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주변 동료나 친구들에게 가끔 돈에 대한 농담을 던지곤 했다. 저녁약속을 하고 가끔 내가 비용을 부담할 때 멋쩍어하는 동료, 친구들에게 집에 현금이 너무 많아서 괜찮다면서. 그러면서 이야기한다. 나는 집도 없고, 주식도 없고, 그래서 빚도 없어서 현금이 많다면서 웃어넘기곤 했다.
실제로 당시에는 세 가지를 모두 갖지 않아서 인생에 고민할 것이 없었다. 부동산이나 주식 상황이 어떤지 신경 쓸 이유가 없었고, 빚이 없으니 걱정도 없었다. 그러면서, 욕심 없이 내 나름의 방식으로 삶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물론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않으면서 얻게 되는 여유돈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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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여덟 살 되던 해로 기억한다. 집사람이 덤덤하게 전한다. 내가 결혼 전에 시작하여 20년 넘게 납입한 연금저축 하나가 끝났다고 한다. 그리고 결혼 이후 15년 만기로 시작한 연금저축들과 일부 보험납입금도 50세가 되는 해에 끝난다면서 안정적으로 유지해 올 수 있어서 이러한 상황이 고맙고 서로 수고했다고.
나와 집사람은 금전에 대한 가치관이 매우 비슷하다. 우선 삶에 있어 큰돈의 욕심이 없어서 불필요한 목표를 갖지 않는다. 가끔은 경제적으로 많은 이들이 어려운 요즘 시기에 아이들 먹이는데 크게 아끼지 않아도 되는 것에 감사해하는 삶을 살고 있을 정도로 인생에 필요한 돈의 가치를 규모에서 찾지 않는다. 이러한 우리 부부에게 연금저축의 만기 납입이 가까워지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큰 행운처럼 느껴졌다. 주식이나 코인 등에서 기대하는 소위 대박을 치는 이득과 달리 내가 낸 만큼 받는 것이지만 연금저축과 보험납입이 끝나면 월 생활비에서 큰 여유를 줄 것이다.
심리적인 금전적 자유를 느끼게 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나의 1차적인 노후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연금저축들과 우리 부부 각자의 국민연금, 그리고 이보다 더 큰 퇴직금을 고려해 보니 25년의 직장생활 중 대부분 기간의 월급 수준보다 높은 연금을 노후에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연금 수령이 개시될 때까지 내 생활을 유지해야 하고, 그 후의 주거에 대한 계획도 결정하면서 더 준비가 필요할 부분도 나타날 것이다. 또한, 그 연금을 수령하는 시점에 돈의 가치도 어떨지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꾸준히 연금 납입을 했던 생활 중에 월급은 점진적으로 올라 가면서 여유돈의 저축도 키워 왔고, 우리 부부의 경제적 가치관에서 볼 때 필요한 수준의 준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는 이런 상황을 금전적 자유로 말하는 것에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 삶의 기준을 결정하는 주체인만큼 떳떳하다. 물질적으로 금전적 자유를 대부분 얘기하지만 어떤 기준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들어본 바가 없다. 행여 목표하는 통장 잔고를 달성했다고 모든 일을 그만두고 살아간다는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그 시점에서는 결국 심리적인 자유를 느낄 수 있어야 할 것이고, 나는 내 기준에서의 여유를 찾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