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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미 Nov 07. 2024

돌이야. 누나는 아직 널 못보내겠어.

너와 함께 했던 여행.


돌이야..

최근 누나와 형아는 가을여행을 했어.

너도 알지? 형아는 가을쯤이면 아토피를 자주 앓잖아.

그때마다 우리는 함께 좋은 공기와 온천을 찾아서 가을 여행을 가곤 했지.

그래서 너와는 봄 보다 가을 여행을 많이 했던 것 같아...


올해는 네가 없는 첫 가을 여행이었어..

굉장히 낯설고... 조금은 이상한 기분이 드는 여행이었단다.

너와 함께 하면 상상못할 기차 여행도 했고 강아지 동반 불가인 숙소에서도 잤어.


그런데...여행짐은 간소했지만. 마음은 가볍지가 않았어.

네가 없는데 편한 것도 편리한 것도 다 무슨 소용이겠니...

누나는 네가 함께 했던 그 여행들이 너무너무 그립고 또 그리웠어...


그래서

작년 가을 사진을 찾아보았더니 우리는 동해안과 정선으로 여행을 갔더라.

고운 단풍속에서 너와 찍은 사진을 보면서 누나는 굉징히 복잡한 기분이었어.

앞으로는 네가 없는 가을을 수도 없이 맞을거니까....그 가을들을 또 어떻게 견딜까....


작년에 함깨 갔던 가을여행






요즘 누나는 생각이며 마음이 너무 혼란스러워.

너와 함께 갔던 곳엔 네 생각에 슬플까봐 못가다가도

또 너를 생각하지 않으면 불안해.

그리고 너와의 추억의 장소에는 너무 슬퍼질까 두려워 안가려고 하다가

생각지도 않은 장소 시간에서 너와의 추억이 문득 떠오르면 또 그게 그렇게 좋단다....

누나 스스로도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없네..


올해는 너와 자주갔던 동해안엔 가지 않았어.

네가 바다를 보고 즐겁게 달리던 해변을 다시 볼 용기가 없어서였어.

대신 소백산으로 갔어.

거긴 너와의 추억이 그다지 없는 곳이었거든.

그런데 거기서 누나는 또 슬펐어.

올해 이 아름다운 풍경을 돌이와 함께 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너는 또 얼마나 신나하며 이 길을 걸었을까?

너는 어떤 모습으로 여길 즐겨주었을까.....


우리가 함께 한 추억이 많은 장소에 가도 네 생각이 나고

추억이 없는 곳에 가도 네 생각이 나...


좋은 곳을 가면 네 생각이 먼저 떠올라.

여길 돌이와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네가 얼마나 행복해했을까..

그때마다 너와 함께 한 추억을 돌아보며 네가 더이상 누나 곁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아파...


여행을 가도 너와 함께 했을 때 처럼 생생하게 즐겁지가 않아...

여행지에서 형아가 누나의 사진을 찍어 보곤 눈이 슬프다고 했어..

그래... 요즘 사진속 누나의 눈은 늘 울상이야...


여행을 계획할 때면 요즘도 습관적으로 강아지동반 호텔을 먼저 찾아보다가

더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고

시설 좋은 강아지 동반호텔이 새로 생겼다는 광고라도 보면

그게 그렇게 아쉬워...


드라이브 하는 걸 좋아하고 바다를 좋아하고 깨끗한 숙소를 좋아하고

그곳에서 함께 기대 자는 것을 좋아하고...아름다운 풍경속을 신나게 걷는 걸 좋아고

카페에서 조용히 쉬는 시간을 좋아하고...

그렇게 여행을 즐겨주었던 너...

그런 네가 없는 여행은 너무 허전하고 별로 즐겁지가 않더라...


우리가 함께한 마지막 여행은 언제였을까.... 찾아보았어..

작년 12월 15일, 동해안이었네...

엄청난 파도가 몰아치는 동해안을 함께 본게 마지막 여행의 추억이었구나...

그날 사진 속 너는 평소와 다르게 조금 시무룩한 표정이야...


너와 마지막 여행. 이때 이미 아팠던 걸까….


그때 너는 이미 아팠던 걸까...

2월에 시한부를 선고 받았을때 두어달 전에 심장에 암이 생겼을거라고 의사가 말했으니까...

그때 이미 네 심장은 아프기 시작했던 걸까...

그걸 왜 몰랐던 걸까...

모든게 이렇게 될줄 알았다면 모든 걸 다 미루고

너와 매일 매일 여행하며 네가 좋아 하는 바닷가에서 지낼걸 그랬나봐....


돌이야.

누나는 이제 내년 달력을 만들지 않으려 해.

누나는 해마다 우리 여행했던 사진을 모아서 내년달력을 만들었잖아.

그런데 올해는 4월 이후 네가 없어...

그래서 이제는 달력을 안만들려고....

어디를 여행해도 어디 아름다운 곳을 가도 네가 없으니 다 추억으로 의미가 없네.


눈부신 바닷가 햇살을 피해 형아 품에 안겨들었지



네가 떠난 후 누나는 너를 잃은 슬픔을 잊어보려고 여기저기 많이 다녔어.

그러면서 너를 조용히 마음으로 부터 보내주고 싶었어.

그런데... 안돼네..

좋은 곳에 가면 갈 수록 너와 함께 할수 없다는게 더 새록새록해져서...

여행을 하면 할 수록 네가 더 그립구나....

돌이야....


202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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