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과거의 나를 잃을까 봐 걱정하는 사람

by 겨울나무

나는 상대방이 나를 정의 내리게 될 모습에 신경을 많이 쓴다.


'나를 우울증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걱정하며 오늘도 억지로 웃는다.


'나를 가벼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눈치 보며 애써 차분하려고 한다.


'내 성격이 무섭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신경 쓰며 애써 화난 감정을 숨긴다.

어느 날, 재밌게 본 드라마 배우의 인터뷰를 봤다. 등장인물에 너무 몰입해서 작품 이후에도 후유증으로 힘들었다는 내용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 '남의 삶을 연기하는 배우도 빠져들어 한 동안 헤어 나오지 못한다고 하는데, 내 삶은 오죽할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내가 슬픈 일을 겪었으면

한 동안 밝은 모습을 못 보이고 가라앉아 있을 수 있다.

내가 기쁜 일을 겪었으면

한 동안 진중하지 못하고 들떠있을 수 있다.

내가 억울한 일을 겪었으면

한 동안 분노의 화신이 되어있을 수 있다.


이러다가 또 다른 사건으로 또 회복되거나 바뀌기도 한다. 그러니 "나는 이런 사람이어야만 한다"라는 강박을 갖지 않아도 괜찮다.


그래서 내가 아무리 분석력이 좋아져도, 아무리 그 사람을 오래 봐도 그 사람을 완전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그 사람을 인생을 통틀어서 보면 아주 잠깐 만났는데, 그 사람을 전반적으로 판단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하다가,
지금 내 감정을 회피한다면
나는 나에게조차 수용되지 못한 사람이 된다.

그건 너무 슬프지 않겠나?

하지만 특정 상태의 나를 피하는 것은 그 사람에 자유다.
그 사람은 나의

우울에너지, 들뜬에너지, 분노에너지를 지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일 수 있다.
그건 그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그저 나와 같이 평범하기 때문이다.

휘둘릴까 봐 겁이 나서 멀리하는 거다.


이건 이기적인 게 아니다.

서운해하지 말자.

떠나가도록 내버려 두자.

나 또한 그런 상태에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됐을 때,
'사람이 좀 어둡네',

'사람이 좀 왈가닥이네',

'사람이 좀 무섭네'.
라며 치부해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그 사람의 감정이 내 눈치를 보지 않도록,
그냥 무심하게 모두를 똑같이 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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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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