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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 Jul 12. 2024

부성애

 그것은 잔인한 운명의 구속이었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그 구속을 잔인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의 숨결을 처음 느꼈을 때부터 ,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되었다. 그 각오란 두려움을 앞에 둔 의식적인 결단 같은 것이 아니었다. 더 숭고한 것. 그의 중심부에 있는 것이 그 순간 반응한 것. 무엇인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마음의 반응이었다. 그는 그 순간에는 몰랐다. 이 각오가 스스로를 얼마나 슬프게 할지. 얼마나 가슴 아프게 할지.


 긴긴 세월 동안, 아니 . 전 생애에 걸쳐서 그는 그 대가를 치렀다. 아이가 아파오면 그가 아팠고. 아이가 넘어지면 그가 대신 넘어지고 싶었다. 그는 삶이 얼마나 잔혹하고 고통스러운지 알고있었다. 때로는 죽음을 생각할 만큼 고통스러웠다. 그에게 인생은 끝없는 고통이었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는 몇 번이든 대신 살아줄 수 있었다. 몇 번이든 그 과정을 반복해 줄 수 있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고통을 대신하고. 행복만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는 그러기에 지금은 훌쩍 커버려 성인이 된 그 아이를 보면서도 가끔씩은 슬픔의 눈물을 흘리고는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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