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열?

목매어 욺. 또는 그런 울음

by 겨울나무

우리가 운다고 표현하는 부분을 굳이 나눠보자면


1. 참으려다가 한 두 방울 또르르 흘릴 때 - 남의 슬픔에 공감.

이건 주로 상대방의 눈물에 나도 함께 흘리거나, 영화를 보거나, 슬픈 사연을 들었 때이다. 여기는 '울었다'기 보다는 '눈물을 흘렸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2. 흐느낄 때 - 내가 슬픔.

여기가 보통의 '울었다'라고 할 때의 구간이다.


3. 오열

머리가 어지러울 만큼, 숨을 헐떡이며, 도저히 참아지지 않는 울음이며, 꽤 긴 시간 흘리게 되는 울음이다.


내 기억 속에 오열은 딱 2번 있다.


첫 번째 오열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리랑 랩소디'라는 음악극을 보고 울었다. 지역예술회관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초청 연극을 아빠가 혼자 가기 심심하다고 데려갔다. 내용은 일제강점기 시대에 떨어진 가족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이상한 포인트에서 울었다. 그 내용이나 대사는 거의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클라이 막스에 단체로 부르던 곡의 가사를 듣고 주체할 수 없이 울기 시작했다. 머리는 어지럽고, 참아보려 입술을 깨물고, 숨도 참아봤지만 멈춰지지 않았다. 배우들이 내 모습을 볼까 봐 뒤에는 고개를 숙이고 울었다. 노래 가사는 이랬다.


"길이 없으면~ 만들어 가리라~. 희망이 안 보이면~ 이 한 몸 태워 촛불 되리라~."


지금 보면 약간 오글거리기도 하다. 그때는 마음에 들었는지 집에 와서 가사를 여러 번 곱씹었다. 하루하루가 막막한 나에게 "방법을 아무도 안 알려주면, 네가 찾아내서 알려줘."라고 말해준 가사 같았기 때문이다. 뒤늦게 찾아봐도 정식 앨범 음악이 아니어서 다시 들을 수 없는 게 정말 아쉽다. 뭔가 지금 생각하면 잠깐 꿈처럼 나를 도와주려고 왔다간 기분이다.


이제 와서 추측해 보면, 우울증이 심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우울증인지 몰랐다. 원래 다들 내일이 두렵고, 아침에 눈을 뜨면 눈물이 나고,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그 당시 나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냈다. 나는 살 이유가 없었고, 언제 죽으면 좋을지 타이밍만 보고 있었다.


두 번째 오열은 '엘리멘탈'이라는 영화를 보고 울었다. 정말 과장 조금 얹어서 인생 통틀어 가장 길게 울었다. 영화의 3분의 2 지점에서 울기 시작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와서도, 몇 십분 동안 그치지를 못했다. 이 때도 음악극과 마찬가지로 이상한 부분에서 울었다. 주인공이 오토바이를 타고 막 질주하다가, 멈칫하더니 자신이 사실 지금 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다고 털어놓는 장면이었다. 솔직히 왜 그 정도까지 울었냐고 물으면 나도 모르겠다. 이 때는 딱히 우울증이 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


오열은

참다 참다 쏟아진 서러움?

극심한 아픔?

절망감?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뭔가 통제되지 않아서 당황스러움이 가장 컸다.


어느 정도 추측되는 이유는 있지만, 이런 이유랑 비슷한 상황은 많았는데 그렇게까지 울지 않았다. 내 상황을 대변해 주는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린 적도 많고, 영화관 분위기와 공감되는 내용에 휩쓸려 눈물 흘리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왜 하필 저 두 경우만 그렇게 많이 울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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