는 동안 5분 가까이의 시간이 흐르고, 그사이 나는 다이소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있는 폴바셋 카페가 생각났다. 다른 곳을 찾는 것보다 화장실이 존재한다는 확신이 있는 폴바셋으로 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약 5분 동안 난 지옥과 천국을 오고 갔으며 정확히 2초만 늦었어도 부끄럽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추억을 만들 뻔했다.  아주 성공적으로 상쾌하게 일을 마친 후 불연 듯 짧은 초단위가 주는 소중함을 깨달았다.


비단 생리현상뿐만 아니라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도  중요한 시험을 치를 때도 모든 중요한 순간은 짧은 순간에 의해 결정이 난다.


다이소에서 화장실을 찾기 위해 보이지 않는 직원을 찾아 시간을 지체했다면 정말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평소 장난을 잘 치고 와이프의 생리현상에 관심이 많아 내 몸속에 내재한 공기와 소화된 음식의  결과물에 대한 안부를 묻는 우리 집 양반이지만 나는 도저히 그런 처참한 광경을 보여줄 수가 없었기에 조용히 아이만 맡겨둔 채 사라진다.


오늘의 내게 폴바셋은 천국이었고 구원의 손길 그 자체였다. 폴바셋을 잘 가진 않지만 가끔 방문하고 싶은 사심까지 든다.


오늘의 활발했던 내 대장의 활약은 여기서 마무리했으면 좋았으련만......




시할머니를 뵙고 우리는 시댁어른들과 맛있는 저녁식사를 한다.

오랜만에 아버님과 신랑은 반주를 즐겼기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내가 운전을 해야 했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졸릴까 걱정했지 화장실 걱정은 전혀 없었으나 또다시 내게 위기가 찾아왔다.


화장실이 급하진 않았지만 뭔가 모를 기분 나쁜 배 아픔으로 화장실에서 앉아 있을 것인지 아님 그냥 운전하고 갈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두 분을 댁에 모셔다 드린 순간 시댁 화장실을 들러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변기에 앉고 얼마 뒤 정말 뜻밖의 순간을 맞은 나는 나의 현명한 판단에 스스로 칭찬해 주었고, 미소 지으며 대문밖을 나섰다.


나를 슬금슬금 놀리고 싶어진 신랑은 만약 내가 그냥 갔다면 브런치스토리 1위 감의 이야깃거리가 되었을 거라며 놀린다. 


그래도 깔끔한 마무리로 무탈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리고 서로의 대장 안부를 묻는 우리의 유쾌한 모습과  나의 대장활동을 유머로 승화시켜 오늘의 하루는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었다.


짧은 순간이 주는 소중함과 그 순간을 활용하기 위한 빠른 판단이 오늘 내게는 있었다. 평소에도 그렇게 살아야 할 텐데 중요한 일 앞에서 결정장애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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