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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마음아 Sep 12. 2024

모든 말은 시간을 건너 내게로 온다.

함부로 말한 대가를 치르는 중

그해 여름 나는 건강에 자신이 없었다. 한차례 우울증이 지나간 흔적은 암이라는 흔적을 남겼다. 첫 해의 시작을 알리는 날 나는 죽음의 문턱을 넘어오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마흔의 고비를 넘어가고 있을 때 지나 온 날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마음에 안 들면 내 멋대로 쏘아댔던 말투들, 내 뜻대로 하지 않으면 상대를 집요하게 괴롭혔던 나의 행동들, 더욱 중요한 것은 가난 따위는  내게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오만함. 가난한 사람들 안 봐도 뻔한 것 아니었나?  가난한 사람들은 게으르고 천성이 우울하고 나태하기 때문에 그런 삶을 산다고 생각했었다. 무식하니까 자기 앞의 생도 제대로 못살아 내는 거 아닌가?  백발이 성성한 나이 드신 분이 박스를 줍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쳐다봤었다.


저 나이 먹도록 자식도 없고 늙어서까지 구질구질하게 살바에야 차라지 죽는 게 낫지 않나?라는 몸 쓸 망언도 서슴없이 하곤 했었다. 마치 나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 것처럼


하지만 참 말이라는 게 우습다. 못된 마음보를 가진 사람은 세상이 가만 안 놔둔다는 무서운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내 눈엔 피눈물 나는 날이 오고야 만다.


18살 어린 시절에 40살까지 살면 오래 사는 것 아닌가!라는 말을 뻔뻔하게 하고 다녔다.

그날 내가 제 멋대로 쏘아 올린 말들은 마흔이 되고 나서야 정확하게 나에게 돌아왔다는 것에 놀라웠다.

인생이 어찌 될지 알고 그런 막말을 했을까 후회했을 땐 이미 늦었다.

죽어버리면 끝나는 삶! 어차피 죽어 없어질 삶이라며 오래도록 나를 , 사람들을 가볍게 대했다. 마음 가득 분노가 가득했고 그 마음은 고스란히 삶에 반영되고 있었다. 그렇게 마흔의 나이가 돼서야 깨닫게 되었다.  겪어 보지 않은 삶을 우습게 여긴 죄, 사람을 함부로 판단 한 죄, 타인을 기만하고 업신여긴 죄는 여지없이 돌아왔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한 것들이 다 옳다고 생각한 오만과 편견은 타인이 아닌 정확히 내 모습이었다는 사실.


나는 대부분이 틀렸다. 세상을 단편적으로만 읽고 있으면서 마치 모든 걸 다 안다는 그 교만함이 화를 불렀다. 나는 이제 함부로 타인을 평가하지 않는다.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는 생각에 함부로 입을 놀리거나 생각을 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럴 만큼 시간이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오직 지금 이 순간, 나는 나를 알고 내 삶을 일으켜 세우기도 모자란 시간이다.


이제 내 인생을 걷고 싶다. 나만이 가질 수 있는 하루. 그리고 이 하루가 주는 평온함을 느끼며 세상이 주고 있는 메시지를 담아내기에도 많이 부족하기만 한 하루다. 살아있음이, 살아서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음이 무척이나 고맙고 감사한 일이 되었다. 더 이상 나는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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