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어라.마셔라.
어제의 나는 외딴곳의 이방인처럼
누가 나 하나 알쏘냐 타인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은채
온 마음을 풀어 헤치며
술에게 끈질기게 작업했다.
나의 끈기는 독립군처럼 위대하고
그 앞에서 지치지 않는 나의 체력은
시간의 흐름을 압도한 채 나의 기억을 잡아먹었다.
질척대는 나의 혀는 한방울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통통한 주둥이를 핥으며
투명한 병을 흐린눈으로 흘겨보는 것으로 안주를 대신한다.
슬픔을 잠재우려 할수록
암흑속의 무엇인지 모를 물컹하고 축축한 기분나쁨이 살아나고
꿉꿉하고 냄새나는 침대위에 누워있는듯한 기쁨을 상실한 자아가
몸위로 떨어지는 벌레의 공격에도 반격하지 않는 귀찮음이
빛처럼 쏟아져 온몸을 휘감을 때
백열등에 비쳐 반짝이는 영롱한 술병을 바라보며
비로소 찰랑이는 물결로 슬픔을 따라낸다.
한잔,두잔.
망각의 두려움조차 술잔의 전투력으로 물리치고
뒤틀린 위장을 부여잡고 고요한 아침의 침대 속에서 눈을 뜰 때면
용감했던 어제의 그녀를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기도문을 외우며
경계속의 아침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