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비는 모든 것을 씻겨내린다. 나의 감정도 씻겨 내려져 간다. 우산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터벅터벅. 모두들 이 비를 피해서 각자의 발걸음으로 걸어간다. 서둘러서 각자의 길로 나아간다. 잠시 멈춰 선다. 좋아하는 아이에 대해서 생각한다. 왠지 이 비 내리는 풍경을 똑 닮은 그 아이에 대해서. 마음을 끄는 그 아이에 대해서. 어딘가 사랑을 주어야만 할 듯 보이는 그 아이에 대해서. 그 음울한 표정에서 발그레한 미소가 피어져 나올 때. 이상하리만큼 화사해 보이는 그 아이에 대해서.