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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코치 Jun 16. 2024

감정으로 내가 되어간다

“그래서 교수를 그만 두고 지금 행복하신 가요?” 라는 같은 질문을 하는 두 명의 참석자가 있습니다. 


열정과 적극적인 태도로 강의를 들은 그들은 강의 후 질문이 있다며 저를 찾은 것이죠. 한 명은 조금 어색한 미소로 약간의 거리를 둔 채 물었고, 다른 한 명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반짝이며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묻습니다. 

한 명은 이미 다 아는(Know-it all) 사실이지만 한 번 묻는 것이란 느낌을, 다른 한 명은 당신의 모든 경험을 배우고(Learn-it all) 싶다는 깨끗한 마음을 읽게 합니다. 


두 사람에게 내가 한 답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듯한 사람에게는 당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형식적 답을 했고, 배우려는 사람에게는 그 당시 나의 선택으로 내가 배우고 얻은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말했습니다. 


저는 그들의 질문을 듣는 게 아니라 감정을 읽은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행복한가를 묻는 그들의 행복 수준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어느 교수님은 이렇게 묻기도 합니다. “인간관계 문제는 아닌거죠?” 흠칫 놀라 강하게 부정하고 돌아선 나를 발견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퇴사를 결정하는데 수많은 요인들이 중첩되었기에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질문을 받았던 거죠. 그분이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압니다. 그렇게 어려운 선택은 결정적인 하나의 이유가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제게 물은 것이죠. 



감정(emotion)의 어원은 ‘밖으로 움직이는 에너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 속 생각이 밖으로 표출됨을 의미하며, 외부 자극에 몸의 에너지가 변화하는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을 말합니다. 


최근 주목받는 새로운 이론에 의하면, ‘감정은 ‘신체 항상성이 깨졌음을 감지한 뇌의 반응, 즉 신체 항상성의 불균형 회복을 위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뇌의 신호’라 정의합니다. 


감정을 신체의 신호로 이해하면 어떤 감정이라도 수용가능한 스펙트럼이 넓어집니다. 어떤 감정이 발생하더라도 당연하다는 인식은 부정적 감정에 발목 잡혀 허우적거리는 오류를 막아 줍니다. 감정은 흐르는 물 또는 지나가는 구름과도 같습니다. 있다가 사라지는 것이며 발생하는 감정 모두 우리에게 필요한 당연하고도 타당한 것임을 아는 것입니다. 


감정 자각 스위치

긍정적 감정은 사고와 학습을 촉진합니다. 감정은 학습을 위한 온, 오프의 스위치를 말하며, 감정 상태에 따라 학습에 대한 집중도와 기억력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부정적 감정이 커진 상태로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학생들 대상으로 학습 코칭을 진단하는 경우 감정에 대한 설문 문항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그렇습니다. 


우리가 어떤 선택과 결정, 판단을 할 때 과거 선택했던 특정 행동이나 그와 연관된 정서 또는 신체적 반응을 토대로 무의식적 결정을 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행동을 기억하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감정이 반영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감정은 신체와 의식을 이어주는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정신이 건강하면 신체적 건강도 유지하게 됩니다. 호흡 훈련의 효과로 신체 항상성을 회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감정 자각 스위치는 어떻게 활용할까요? 핵심은 ‘어떻게 감정에 집중해야 하는가’ 입니다. 즉, 감정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감정에 반응할 것인지에 대한 자발적 선택이라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감정은 어떻게 조절하는가 에서 어떻게 감정을 발견하는가 로 질문이 달라져야 합니다. 


발견의 방법을 찾는 것이죠. 이것은 내 감정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으로 가능한데, 관찰에도 구체적 스킬이 필요합니다. 


파블로 루이스 피카소의 명언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나는 찾지 않는다. 발견할 뿐이다”라는 말은 발견으로 창조가 가능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유년시절 아버지의 권유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그리기 연습에 매진한 그는 비둘기 다리만 일 년 이상 그린 결과 다양한 비둘기 다리를 발견하고 관찰의 중요성을 알게 됩니다. 그것이 예술로 승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반복과 인내없이 그 어떤 결과도 이루어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합니다. 


관찰은 들여다보는 훈련입니다. 

부모 코칭에서 자녀 행동에 대한 관찰을 제안하면 감시를 하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찰과 감시는 들여다보는 관점과 가치의 차이입니다.

관찰은 나의 시선을 거둔 채 보는 것이며 감시는 오로지 나의 시선으로 그것을 평가하고 해석하겠다는 의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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