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노트북을 키고 자리에 앉는다. 하릴없이 빈둥대는 짓은 이제 그만.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다시 또 누워있던 탓에 등이 쑤실 지경이다. 어느새 시간은 12시. 나는 벌써 하루 중 아침을 다 써버렸다. 인터넷 창을 키고 블로그에 접속한다. 가장 먼저 블로그 소식을 보았으나, 역시나. 이상한 광고성 블로그들만이 좋아요를 눌러주었다. 오늘의 방문수는 3명. 취미로 하는 블로그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작가가 될 생각도, 블로그를 키워 돈을 벌 생각은 없다. 하지만 글은 계속 쓸거고 그러니 많이 봐주면 좋겠다는 바람. 사람들이 많이 찾는 내용들을 써야할까. 아니다, 그래도 쓰고 싶은 글이 먼저다. 마음을 접고 이웃 블로거들을 둘러본다. 아직은 볼만한 글들이 없네. 흥미가 떨어져 유튜브를 뒤져보다 잠깐, 유튜브는 이미 침대에서 많이 봤었다는 것을 깨닫고 창을 닫는다. 이제 무얼할까.
책을 챙기고 거리를 나섰다. 오늘은 놀이터 옆 카페를 가야지. [문학이란 무엇인가]. 커피 한잔과 함께 책을 흥미롭게 읽어나간다. 참여문학? 아 사회주의가 막 부상하던 그 시대에 쓰여진 책이구나. 글쓰기라는 것은 음악, 미술, 시와는 달리보아야 할 예술로써 미적쾌감보다는 메시지가 먼저라… 처음들어보는 문학가들의 이름과 단번에 뜻을 알아채기 어려운 단어들의 향연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그래도 끈질기게 읽고 있다는 것은 그 모든 것들을 이겨낼만큼 내용이 흥미롭기 때문이겠지. 그간 소설을 읽어오며 떠오르던 하나의 질문. 도대체 나는 어째서 문학을 읽고 감동하며 만족해 하는 것일까? 활자의 결합과 반복만으로 한 사람을 이렇게나 매료시키는 그 작동원리가 궁금했다. 그 안에 뭐가 숨어있길래 그간의 노력들을 내팽개치고 나를 다른 곳으로 가게 하는지. 그리고 어찌 그렇게나 자신을 확신할 수 있는지. 문학은 어떻게 이 긴 세월을 끈질기게 생존하였는지, 그러면서도 문학이 바라는 세계는 왜 도래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지.
책을 덮고 밖을 바라본다. 언제 이렇게 봄이 왔을까. 햇살이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창문 앞 화분을 비추고 있다. 밖에는 사람과 차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그 옆엔 초록빛의 풀들과 나무들이 떼를 이루며 서있다. 아 그래. 산책을 좀 해야겠다. 이 좋은날에 바람을 맞고 내쉬며 걷는 길들. 상쾌한 호흡을 들이고 내쉬며 사유 속으로 침잠한다. 자기소개라…. 나는 과연 어떤 정체성들로 자신을 규정하고 있는지 묻는 것인가? 그것도 ‘거짓’ 자기소개라는 것은….. 결국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고 드러내 보이라는 의도일까? 어쩌면 글이라는 매체 자체가 모두 거짓일지도. 진짜 삶은 활자처럼 뚜렷하게 고정될 수 없을테니까. 아껴야 사는 백수생활에 큰 맘먹고 8만원이나 지출해버린 <와사비 라이팅 클럽>. 그간 혼자서 끄적였던 글쓰기가 요즘에 와 감흥을 잃어 이제는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 이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5주 동안이나마 글을 쓰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풍요로운 글생활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지원해버렸다. 그리고는 글 마감을 미루다 벌써 내일 제출하는 날이 되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제 정말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매일 산책을 하는 이 자유로운 방황도 4개월이 지나니 권태롭다. 아. 빨리 가자. 여유로운 체 그만하고 할 일을 하자.
작년 대전에 내려와 일을하며 기대했던 미래와 달리 사실은 지금 그리 행복하지도, 확신으로 가득 차 나를 긍정하고 있지도 않다. 그때쯤 활발하게 써내려갔던 나의 글들과는 달리, 명확하고 확신에 찬 마음으로 나열했던 단어들과는 사뭇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 모호하며 흐릿하게. 이리저리 흔들리며 무언가 언저리에 있는 기분. 비 생산적인 나날들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체감하며, 하루를 또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