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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Lotto Woman.ෆ⸒⸒

ꕤ 성별이 '남자'였던 작가가 '여자'로 살아가며 겪었던 실제 스토리.

by lovelygayeong Dec 24. 2024

“작은 누나, 물 좀 떠와.”

막내 남동생의 목소리는 거만해졌고, 그의 눈빛은 자신이 가족 내 유일한 남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워하는 듯했다. 내가 ‘형’이라고 불렸던 시절은 이제 아득한 과거에 불과했다. 그가 ‘친누나’라는 단어를 내뱉을 때마다, 내 안에는 미세한 균열이 일어났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나를 ‘형’이나 ‘장남’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차지한 장남의 자리에 익숙해진, 철저히 ‘차녀’이자 ‘둘째 누나’, 혹은 ‘작은 누나’로서의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지난 나의 과거는 그의 눈앞에서 완전히 지워진 듯했다. 아직 나는 육체적으로는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이미 나를 완벽한 ‘여자’로 간주하고 있었다. 성전환 수술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건만, 동생의 눈에는 내가 더 이상 남성이 아니라는 사실과 현실이 너무나도 분명하게 보였다.


그는 마치 내가 완전히 ‘여자’가 된 것처럼 행동했고, 그럴 때마다 내 안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모순적인 감정이 일렁였다. 그가 나를 ‘친누나’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히 호칭을 바꾸는 것을 넘어, 이미 내가 가부장적인 집안의 남성으로서의 신분과 가능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재확인시키는 행위와 같았다. 내가 사라진 자리에 그가 우뚝 서 있는 듯한 느낌, 그것은 명백한 소외감과 함께 깊은 절망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그가 내뱉는 ‘친누나’라는 단어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나를 부르는 호칭이 아니라, 남성으로서의 나의 모든 권위와 존재를 부정하는 선언과도 같았다. 그러나 그 순간, 나는 절망감과 함께 묘한 만족감도 느꼈다. 동생의 거만한 태도는 마치 거울처럼, 아직 육체적으로는 남성이었지만 이미 ‘여자’로 취급받고 있는 현실을 냉혹하게 비춰주었다.


그것은 남성으로서의 내가 죽고, 여성으로서의 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어렴풋이 느끼던 미세한 변화가 동생의 한마디에 명확하게 현실로 다가왔다. 나는 아직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았지만, 동생의 눈에는 이미 마초이즘이 득실득실한 집안의 남성이자 아들로서 모든 권위와 영광이 송두리 째 사라진, 완벽한 ‘여자’였다. 이제 나는 여성으로서 새롭게 정의되어야만 했다. 이러한 현실은 걷잡을 수 없는 절망감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역설적으로 내 안에서 일종의 만족감과 설명할 수 없는 흥분감을 불러일으켰다.


내가 남성으로서의 지위를 잃고 여성으로서 새롭게 규정되는 과정 자체가, 이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일탈적인 쾌감을 주었다. 마치 금단의 열매를 맛보는 듯한 위험하면서도 짜릿한 흥분, 그 감정은 절망과 함께 묘하게 뒤섞여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다. 내가 과거의 영광을 잃고 여성으로서 새롭게 정의되는 것을 목격하는 순간, 역설적으로 현실감과 함께 일종의 만족감,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흥분감이 내 안에서 뒤섞였다.


부모님의 태도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남동생은 집안의 ‘옥동자’가 되었고, 그의 말은 곧 법이 되었다. 나는 그저 그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마치 가족 내 남아 품귀 현상이라도 벌어진 듯,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가족 전체가 귀를 기울였다.


그들의 시선은 나를 스쳐 지나갔고, 나는 그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투명인간처럼 느껴졌다. 나는 아직 육체적으로는 남성이었지만, 부모님은 이미 나를 ‘여자’로 대하고 있었다. 성전환 수술은커녕 호르몬 치료조차 시작하지 않은 시점이었음에도, 그들은 내가 더 이상 남성으로서의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고 판단한 듯했다.


그들의 눈에는 내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완전히 전환된 것처럼 보였고, 그에 따라 나를 마치 집안의 여자로 취급했다. 그들의 행동에서 나는 더 이상 남자로서 그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을 자격이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래서 '남자'였던 내가 '여자'가 되자, 완전히 다른 취급을 받게 되었다. 마치 나라는 존재는 '남자'라는 성별을 잃어버리는 순간, 그 가치를 상실한 것처럼 느껴졌다.


친누나에게 “누나”라고 불렀을 때, 그녀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졌다. 이전에는 그녀의 굳은 표정에서 묘한 쾌감을 느꼈지만, 이제는 그저 불편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그녀의 시선은 나를 남동생으로 보지 않았고, 마치 같은 여성으로서의 새로운 경쟁자를 바라보는 듯했다. 마찬가지로, 친누나 역시 내가 아직 남성의 몸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나를 ‘여자’로 여기고 있었다.


그녀의 차가운 시선은 남성으로서의 나를 완전히 지워버리고, ‘여자’로서의 나만을 인식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이미 그녀와 같은 경쟁 구도에 놓였다고 판단한 듯했다. 그녀의 행동은 성전환 수술 여부와는 상관없이, 나의 내면적인 변화를 이미 감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나의 존재가 '남자'에서 '여자'로 변한 것을 인지하는 순간, 나를 '남동생'이 아닌 '같은 성별의 경쟁자'로 여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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